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도라는 거짓말? 지구 평균기온은 진짜 오르고 있을까

한겨레 2024. 7. 15.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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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종영의 엉망진창 행성 조사반―(26) ‘1.5도라는 거짓말’ 사건
4월28일 대구 달성군 국립대구과학관을 찾은 시민들이 올해 기후 예상을 보여주는 SOS(Science On a Sphere) 시스템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태어나서 이런 더위는 처음입니다. 그런데, 지구 평균기온이 1.5도에 근접하기는커녕 빙하기가 도래할 거라고 주장하는 과학자들이 협회를 꾸려 선동하고 있습니다. 1.5도, 2도 하는 것들도 다 꾸민 거라고 공격하고요. 이게 말이 되나요? 제 입장에서 아주 열불이 납니다.” - 제보자 ‘탄광 속의 카나리아’

“그런데, 1.5도, 1.5도 하는데, 그게 무슨 말이지?”

“그러게요. 뭐였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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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광 속의 카나리아가 보낸 이메일을 보고 엉망진창 행성 조사반의 홈스 반장와 왓슨 요원은 서로의 얼굴만 바라봤습니다. 자주 들은 말인데, 정작 생각하니 떠오르지 않았어요. 홈스 반장이 머리를 갸우뚱하며 물었죠.

“지구 평균기온이 1.5도면 너무 추운 거 아니니? 이거 뭔 말이래?”

탄광 밖으로 나온 카나리아

그렇습니다. 1.5도라는 말을 자주 듣는데, 정작 그게 뭔지 정의하려니 쉽지 않네요. ‘구글링의 달인’ 왓슨이 빛의 속도로 검색해서 홈스 반장에게 설명하기 시작했어요.

“1.5도는 현재 평균기온이 아니에요. 우리가 1.5도를 이야기할 때는 ‘산업화 이전의 시대와 비교해 1.5도가 올라선 큰일 난다. 그걸 막자!’는 취지예요”

홈스 반장도 부리나케 구글링해서 의문을 제기했죠.

“산업혁명은 18세기 중반에서 19세기 초반까지 영국에서 기술혁신으로 일어난 사회경제적 변화를 가리키는데, 그러면 그때와 비교한 건가? 너무 오래됐잖아? 그때 온도나 측정하긴 했어?”

“아니에요. 과학자들이 말하는 ‘산업화 이전’은 1850~1900년의 50년 동안을 가리켜요. 우리가 지구가 몇도 올랐다고 할 때, 흔히 쓰는 시대의 대조군이라고 할 수 있죠. 즉, 1.5도 올랐다는 건 150여 년 전에 비해 1.5도 올랐다는 거예요.”

“아, 그렇군. 다른 데 가서 내가 이거 몰랐다는 말은 하지 말게.”

홈스 반장과 왓슨 요원은 강원도 태백시 장성공업소에서 살고 있는 제보자 ‘탄광 속의 카나리아’한테 갔어요. 카나리아는 탄광의 깊은 동굴 속에 머물면서 유해가스 농도가 높아지면 광부들에게 경고하는 역할을 해요.

그런데, 태백에 가 보니 탄광 속의 카나리아는 탄광 밖에서 멀뚱멀뚱 하늘만 쳐다보고 있었어요. 홈스와 왓슨을 보자 카나리아가 날개를 퍼덕거리며 반가워했죠.

“이렇게 직접 와주시다니! 제가 엉망진창 행성 조사반의 애독자입니다!”

왓슨이 물었어요.

“그런데, 왜 탄광 밖에 나와 계시는가요?”

“지난달에 폐광했거든요. 업종 전환 지원 프로그램에 따라 이제 저는 기후변화 감시 업무를 맡고 있어요. 대기 중 온실가스가 얼마나 높은지 보는 거죠.”

신나 하던 카나리아는 갑자기 슬픈 표정을 지었어요. 그리고 힘없는 목소리로 말했죠.

“1.5도가 넘으면 저는… 죽어요. ‘온실 속의 카나리아’라고나 할까?”

왓슨이 구글링을 한 것을 바탕으로 아는 척을 했어요.

“지구가 온실이 된 건 맞죠. 아니, 예전부터 온실이었죠. 이산화탄소 같은 온실가스가 있기 때문에 태양에너지가 반사되어 우주로 나가지 않고 지구 대기에 머묾으로써 적당히 따뜻한 행성이 된 겁니다. 그런데, 온실가스가 너무 많아도 문제죠. 태양에너지를 너무 많이 잡아두니까. 우리가 처한 문제가 바로 그것이고요.”

이를 듣던 홈스 반장이 갑자기 카나리아에게 물었어요.

“그런데, 카나리아가 온실가스 농도를 잴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건 처음 들었소만… 최근 들어선 지구 평균기온 상승치가 1.5도를 넘었다는 뉴스도 나오던데? 그럼 당신은 이미 죽어 있어야 할 텐데.”

“하하. 그거 잘 몰라서 하는 소리예요. 올해 평균기온이 1.5도 넘었다고 해서 넘은 게 아니랍니다.”

홈스 반장과 왓슨 요원은 다시 서로 바라보며 고개를 갸우뚱했어요.

기후위기 헌법소원 첫 공개변론이 열린 지난 4월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앞에서 청소년기후행동 등 기후소송 원고 단체 활동가와 공동 대리인단이 연 기자회견에서 김한나 아기기후소송 원고(초등학교 3학년·앞쪽 마이크 든 학생)가 “어른들과 정부가 우리의 기본권을 함부로 하고 있다”며 “재판관님들께서 우리의 기본권을 지켜주세요”라고 밝히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왜 하필 1.5도일까

온실 속의 카나리아가 설명한 사정은 이렇답니다. 세계 각국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2015년에 파리협정을 맺어요. 1997년 맺은 교토의정서가 사실상 꽝 나서, 손을 놓고 있다가 겨우 합의에 이른 거랍니다. 파리협정 제2조 1항을 볼까요? 정확히는 이렇게 표현되어 있어요.

“산업화 이전 수준 대비 지구 평균기온 상승치를 섭씨 2도보다 현저히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 그리고 1.5도로 제한하기 위한 노력을 추구한다.”

이게 뭔 말이죠? 찬찬히 읽어보면, 지구 평균기온 상승치를 1.5도 이내로 제한하되, 그게 안 되면 적어도 2도보다 현저히 낮은 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고 이해할 수 있을 거 같긴 해요. 그리고 이렇게 덧붙여요.

“(각국의) 국내 여건에 비쳐 공평하게 그리고 각국의 서로 다른 책임과 능력에 따라 행동하는 원칙을 반영해 이행한다."

이것도 뭔 말인지 모르겠죠? 외교 용어 번역기를 돌리면, ‘과거 산업화를 통해 기후변화를 많이 초래한 나라일수록, 경제력과 기술력이 있는 나라일수록 좀 더 많이 기후대응 활동에 기여하라는 것’이죠. 국내 여건에 비쳐 이행하라고 한 것을 보아, 이 협정에는 강제조항이 없음을 유추할 수 있고요.

그럼, 1.5도와 2도라는 ‘숫자’는 어떻게 나온 걸까요?

기후변화 과학자들은 섭씨 ‘1도 상승’, ‘2도 상승’ 등의 온난화가 언제 일어날지 그리고 이에 따라 육상과 바다에 어떠한 변화가 일어날지 예측해요. 즉, ‘○도 상승’은 기후 모델링에서 미래 세계를 나타내는 값이에요.

맨 처음 공식화된 온도는 ‘2도’였어요. 2009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제15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15)에서 세계는 다음과 같은 문장이 담긴 ‘코펜하겐 합의’에 서명했어요.

“기후 시스템에 대한 인간의 위험한 개입을 막도록 대기 중 온실가스를 안정화하기 위해서 우리는 지구 평균기온이 2도 이하로 유지돼야 한다는 과학적 견해를 인정한다.”

코펜하겐 합의의 한계는 명확했죠. 왜냐하면 과학적 견해만 인정하지, 각국이 무얼 하겠다는 얘기는 없었거든요. 그게 명확해진 게 2015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였어요. 2도를 목표로 각국이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유엔에 제출하고 5년마다 이행 점검을 받기로 한 거죠.

그런데, 협상 막바지에 이르자 태평양 도서국이 반발하기 시작했어요. 갈수록 높아지는 해수면, 잦아지는 사이클론… 그들은 2도로는 자신의 나라를 지킬 수 없다고 소리쳤어요. 긴 줄다리기 끝에 세계 각국은 태평양 도서국의 의견을 받아들여 파리협정에 애매모호한 조항을 넣은 거예요. 2도보다 현저히 낮은 수준에서, 1.5도로 제한하기 위해 노력한다! 1.5도, 2도 다 들어간 거죠.

영국의 저명한 기후과학자 마일즈 앨런(Myles Allen)은 나중에 이렇게 회고했지요.

“1.5도 목표가 파리협정 문안에 포함된 것을 보고 학계는 완전히 뒤집어졌다. 우리는 작은 섬나라들이 주도한 움직임에 대해 알지 못하고 있었다. 학자들은 1.5도에 회의적인 일부 정부의 주장에 따라 1.5도 특별보고서를 작성하게 됐다.”

이들이 만든 ‘1.5도 특별보고서’는 2018년 한국 인천에서 열린 제48차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패널(IPCC) 총회에서 채택됐죠. 집필진 91명이 6천 건의 연구 자료를 2년 동안 검토해 만들어진 이 보고서는 왜 ‘2도 목표’보다 ‘1.5도 목표’를 추구해야 하는지를 보여주었어요. 0.5도 낮추는 것만으로 폭염과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인명 피해, 물 부족 노출 인구, 어업 생산량과 산불의 횟수, 생물다양성의 감소 속도가 확연히 줄어들 거라고 봤어요.

게티이미지뱅크

평균기온의 함정

1.5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우리는 도전적으로 움직여야만 해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절반 가까이 줄이고 2050년까지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제로’(탄소중립)로 만들어야 해요. 한국을 포함한 선진국은 이런 경로를 따라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약속했어요. 반면, 2도 목표의 경우에는 이보다 느슨해서 2075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는 경로예요.

“그래서 왜 지금 1.5도가 넘은 게 아니냐고요? 어제 뉴스에도 1.5도가 넘었다고 하더구먼.”

온실 속 카나리아의 장광설에 왓슨이 참지 못하고 끼어들었어요.

“잠깐, 이제 나옵니다.”

온실 속 카나리아의 설명은 계속됐어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학자와 보고서마다 ‘평균기온’을 산정하는 방법이 다르기 때문이죠.

이렇게 물어볼게요. 현재의 지구 평균기온은 어느 기간으로 평균을 내야죠? 오늘, 지난 한 달, 1년, 10년? 세계기상기구(WMO)는 최근 30년의 측정값으로 평균을 내요. 그걸 보통 ‘평년값’이라고 하죠. 2024년 시점의 지구 평균기온은 1995~2024년의 평균값이 되겠죠.

이렇게 장기적인 기간을 대상으로 평균을 내는 이유는 ‘튀는 데이터’의 영향을 줄이기 위해서예요. 이를테면, 큰 화산 폭발이 있으면 화산재가 하늘을 뒤덮어 지구 온도가 일시적으로 내려가요. 반면, 엘니뇨 현상이 일어나는 해에는 지구 평균기온이 약간 상승하죠.

기후변화에 관한 가장 권위 있는 자료인 IPCC 보고서도 낼 때마다 기준이 달라요. 이를테면, 2018년 나온 ‘1.5도 특별보고서’에는 현재 연도를 중심으로 과거 15년의 평균기온, 미래 15년의 예상 평균기온으로 지구 평균기온을 삼았어요. 왜 미래의 예상 기온을 현재 평균기온을 산정하는 데이터로 넣었냐고요? 이 보고서의 저자들은 기후변화의 경우 미래를 ‘경고’해야 하는 목적이 있기 때문이라고 봤던 거예요. 과거값만 봤다가는 이미 손쓰기에 늦으니까요.

반면, 2021년 나온 제6차 보고서에는 최근 10년 동안 데이터로 지구 평균기온을 냈어요. 그러니까 이 보고서는 ‘산업화 이전 대비 현재의 지구 평균기온이 1.1도 상승했다’고 했는데, 그것은 사실 2021년이 아니라 2010~2019년 평균기온이라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홈스 반장이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어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의장단이 2018년 10월8일 인천 연수구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제48차 총회에서 채택한 ‘지구온난화 1.5도 특별보고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빙하기가 도래한다고?

“아, 이제 이해가 되는군. 뉴스에서는 이번 달 혹은 올해의 평균 기온이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넘었다고 얘기한 거군! 과거 10년 동안의 데이터가 아니니 국제법적으로는 1.5도를 넘었다고 볼 수 없는 거고.”

온실 속 카나리아가 날개를 으쓱하며 대답했습니다.

“네. 맞아요. 파리협정에서 참고하는 자료는 바로 IPCC 보고서이거든요.”

왓슨이 깜박했다는 듯 물었어요.

“그런데, 빙하기가 도래할 거라고 헛소문을 퍼뜨리는 자들은 도대체 누구입니까?”

온실 속의 카나리아는 조잡하게 인쇄된 전단지를 하나 건네주었어요. ‘하루빨리 빙하기가 도래하길 바라는 과학자협회’ 명의의 전단지였어요.

“이걸 보고, 제가 연락을 드린 거예요. 북극에 거주한다는 과학자들인데, 찾아가 보세요.”

*7월22일에 이어집니다.

*본문의 과학적 사실은 실제 논문과 보고서를 인용했습니다.

남종영의 엉망진창 행성 조사반

남종영 환경저널리스트·기후변화와동물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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