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타고 집에 가” 불호령에 정신 번쩍

김은진 기자 2024. 7. 15.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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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그 최초 ‘선발 400G 등판’ 양현종이 떠올린 9명의 얼굴들
KIA 양현종이 지난 10일 잠실 LG전을 마치고 리그 최초 400경기 선발 등판 기록을 축하하는 이범호 KIA 감독과 하이파이브 하고 있다. KIA 타이거즈 제공


강하게 키워준 칸베 코치님
아파도 믿어준 선동열 감독님
진짜 사람 만들어준 김기태 감독님…
한분만 없었어도 못이뤘을 기록


양현종(36·KIA)은 지난 10일 잠실 LG전에서 또 한 번 두 가지 대기록을 세웠다. 리그 최초의 400경기 등판에서 리그 역대 3번째로 11년 연속 100이닝을 던졌다. 양현종은 프로야구 사상 유일하게 400경기에 선발 등판한 투수다.

이미 역대 최다 선발 등판 기록을 넘긴 지 오래인 양현종은 이날 경기 직후에는 “그냥 던진 경기 수인데”라며 큰 감흥이 없었다. 그러나 이튿날인 11일 “어제 경기 마치고 숙소에 가서 자려고 누웠다. 400경기라고 생각을 막상 하니까 엄청 어렵게 훈련하고 그랬던 어릴 때부터 쭉 떠올랐다. 그래서 생각난 분들이 아홉 분 있었다”고 말했다. 양현종이 떠올린 얼굴은 조범현·선동열·김기태 전 감독과 투수코치였던 이강철·칸베 토시오·이대진·김정수·홍우태·서재응 코치다. 양현종이 KIA 입단한 뒤 리그 에이스로 성장할 때까지 함께 했던 사령탑과 투수코치들이다.

양현종은 2007년 입단해 2009년 풀타임 선발로 처음 던졌다. 조범현 감독과 칸베 코치, 이강철 코치가 양현종을 선발로 발탁했다. 그때만 해도 어려서 의지가 약했던 양현종은 선발을 준비하던 그해 일본 스프링캠프에서 “비행기 타고 집으로 가버리라”며 귀국 티켓까지 구단에 요청한 칸베 코치의 불호령에 정신을 번쩍 차린 적도 있다. 지금까지도 연락을 주고받는 은사다.

칸베 코치


양현종은 “운이 좋았다. 우리 팀 성적이 좋지 않아서 신인임에도 선발 테스트 많이 받았고 많은 이닝 던져보면서 선발로 발탁이 될 수 있었다. 이강철, 칸베 코치님은 나를 봐주는 게 없었다. 무조건 많이 시키고 많이 얘기해주셨다. 정말 강하게 키우셨다. 그때가 없었으면 지금처럼 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현종은 “김정수 코치님도 내가 신인 때 불펜 코치님이셨다. 참 좋은 분이다. 그 뒤 2군에 계시다 2013년에 다시 1군에 오셨는데 ‘많이 컸구나’ 하면서 기특해하셨다. 그러고나서 이대진, 서재응 코치님이랑은 정말 오랫동안 함께 하면서 내가 선발 투수로 성장할 수 있었다. (2017년)우승했을 때 같이 했던 홍우태 코치님도 진짜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다. 지금까지도 연락하며 지낸다”고 했다.

선동열 감독


선발로 발탁된 첫 시즌 KIA가 우승을 하고 3년간 선발로서 좋은 성적을 낸 양현종은 1년간 어깨 통증으로 방황의 시간도 겪었다. 양현종은 “선발로 발탁돼서 던지고 팀 성적이 나다보니 광저우 아시안게임에 국가대표로도 가볼 수 있었다. 2011~12년은 어깨가 아파 어쩔 수 없었지만 그 뒤 다시 선발로 돌아왔을 때도 이닝을 많이 던지게 해주셨다. 그때가 선동열 감독님이다. 아프고 부진했었는데도 그냥 나를 믿어주셨다. 나를 선발 투수로 업그레이드 시켜주신 분이다”며 “그 뒤 선발로 자리를 잡고 나 자신도 선발 투수구나 생각할 수 있게 됐을 때는 김기태 감독님이 완전히 에이스로 대우를 해주셨다. 김기태 감독님은 나를 진짜 사람으로 만들어주셨다. 리더십을 그때 많이 보고 배웠다”고 했다.

김기태 감독


양현종은 “내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그때그때 그 감독, 코치님들이 필요한 방식으로 나를 가르쳐주셨다. 물론 내가 아프지 않고 꾸준히 던졌기 때문에 기회도 얻을 수 있었겠지만, 내가 계속 잘 한 건 아니었는데 그때마다 나를 컨트롤 해주는 분이 계셨다. 이 아홉 분 중에 한 분만 안 계셨어도 내가 지금 400경기 선발 등판을 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보다 좋은 감독, 코치님을 만났을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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