한번 빠지면 발 빼기 힘든 마성의 매력남 최우식
아이즈 ize 이현주(칼럼니스트)
요즘은 주로 유튜브 콘텐츠를 즐겨 보지만, 어쩐지 불금이나 토요일 저녁에는 TV 예능 프로그램을 보고 싶다.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콘텐츠를 볼 수 있어도 주말이 주는 느긋함과 아무래도 '함께' 보는 게 왠지 더 어울리는 매체가 TV여서인 듯. 굳이 본방 사수할 필요가 없음에도 요즘 금요일 저녁 시간 맞춰 보고 싶은 프로그램이 다시 생겼으니 바로 tvN '서진이네2'다.
'서진이네2'에서 영업 첫날 메인 셰프를 맡은 건 최우식이었다. 잘은 모르지만, 근력도 없어 보이고, 야무져 보이지도 않는(?) 그에게 선뜻 막중한 임무를 맡긴 이서진의 꿍꿍이는 무엇이었을까. 그동안 주방에서 본 적 없던 최우식, 과연 잘 해낼 수 있을까…. 그나저나 최우식은 어떤 배우일까.
최우식은 2010년부터 드라마와 영화에 꾸준히 얼굴을 드러내 왔다. '닥치고 패밀리', '호구의 사랑' 등의 드라마로 기억되는 건 약간은 찌질하고 호구스러운 이미지. 2015년 영화 '거인'으로 청룡영화상 신인남우상을 받은 그가 암울한 상황의 영재를 연기한 뒤 후유증으로 힘들었다고 밝힌 바 있는 걸 보면 본래 성격도 밝고 유쾌한 편인 것 같다.
1990년생인 최우식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동안'이다. 26살 때 '부산행'에서 맡은 야구부 소년 역이 전혀 어색하지 않았고, '그해 우리는'에서도 고등학교 교복이 찰떡같이 어울렸다. 가장 최근 방영된 '살인자ㅇ난감'에서도 대학생 역을 잘 소화해 냈다. 하지만 동안이란 배우에게 장점만은 아닐 것이다. 동안은 어리거나 젊어 보인다는 것이고 한편으로 미성숙을 나타내며, 맡을 수 있는 배역에도 한계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우식은 그런 한계를 신경 쓰지 않는 듯싶다. 최우식이 아니면 안 되는 특유의 연기 영역을 자분자분 다져가는 느낌이랄까. 개인적으로 최우식에게 가장 잘 어울렸다고 생각되는 배역은 '그 해 우리는'의 최웅이었다. 해맑고 그늘 없어 보이지만 남모르는 비밀을 가진 소년. 그리고 성장했지만, 여전히 풀어내지 못한 응어리로 인해 힘겨워하는 어른. 돌이켜 보면 '살인자ㅇ난감', '기생충' 등 그가 그려낸 인물들은 대개 빈틈없이 꽉 채워진 완성형이 아닌 허점이 눈에 띄는 불안한 청춘이었고 그런 캐릭터를 누구보다 잘 표현해 왔다.
기대고 싶기보다는 보호해 줘야 할 것 같고. 어쩐지 혼자 두면 안 될 것 같은 느낌. 그것이 그간 최우식이 드라마와 영화에서 보여준 이미지였기에 예능 프로그램에 등장한 최우식의 모습 역시 비슷할 듯싶었다. '윤스테이', '서진이네'를 통해 본 그는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의외의(?) 매력을 보여주었다. 듬직하진 않아도 개구쟁이처럼 명랑하고 다정하게 주변 사람들을 챙기고 맡은 일을 해내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서진이네2'에서는 아슬아슬하면서도 셰프 역할을 제법 잘 해내 보는 재미를 쏠쏠히 안겨주었다.
경험해 보지 않은 일은 아무리 머릿속에서 상상해 보고 실험해 보아도 가늠하기가 버겁다. 가족이나 지인을 위한 음식이 아닌 고객을 위해 요리해야 하는 주방에 숙련되지 않은 이가 셰프로 나선다면 얼마나 부담이 크겠는가. 아무리 예능 프로그램이라 해도 손님을 실망시킬 수는 없으니, 긴장은 말할 수 없이 클밖에. 그 긴장을 최우식은 그만의 방법으로 해소하며 위기를 해소해 나갔다. 인턴 고민시의 눈에도 저건 뭔가 싶은 우스꽝스러운 춤과 유머로 말이다.
주문이 정신없이 밀려 정신줄을 놓을 수 있는 순간, 최우식은 개다리춤이라고 해야 할지, 어디서 본 적 없는 흐느적댐과 유머로 긴장을 풀어냈다. 그렇게 누구도 상상치 못한 방법으로 위기를 넘어가는 최우식을 보며 새삼 그를 재발견하게 되었다. 바로 그것이 최우식의 매력이었다.
"사람은 알고 보면 안 돼. 보고 알아야지." 영화 '칠수와 만수'에서 만수가 그랬다. 그러고 보니 그동안 나는 최우식을 안다고 생각하고 그 잣대로만 보아 온 것 같다. 그동안 안다고 생각했던 최우식의 모습은 밀려드는 주문 앞에서 우왕좌왕하다 실수를 연발하고, 구세주처럼 등장한 누군가의 도움으로 위기를 해결하는 쪽이었다. 그러나 그는 완벽하지 않아도, 허허실실해도 자신만의 방법으로 소임을 잘 해냈다. 완벽함이 늘 정답이 아님을 증명하듯.
다시 보고, 이제 앞으로 더 많이 봐서 알고 싶어진 최우식 씨. 앞으로 더 많은 매력 보여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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