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기술을 빌려 모델링 작업의 혁명을 꿈꾼다: 클레이디스 [긱스]

2024. 7. 15.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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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글로벌 AI스타트업 사례연구②]
3D 캐릭터 혁신 스타트업 ‘클레이디스’
장용석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경영학부 교수
이 기사는 프리미엄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한경 긱스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생성형 AI를 활용한 3D 캐릭터 혁신 스타트업 ‘클레이디스’]

-글로벌 앙트러프러너십과 루크안의 도전: 서울대 졸업 후 UC 버클리 하스 비즈니스 스쿨에서 MBA를 마친 루크안 대표는 실리콘밸리에서 인공지능 테크 스타트업 창업에 도전 중이다.

-Claythis의 혁신적인 기술: 게임 산업에서 2차원 그래픽을 3차원 모델로 변환하는 과정의 비효율성을 해결하기 위해 AI를 활용하여 몇 주 걸리는 작업을 단 몇 분으로 단축시키는 혁신적인 기술을 개발하였다.

-운영 효율성과 비즈니스 모델: Claythis는 생성형 AI를 사용해 3차원 오브젝트를 생성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며, 게임 스튜디오를 주요 타겟으로 한다. 또한, 상품당 과금 방식과 B2B SaaS 모델을 통해 안정적인 수익 흐름과 확장성을 확보하였다.

-국제 시장 진출 전략: 루크안 대표는 버클리에서 MBA 과정을 통해 미국 문화에 적응하고, 미국 시장에서 성공적인 비즈니스를 구축하였다. 또한, 국제시장을 꿈꾸는 동료 창업가들에게 문화적 장벽을 극복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루크 안 대표의 꿈

글로벌 앙트러프러너십이라는 용어가 있다. 우리말로 풀어 보자면, 국제적 창업활동 즈음이 될 것이다. 국내에서는 인하대가 특화된 교육과정을 제공하는데, 따로 우리말로 번역하지 않고 영어를 그대로 쓰기로 한 듯 하다. 용어를 직관적으로 이해하면 여러 가지 갈래가 있겠다. 내국인이 해외에 창업하는 경우, 외국인이 국내에서 창업하는 경우, 그리고 여러 나라에 걸쳐 창업활동을 하는 경우 등등이 있겠으나, 어쨌거나 다른 국가로 사업을 확장하거나 ‘진출’하는 모습이 공통적으로 연상된다. 이번에 소개할 스타트업은 조금 특이하다. 한국 창업가가 미국에서 창업을 한 경우로써, 내국인이 외국에 창업한 경우에 해당이 되지만, ‘진출’을 했다고 보기엔 다소 무리가 있기 때문이다.

루크안(Luke Ahn) 대표(이하 안 대표)는 내국인, 즉 한국 사람이다. 영어 이름, 미국에서 창업활동을 하는 경력 등등과 달리 그는 그냥 우리말 잘하는 한국 사람이다. 그가 미국에서, 그 중에도 전 세계 혁신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북캘리포니아에서 창업을 한 것은 이유가 있다. 첫째, 안 대표는 서울대를 졸업한 후 버클리 대학의 하스 비즈니스 스쿨(Haas School of Business, University of California Berkeley)에서 MBA 학위 과정을 졸업했다. 버

클리가 위치한 곳이 바로 북캘리포니아 버클리 지역이며 이곳은 혁신의 상징인 실리콘 밸리와 매우 가까운 곳이다. 특히 버클리의 하스 경영대학은 테크기업으로 둘러싸인 환경의 장점을 극대화하고자 공대와의 연계를 통한 기술창업가 양성에 힘쓰고 있다. 하스의 MBA 졸업생이 전 세계 혁신의 상징인 베이지역(Bay area- a.k.a silicon valley)에서 기술 창업을 한 것이니 학교로서도 모범 졸업생으로 꼽을 만하다.

 클레이디스의 혁신

Claythis(이하 클레이디스)가 주목한 분야는 게임산업이었다. 그 중에서도 2차원 그래픽으로 밑그림을 그린 게임캐릭터를 3차원 모델로 만드는 과정에서 문제를 발견했다. 엑스세대 독자분들, 과거에 페르시아왕자의 2차원 캐릭터의 유려함에 놀라셨겠지만, 요즘 엠지들은 토이스토리의 우디 같은 3차원 캐릭터로 게임을 한다. 그런데 3차원 캐릭터를 만드는데 소요되는 시간이 길게는 몇 주나 걸린다는 것이다. 인공지능이 나선다면 어떨까. 몇 주나 걸리는 작업을 간 백분의 일 아니 천분의 일로 줄인다면 어떨까. 그렇다면 그것이 혁신일 것이다- 이것이 안 대표의 비전이다.

인공지능은 빅테크들의 영역인 듯한데, 스타트업으로서 경쟁력이 있을까. 챗지피티를 만든 오픈에이아이와 같은 빅테크들은 언어 및 비디오 영역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지만, 클레이디스와 같은 이미지 계열에서는 스타트업이 우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안 대표의 판단이다. 미드저니 같은 회사들도 물론 스테이블 디퓨전(Stable diffusion)의 기술에 기반하고 있지만, 스타트업이 특유의 민첩성을 가지고 시장을 공략한다면 아직은 기회가 있다는 것이다. 대기업이 하지않는, 대기업이 상대적으로 비효율적인 분야에 먼저 깃발을 꽂은 것이다.

요컨대 클레이디스는 전통적인 2차원 이미지에서 벗어나 생성형 AI를 사용하여 3차원 오브젝트를 생성하는 데 특화되어 있다. 주요 타겟 시장은 게임 스튜디오로서, 생성형 AI를 동원하여 간단한 소스에서 3차원 캐릭터를 빠르게 생성하는 서비스를 한다. 개념적으로 보자면, 스타트업의 핵심은 가치창출이다. 그냥 가치창출이 아니고, 대기업은 하지 않는, 아니 하지 못하는 종류의 가치 창출이다. 클레이디스가 제공하는 가치의 핵심은 운영 효율(operational efficiency) 혁신이다. 스튜디오가 제작한 2차원 모델 혹은 단순한 텍스트 프롬프트를 사용하여 3차원 모델을 생성하여 상품으로 판매하는데, 이때 고객의 입장에서는 기존의 방식으로는 몇 주가 걸리던 작업을 짧은 순간으로 줄이는 혁신을 경험하게 된다.

클레이디스 유튜브 캡처.


이와 같은 거래를 위해 클레이디스는 상품당 과금 방식(Pay-as-you-go)과 B2B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 모델을 복합적으로 운영하여 수익을 창출하는데, 이를 통해 안정적인 수익 흐름과 확장성의 장점을 확보하게 된다. 이때 고객사는 클레이디스의 웹사이트에 2차원 모델을 업로드하여 3차원 모델을 제작할 수 있다. 한편, 게임 스튜디오가 직접 캐릭터를 생성하도록 지원하기 위해 API 통합도 지원하여 클레이디스가 제공하는 솔루션을 고객 스스로 체험하도록 기회를 제공한다.

3차원 캐릭터가 필요한 게임 스튜디오라면 미국 현지는 물론 국내의 게임 스튜디오들이라도 클레이디스의 고객사가 될 수 있다. 일단은 게임 스튜디오지만, 장기적으로는 비디오 크리에이터까지 서비스 제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클레이디스의 기술 확보 전략

인공지능 기술에 조예가 깊으신 한경 독자분들이라면 디퓨전(Diffusion)이라는 용어를 들어 보셨을 것이다. 클레이디스는 주로 디퓨전 모델을 사용한 소설 뷰 합성을 포함한 고급 AI 모델에 기반을 두고 있다. 이 접근법은 L2 최소화를 통한 손실 함수 최소화를 목표로 하며, 이미지 품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업스케일링 기술을 사용한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 기술은 어디서 어떻게 확보했을까. 클레이디스는 3차원 캐릭터 생성에 관련된 모든 인공지능 기술을 사내에서 직접 개발한다고 한다. 구입하거나 빌려 쓰는 대신 직접 개발하기로 한 전략적 선택을 한 것이다. 여기에는 클레이디스가 추구해주는 상품을 생산해 주는 완성된 상품이 시장에 존재하지 않는 것도 하나의 이유이다. 없으니까 만드는 것이다. 유사 사업체도 전 세계적으로 두세 곳 정도밖에 없다고 한다. 이와 같은 상황으로 현재로써는 사업화를 위한 기초기술의 개발에 집중하는 단계에 있다.

 테크 스타트업의 PTS- 복제기술, 아니 기술복제의 위기

그런데 만약 빅테크가 이미지 분야에 뛰어든다면 어떻게 될까. 수많은 스타트업들이 대기업에게 사업을 빼앗기고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진 것을 목격한 엑스세대 한경 독자님들에게는 일종의 대기업 PTS 같은 것이 있다. 투자실패 가능성이 큰 고위험을 부담하고혁신에 성공해 놨더니 대기업 혹은 카피캣이 나타나서 과실을 훔쳐가는 경우를 너무도 흔하다. 수 많은 투자자들이 창업가에게 특허권 유무를 확인하는 것도 같은 이유이다. 너희 기업이 혁신을 추구한다면, 그 혁신이 창출해 내는 이윤을 어떻게 수확하며 보호할 것인가, 라는 질문이다.

이와 같은 이유로 스타트업은 여러 가지 전략적 선택을 한다. 전술한 대로 특허나 상표권 등을 통한 법적 보호장치를 추구하는 게 한 방법이다. 그런데 그러한 법적 보호장치 명성에 비해 별로 인기가 없다는 점은 널리 알려져 있지 않다. 법률비용 등 초기 비용이 많이 들고 필수비용으로 간주한다고 하더라도 입증의 어려움 등으로 기술 방어의 효과가 미비하기 때문이다. 자본의 압박을 감내해야 하는 스타트업에게는 추가적인 부담이며, 늘어지는 소송기간 탓에 빠르게 변하는 테크 스타트업 신에서는 승소의 가치가 크지 않다.

이러한 이유로 법적 보호장치 외에 다양한 전략적인 접근을 시도한다. 이때 시장진입 직전까지 물밑에서 작업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마치 악어가 기습 공격을 할 때 수중에 숨어 있다가 사냥감 바로 앞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것처럼, 개발기간 동안 최대한 숨죽여서 작업하는 것이다. 물론 인지도를 포기해야 하니 투자유치에 불리하다. 그런데 이렇게 갑자기 시장에 등장하게 되면 이미 수년간 벌어진 기술격차라는 천연진입장벽으로 인해 대기업이든 카피캣이든 정면승부가 힘들어 지는 상황을 만들게 된다. 클레이디스가 창업 후 지금까지 소위 잠행모드(stealth mode)를 유지하는 이유이다. 이러한 선택은 클레이디스가 현재 단계에서 ‘영업’ 대신 ‘개발’에 방점을 두는 전략적 선택과 궤를 같이 한다. 대중의 인지도를 포기하는 선택인 잠행모드는 고객과의 접점이 떨어지게 마련인데, 개발에 방점을 둔 선택이라면 전략적인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이다.

 업계 최초의 회사

클레이디스가 잠행모드를 통해 사업을 준비하는 이유는 또 있다. 최초 진입자라는 지위의 장점(first mover advantage)을 극대화하기 위함이다. 클레이디스는 3D 오브젝트를 생성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드는 최초의 회사 중 하나이다. 기성품 솔루션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 상황이라면 스타트업에게 우호적인 환경이라고 할 수 있다.

산업생명주기 (Industry life cycle theory)에 따르면 산업은 혁신과 함께 태동되어 도입기, 성장기, 성숙기, 쇠퇴기 4 단계를 거치게 된다. 레이저라는 혁신적인 제품이 등장하며 신산업이 등장하게 된 것이 대표적인 예이며, 인공지능 역시 우리 시대의 살아 있는 예가 될 것이다. 특히 인공지능과 같은 범용기술 (general purpose technology)이 등장했을 경우 스타트업은 범용기술을 상용화 하는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빅테크는 범용기술의 개발 및 고도화를, 스타트업은 이를 개별 분야에 적용한 상용화를 맡는 일종의 분업 구조가 형성된다. 이때 스타트업은 표준화되어 있지 않은 산업초기의 특성을 활용하여 시장을 공략한다. 따라서 아직 다른 상품에 노출되지 않은 고객들을 선점하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물론 시장검증 등의 역할까지 해야 하므로 시행착오를 겪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산업의 특성에 따라 최초 진입자는 시장을 장기적으로 지배할 수도 있다.

클레이디스와 같이 개인 고객이 아닌 사업체를 대상으로 하는 사업의 경우 장단기 계약을 통해 일정 정도 사업파트너로서 지위를 보장 받는 장점도 누릴 수 있으며, 이때 클레이디스의 상품이 산업표준으로 자리 잡는다면 장기적인 시장지배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된다. 초기 사업의 성공에 따라 클레이디스라는 브랜드가 제공하는 서비스 분야의 선도 사업체로 인식된다면 높아진 브랜드 인지도(Brand recognition)가 천연 진입장벽으로 작용하기도 하며 홍보효과라는 추가적인 혜택으로 산업 내의 경쟁적 지위 확보 및 유지에 유리해진다.

 인종, 국경도 문화적 차이도 걱정할 필요가 없는 세계시장 진출

국제화 전략으로 다시 돌아가 보자. 클레이디스는 어떤 식으로 해외시장에 진출했을까. 간략하게 정리하자면 한국 유학생이 미국 대학을 나와 현지에서 미국 사업체를 대상으로 사업을 진행하는 모델이다. 만약 클레이디스가 인공지능 대신 ‘돼지국밥’ 사업을 했다면 어땠을까. 최근 뉴욕타임즈는 올해 꼭 먹어봐야 할 음식으로 ‘돼지국밥’을 선정했다. 그런데 영상을 통해 보게 된 뉴욕의 돼지국밥의 모습은 우리가 아는 돼지국밥과 많이 달랐다. 뚝배기에 뼈다귀와 탁한 국물이 뒤죽박죽 얽히고 섥힌 우리가 아는 그 돼지국밥 대신 맑은 국물에 얇게 저민 돼지고기 순살이 살포시 올려진 모습이었다. 한국의 맛으로 미국 고객을 사로잡기 위한 현지화의 결과였을 것이다. 미국인 평론가는 이에 대해 일본의 고가 스시집은 마치 일본문화를 주입하려는 듯한 접근이라면, 뉴욕의 한식집들은 뉴요커들과 대화를 시도하려는 모습이 연상된다고 평했다.

요컨대, 안 대표와 같은 국제창업가는 현지화를 염두에 두고 사업타당성 검토를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다. 국제경영전략에서는 이와 같은 경우 케이지 모델 CAGE (Cultural, Administrative, Geographic, Economic Distance) distance model이라는 개념틀을 통해 시장 타당성을 평가한다. 케이지 모델은 국제비즈니스의 경우 현지의 문화적, 행정적, 지리적, 경제적인 차이에 근거하여 시장 타당성이 결정된다는 발상에 근거하고 있다. 전술한 돼지국밥 사례에 우리 모두가 놀랐던 것은 우리 모두가 돼지국밥과 뉴욕은 너무도 어울리지 않는 조합인 것을 본능적으로 알기 때문이다. 즉 돼지국밥과 뉴욕의 ‘문화적 거리’가 멀어도 너무 멀다는 것이다. 클레이디스가 위치한 북캘리포니아와 한국은 물론 ‘지리적 거리’가 멀다.

행정적 거리는 어떨까. 인공지능과 같은 분야에서도 때로 ‘문화적 거리’가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 클레이디스가 인공지능으로 교육사업에 뛰어 들었다면, 한국과 미국의 교육 시스템이나 언어 문제와 같은 ‘문화적 거리’를 극복하는 것이 쉽지 않은 과제였을 것이다. 클레이디스의 선택은 ‘게임’ 산업이었고, 인종도 국경도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공간에는 ‘지리적’, ‘문화적’ 거리는 주요 고려대상이 아닐 것이다. 적어도 주요 상품의 현지화의 문제에 있어서는 그렇다. 그러나 회사는 조직이고, 조직의 문제에서 ‘문화적 거리’는 중요하다.

다행히 클레이디스의 창업자 안 대표는 버클리에서 MBA를 하면서 미국 문화에 적응하는 기간을 거쳤다. 이후에도 다수의 창업가를 지원하고 컨설팅하는 경험으로 미국으로 진출하려는 한국 창업가들과 협업을 통한 경험을 쌓았다. 이와 같은 경험에 비추었을 때, 안 대표는 외국 시장 진입 시 문화적 이해가 중요하다고 후임 창업가들에게 조언한다. 안 대표는 이어 최고 경영진의 직접적인 참여를 권장하며, 미국 시장에서의 경험이 없는 회사는 문화적 장벽으로 인해 실패 확률이 높다고 지적한다. 경우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라도 해외시장 진출에 있어 문화적 장벽을 극복하는 것은 공통적으로 중요한 과제라는 것이다.

장용석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경영학부 교수


[한경 공동기획 글로벌 AI스타트업 사례연구]

0. 오프닝
1. 마키나락스
2. Claythis
3. 네이션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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