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진 한경협 회장 “이민 받아야···트럼프 걱정 안 해도 돼”
류진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 회장은 저출생 대책으로 “먼저 이민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돼도 “한·미 관계는 변함없을 것”이라며 “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15일 한경협에 따르면 류 회장은 지난 12일 ‘2024 한경협 최고경영자(CEO) 제주하계포럼’을 겸해 제주 서귀포시 한 식당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류 회장은 저출생 대책에 대해 “(현재) 인구를 유지하려면 먼저 이민을 받아야 한다”며 “기독교나 불교 등 종교가 같은 나라, (예를 들어) 필리핀 등의 나라에서 이민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우리는 입양을 피하는 문화가 있는데 입양 문화를 바꿔야 한다”고 했다.
류 회장은 “출산율 문제에 대해 다른 기업들과 상의도 많이 하고 한경협에서 타운홀 미팅을 하면서 출산율이 왜 낮은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인구위기에 대해서는 기업들도 심각하게 느끼고 있다. 내수시장이 위축되고, 일할 사람이 줄어드는 것은 기업 생존과 직결된다”며 “정부가 인구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하고 인구전략기획부를 신설하는 방안을 내놨는데 기업도 이에 적극 부응해서 함께 뛰겠다”고 말했다. 한경협은 저출생 대책 등을 논의하기 위한 미래전략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류 회장은 미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 각종 불확실성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 “어려워지는 상황이 있겠지만 편한 면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류 회장은 영어에 능통하고, 미국 정재계 인사들과 긴밀한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어 ‘미국통’ 경제인으로 통한다.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 같은 경우 미국에 투자한 기업은 미국 기업이랑 똑같이 대해 준다는 기조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기업들은 현재 (미 민주당에 우호적인) 노조가 없는 주에 대체로 진출해 있다”며 “조 바이든 대통령의 경우 노조와 관련된 기업을 생각할 것이기 때문에 우리에게 마이너스일 수 있지만 그런 면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과 (한국 기업이) 맞을 수 있다”고 했다.
류 회장은 또한 “한·미·일, 세 나라가 합쳐서 뭔가 한다고 하면, 트럼프 전 대통령도 협조적일 것”이라며 “트럼프 전 대통령 밑에 재무장관이나 국무장관을 할 것으로 예상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분들도 한·미·일 관계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이것만큼은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 있을 것이기 때문에 큰 걱정 안 해도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북한 문제도 본인(트럼프 전 대통령)이 김정은과 대화를 시작하겠다고 했는데, 우리가 지켜보는 범위 안에서 (대화)하게 되면 (한·미 관계 등이) 어려워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류 회장은 기업 규제와 관련해 “우리 기업은 발목에 모래주머니를 차고 뛰는 형국”이라며 “세계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하는데, 가벼운 몸으로 뛰는 경쟁국을 상대하기에는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유통기한이 지난 규제는 하루빨리 업데이트하거나 없애야 한다”고 강조했다.
방위산업 기업 풍산그룹 회장인 류 회장은 다음달 22일 한경협 회장 취임 1주년을 맞는다. 앞서 한경협 전신인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돼 위상이 추락했고 지난해 9월 한경협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류 회장은 지난 1년에 대해 “평생 이렇게 열심히 한 적이 없고, 본업에서 이렇게 했으면 돈을 더 많이 벌지 않았을까 싶다”며 “(한경협을) 제자리에 가져다 놓으려고 열심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경협에 재가입한 삼성그룹 등 4대 그룹의 활동과 회비 납입이 아직 활발하지 않다는 지적에는 “강요는 하지 않고 있지만 잘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병한 기자 silverm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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