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유도무기 미국 첫 수출 임박”…LIG넥스원 유도로켓 ‘비궁’ 美FCT 평가 관문 통과

하와이 해역서 6발 ‘100% 명중’…“해군·방사청·국방연구소 등 지원 주효”
한국 유도무기 최초 미국 수출 ‘눈앞’…“글로벌 시장 확대”

지난 11일 미군 주도 다국적연합해상훈련인 림팩(LIMPAC) 훈련을 위해 하와이 인근 해상에서 항해 중인 한국 해군 천자봉함을 방문한 미군 최초 여군 4성장군인 리사 프란체티(오른쪽) 미 해군참모총장이 미 텍스트론(Textron)사 관계자로부터 비궁 실사에 대한 보고를 받고 있다. 해군 제공

국산 유도 로켓 ‘비궁’이 미국 국방부 주관 시험평가에서 최종 성능을 인정받았다. 이에 따라 한국산 유도무기 최초로 미국 수출이 가시권에 들었다는 관측이 나온다.

LIG넥스원은 2.75인치 유도 로켓 ‘비궁’이 지난 12일 미 국방부가 하와이 해역에서 주관한 해외비교시험(FCT) 최종 시험발사에서 표적 6발 중 6발을 모두 명중시켰다고 15일 밝혔다.

FCT는 미 국방부가 전 세계 동맹국 방산기업이 가진 우수 기술을 평가해 미군이 추진하는 개발·획득사업으로 연계해주는 프로그램이다.

지난 2016년 한국 해병대에 실전 배치된 ‘비궁’은 북한의 공기부양정 등을 정밀 타격하기 위해 차량에 탑재해 발사하는 무기체계로 개발됐다.

LIG넥스원은 수출을 위해 소형 무인수상정에 탑재 가능한 2.75인치 유도 로켓용 발사대를 자체 개발했다. LIG넥스원은 ‘비궁’이 지난 2019년 미 FCT 프로그램 대상 무기체계로 지정된 이후 이번 최종 시험까지 단 한발의 오차도 없는 명중률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LIG넥스원의 2.75인치 유도로켓 ‘비궁’.LIG넥스원 제공

이번 시험평가 성공은 군과 관계기관의 지원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LIG넥스원은 비궁을 미국 텍스트론사의 무인수상정에 탑재 가능한 발사체계로 통합하고, 해상 운용성을 검증하기까지 방위사업청과 국방기술진흥연구소의 지원이 있었다고 소개했다.

특히 한국 해군의 4900t급 상륙함인 천자봉함이 비궁 발사대와 함께 미국 무인수상정을 태평양의 미국 해역 한 가운데로 이송하고 진수하는 등 전폭 지원했다.

LIG넥스원 관계자는 "FCT는 미국이 보유하지 않은 새로운 무기체계를 시험하는 과정으로 미 해군의 요구 난도가 매우 높았다"며 "FCT를 100% 명중으로 마무리하게 돼 자긍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한국군이 최전방에서 비궁을 실제로 운용하고 있다는 점도 신뢰도를 높이는 데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마지막 FCT 사격 시험에는 리사 프란체티 미 해군참모총장이 시험평가 참관을 위해 헬기를 타고 한국 상륙함 천자봉함을 방문하는 등 큰 관심과 기대를 나타냈다.

LIG넥스원이 미국 주도로 하와이 인근 해상에서 펼쳐지는 다국적연합해상훈련인 2024 림팩(LIMPAC)훈련에 참가 중인 해군 천자봉함에서 주요 참석자에게 이번 FCT 시험평가를 최종 통과한 ‘비궁’을 소개하고 있다. LIG넥스원 제공

LIG넥스원은 이번 시험발사 성공을 바탕으로 미국과의 수출 계약 체결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글로벌 시장 확대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다.

LIG넥스원은 지난해 10월부터 미 해군과 소요 제기 활동에 착수, 미 해군이 검토 중인 무인화 운용 개념에 발맞춰 사업화를 진행하고 있다.

실제 계약까지는 미 해군 소요 제기, 예산 확보, 계약 검증 등의 단계가 남아있지만, 한국 유도무기 최초의 미국 수출이라는 기록을 세우기 위해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미국 수출 성사 시에는 미국의 동맹국을 비롯해 세계 각국에서 LIG넥스원의 검증된 무기체계에 대한 수요도 크게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LIG넥스원은 자사가 개발한 중형급 정찰용 무인수상정(해검) 플랫폼 기반으로 비궁을 비롯한 다양한 임무 장비를 탑재할 수 있다고 홍보하고 있다. 현재 중동지역에 수출형 모델 제안한 뒤 구체적인 협의를 진행하는 상황이다.

시험평가를 현장에서 지휘한 신익현 LIG넥스원 대표이사는 "방위산업 불모지였던 나라에서 반세기 만에 미국에 유도무기를 수출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것은 자주국방 실현과 K-방산의 성장을 향한 정부와 군, 기관, 업계의 노력과 염원이 모인 결과"라고 말했다.

정충신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