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러 후방 공격 승인에 하르키우 전역 ‘숨통’

벨고로드 지역 러 자산 공격
크림반도에도 공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왼쪽)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올렉산드르 시르스키(왼쪽 두번째) 지상군 사령관으로부터 보고를 받고 있다. [로이터]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 미국 등 서방이 지원한 무기를 러시아 영토에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 받은 이후 우크라이나가 전선에서 다소 숨통이 트이고 있다. 다만 러시아의 공세를 완전히 막아내고 전황을 공세적으로 전환하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14일(현지시간) CNN은 우크라이나 보안국(SBU) 관계자를 인용해 미국과 다른 서방 동맹국들이 서방 무기를 사용해 러시아 영토 내부를 공격할 수 있도록 허가하면서 전황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는 서방이 지원한 무기가 도착하면서 북부 하르키우 전선에서 러시아의 공세를 효과적으로 막아내고 있다. 수도 키이우와 멀지 않은 하르키우 전선이 밀릴 경우 우크라이나의 군사적 위기가 증폭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자 미국과 유럽 각국은 자국이 지원한 무기를 러시아 영토 내부에 사용할 수 있도록 승인했다.

이에 우크라이나 군은 벨고로드 지역의 지휘소와 보로네시의 탄약고, 크라스노다르 드론 관련 시설과 비행장, 브랸스크 통신센터 등을 타격했다. 특히 장거리 에이테큼스(ATACMS)를 이용해 러시아 비행장을 공격하면서 드론을 이용했을 때보다 효과적으로 러시아 공중 공격을 사전에 견제할 수 있게 됐다.

콘라드 무지카 로찬컨설팅 국방분석가는 “우크라이나가 벨고로드 지역의 목표물을 고속포병로켓시스템(HIMARS)를 이용해 타격할 수 있게 되면서 러시아는 더이상 S-300과 S-400을 이용해 하르키우 지역을 공격할 수 없게 됐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전황과 위성사진 분석을 통해, 서방에서 지원받은 ATACMS 등으로 무장한 우크라이나가 크림반도를 핵심 목표로 삼아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NYT는 미국의 미사일 지원 덕분에 우크라이나가 처음으로 크림반도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되었으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미사일 교전이 러시아의 일방적 공격에서 상호 양방향으로 바뀌었다고 전했다.

러시아는 2014년 우크라이나로부터 크림반도를 강제 병합한 이후, 이를 세력 확장의 통로로 활용해 왔다.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 이후에는 남부 전선으로 병력과 군수품을 보급하는 병참 기지로 사용하고 있으며, 러시아 해군 함대 사령부도 이곳에 주둔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성지'라고 부를 정도로 크림반도에 대한 집착을 보이고 있다.

미국 정부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 계기로 열린 우크라이나와의 정상회담 이후 2억2500만달러(3100억원) 규모의 신규 군사지원 패키지를 발표했다. 여기에는 패트리엇 방공미사일 시스템과 HIMARS 등 무기체계와 관련 탄약이 포함됐다.

다만 이같은 변화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군을 자국 영토에서 몰아내기에는 아직 역부족이라는 게 현장의 판단이다. 제148독립포병여단 소속의 장교는 CNN에 “전세를 역전시키는 것 만으로는 충분치 않다”면서 “적은 지쳤지만 완전히 파괴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CNN은 “러시아가 여전히 제공권을 쥐고 있고 5월에 발표된 새로운 동원령에도 불구하고 새로 동원된 군인들이 훈련을 받고 최전선에 배치되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이들이 투입될 8월까지는 러시아가 이득을 얻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why37@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