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 소월 ‘개여울’이 75세 정미조를 노래하게 해”

안진용 기자 2024. 7. 15.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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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살 김소월이 쓴 '개여울', 75세 정미조를 노래하게 합니다."

정미조는 "아이유가 어느 날 ''개여울'을 끼고 살았다'며 리메이크하고 싶다고 음원을 녹음해 공식 발표 전에 '카톡'으로 보내왔었다. 후배들이 '개여울'을 불러준 덕에 제가 요즘 세대에게도 알려질 수 있었다"면서 "스무 살의 젊은 김소월 시인이 어떻게 이런 시를 지을 수 있을까 지금도 존경스럽다. 이제 '개여울'은 제게 분신 같은 존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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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수 정미조, 새 앨범‘75’출시
“‘개여울’은 내 분신 같은 곡
후배들 덕분에 지금도 불려
이효리와 듀엣 ‘엄마’뭉클
노래 끝이 아닌 이제 시작”

“스무 살 김소월이 쓴 ‘개여울’, 75세 정미조를 노래하게 합니다.”

가수 정미조(75·사진)가 열두 곡을 꾹꾹 눌러 담은 새 앨범을 지난 10일 내놨다. 예술가에게 나이는 그야말로 숫자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정미조가 나이를 언급하는 것은 이번 앨범의 제목이 ‘75’이기 때문이다.

정미조는 12일 문화일보와 나눈 인터뷰에서 “처음에는 ‘나 이거 싫다’고 했다. 나이를 굳이 밝히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라면서도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나는 50대 때보다 60대에, 60대 때보다 지금 더 정신이 맑고 선명하고 또 건강하다. 나에게 ‘75’는 끝맺음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라는 의미로 결국 이 제목을 택했다”고 밝혔다.

정미조는 12곡 중 7곡을 듀엣곡으로 채웠다. 이효리, 존박, 김민석, 손태진, 하림 등 쟁쟁한 후배들이 참여했다. ‘안녕’(김민석)에서는 이별의 순간을 담담하게, ‘살아있는가’(하림)에서는 절박한 삶의 순간을 샤우팅으로 노래했다. 남쪽 도시의 낭만적 로맨스를 읊은 ‘통영’(손태진)과 라틴 음악의 매력을 강조한 ‘떠나요’(유채훈)도 일품이다. 그중에서도 인상적인 후배와의 만남을 묻는 말에 정미조는 이효리와 함께 부른 ‘엄마의 봄’을 첫손에 꼽으며 “엄마가 일찍 돌아가셔서 늘 그리움을 품고 지냈다. 이후 ‘엄마’라고 부를 기회조차 없었기에 이 단어가 더 애틋했다”면서 “얼마 전 EBS ‘스페이스 공감’에서 이 곡을 부르다가 마음이 먹먹해져 2절을 못 불렀다. 목이 아닌 마음으로 부르는 노래”라고 소개했다.

정미조는 지금도 ‘개여울’로 기억된다. 1972년 발표한 그의 데뷔곡이다. 이후 심수봉, 아이유, 왁스, 김윤아 등 당대를 대표하는 여성 보컬리스트들이 다시 불렀다. ‘개여울’은 시인 김소월의 시에 작곡가 이희목이 곡을 붙여 탄생됐다. 김 시인이 불과 스무 살인 1922년 발표한 이 시는 50년이 지나 정미조의 ‘개여울’로 다시 빛을 봤다. 그리고 52년째 회자되고 있다. ‘개여울’의 나이도 100살이 넘은 셈이다.

정미조는 “아이유가 어느 날 ‘‘개여울’을 끼고 살았다’며 리메이크하고 싶다고 음원을 녹음해 공식 발표 전에 ‘카톡’으로 보내왔었다. 후배들이 ‘개여울’을 불러준 덕에 제가 요즘 세대에게도 알려질 수 있었다”면서 “스무 살의 젊은 김소월 시인이 어떻게 이런 시를 지을 수 있을까 지금도 존경스럽다. 이제 ‘개여울’은 제게 분신 같은 존재”라고 말했다. 이번 앨범의 타이틀 곡은 ‘통영’과 ‘노라’다. 특히 ‘노라’는 막막함과 불안의 시기를 숙명처럼 견뎌야 하는 청춘을 위한 송가다. 가사 중 “위로하노라” “애도하노라”의 종결 어미에서 ‘노라’라는 제목을 떠올렸다. 정미조는 “이 시대 청춘을 따뜻하게 어루만져주고 싶었다”면서 “젊은 후배들과 협업을 결심한 것도 이 같은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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