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차질 있다? 없다?"…삼성전자 노사 입장차 '뚜렷'
사측 "생산 차질 없어…문제 없도록 대응중"
[서울=뉴시스]이현주 기자 = 삼성전자 노사가 파업에 따른 반도체 생산 차질을 놓고 서로 정반대 주장을 펴고 있어 주목된다.
15일자로 파업 8일차에 접어든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은 파업 첫날부터 8인치 일부 라인에서 가동률이 급감하는 등 생산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사측은 생산 차질이 없다는 공식 입장을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다.
전삼노 노조 간부들은 이날 경기 용인 기흥사업장을 찾아 8인치 라인 앞에서 파업 참여 홍보 활동을 벌인다.
전삼노에 따르면 이번 총파업에는 기흥사업장 8인치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6·7·8라인의 여성 노동자들이 대거 참여했다. 이에 따라 해당 라인 가동률은 기존 80%에서 18%로 하락했고, 주말에는 웨이퍼 투입이 전무해 생산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삼성전자 기흥사업장 6·7·8라인은 아직까지 자동화가 이뤄지지 않은 수작업 반도체 생산 라인이다. 전삼노는 이날 8인치 라인 교대 근무자를 대상으로 파업 참여 독려 집회를 연다.
전삼노 측은 "6·7·8라인에서 일하는 여성 노동자들이 매우 열악한 환경에서 노동하고 있다"며 "가혹한 육체노동으로 인해 소위 '골병'을 달고 살고 있고, 수작업으로 손가락이 뒤틀리고 변형되는 것은 다반사"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사측은 "건강증진, 질병예방, 출장자 건강관리, 작업환경 개선 등 4가지 대표적인 보건 지원을 통해 임직원 건강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삼성전자는 매년 임직원 건강검진을 실시할 뿐 아니라 근골격계 예방운동센터를 운영하고, 작업환경에서 유해 인자를 측정·제거하는 활동도 병행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노조의 생산 차질 발생 주장에 대해서도 사측은 사실과 전혀 다르다는 입장이다.
삼성전자 측은 "파업으로 인한 생산 차질은 없고, 향후에도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적극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부 삼성전자 직원들도 첨단 반도체 라인의 경우 상당 부분 자동화가 되어 있어 파업 여파가 적다고 분석한다. 상대적으로 수작업 비중이 높은 8인치 공정에 노조가 화력을 집중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다.
8인치 공정은 자동차·가전 등에 쓰이는 레거시(구형) 반도체를 위탁생산하는 파운드리 라인이다. 삼성전자 전체 반도체 부문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낮은 데다 가동률이 떨어져도 생산 차질에 미치는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진단이다.
실제 삼성전자의 지난 1분기 실적 발표를 보면 반도체를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영업이익은 1조9100억원이다.
삼성전자는 반도체별 세부 실적을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이중 D램과 낸드플래시를 포함한 메모리 반도체는 3조원 가까운 흑자를 낸 반면, 시스템LSI와 파운드리는 8000억원에 가까운 적자를 보인 것으로 추산된다.
업계 관계자는 "DDR5 등 주력 제품의 라인이 멈춘다면 생산 차질 여파가 크겠지만 8인치는 비중이 미미한 만큼 라인 가동률이 떨어진다 해도 여파가 적을 수 있다"며 "실제 생산 차질이 있다면 추후 실적 발표를 통해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전삼노는 삼성전자 내 5개 노조 중 최대 노조로 조합원 수는 3만2000여명이다. 이는 삼성전자 전체 직원(약 12만5000명)의 25.6% 수준으로, 노조원 상당수는 반도체 부문 소속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의 글로벌 영향력을 감안할 때 전삼노 파업 이후 외신들은 관련 소식을 신속하게 전하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삼성전자 노조, 반도체 생산 중단 위해 무기한 파업 선언'이라는 제목으로 관련 내용을 보도했으며, 영국 BBC 등도 전삼노 파업 소식을 알렸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날 삼성전자가 노조의 파업으로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으며, 국내 경쟁사인 SK하이닉스에 엔지니어를 뺏길 위기에 처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동시에 반도체 경력직 사원을 뽑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lovelypsych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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