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가해’ 방치하는 플랫폼, ‘사이버레커’의 해명은 ‘수익’이 된다[플랫]
자극적 해명 영상도 수익으로…일각 “정부 규제 필요”
유명 ‘먹방’ 크리에이터 쯔양의 교제폭력 사건을 빌미로 협박을 공모한 유튜버들을 향한 비판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사이버레커’(온라인의 부정적 이슈에 관한 영상을 제작해 이익을 챙기는 사람)로 불리는 이들에 대한 공적 제재와 유튜브 플랫폼 차원의 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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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레커 유튜버들은 주로 부정적 사건 요약, 폭로성 콘텐츠 등으로 수익을 올린다. 사실 확인 과정 등을 생략하고 진실 여부가 부정확한 정보나 자극적인 영상 등을 재빠르게 올려 ‘반짝 유행’으로 조회수와 구독자 수를 늘리는 식이다.
쯔양을 협박한 것으로 알려진 유튜버들은 사건이 언론에 보도된 후 이를 또다시 콘텐츠로 재생산해 사건 당사자에게 ‘2차 가해’를 하고 있다. 이들은 검찰이 수사에 착수한 이후 “검찰에 자진 출석하겠다” “해명하겠다”는 식의 영상을 계속 올리고 있는데, 이런 영상 역시 고스란히 그들의 수익으로 이어진다.
가해자로 지목된 유튜버 ‘구제역’이 지난 12일 올린 관련 영상은 조회수 95만회에 달했다. 해당 협박을 폭로한 유튜버 ‘가로세로연구소’(가세연) 역시 영상을 올리기 전 쯔양 측의 동의를 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누리꾼들은 “가세연이 2차 가해를 했다” “영상을 소비하지 말아야 한다”며 비판하고 있다.
이 같은 ‘조회수 경쟁’은 극단적인 범죄로 이어지기도 했다. 지난 5월 한 유튜버가 부산지법 청사 앞에서 또 다른 유튜버를 살해한 사건이 대표적이다. 마약에 취해 차를 몰다가 행인을 치어 숨지게 한 ‘압구정 롤스로이스 사건’ 가해자의 지인을 협박해 3억원을 가로챈 한 유튜버는 지난 4월 공갈 혐의로 구속됐다.
유현재 서강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유튜브에서 탈법적인 유튜버에 수익을 제공하고 실버·골드버튼 등을 주는 것 자체가 금전적 수익을 우선하라는 암시적인 메시지를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2월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들의 92.6%가 ‘사이버레커가 근절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요인’으로 ‘콘텐츠 생산자의 비윤리성’을 꼽았다.
문제는 이들을 규제할 제도적 수단이 없다는 점이다. 유튜브는 방송에 해당하지 않아 방송법의 적용을 받지 않고 사실상 강제성이 없는 자율 규제로 운영된다. 유튜브 측이 불법·혐오 콘텐츠를 제대로 제재하지 않는다는 우려는 계속 제기돼왔다. 유 교수는 “유튜브가 불법 콘텐츠에 대해 방조를 넘어 동조하는 상황”이라며 “이런 이슈가 불거질 때만 잠깐 제재 방안 논의가 나오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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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폭력방지법’ 제정 등과 별개로, 전문가들은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유승현 한양대 언론정보대학원 교수는 “유튜브 생태계 내의 문제가 점점 심각해지고 있어서 정부의 직접적 규제가 필요하다”며 “정부가 플랫폼들을 관리·감독하거나 수용자들과 함께 이용자위원회 등 거버넌스를 만들어 논의하는 대책 등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규제 강화에만 무게가 실리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양정애 한국언론진흥재단 책임연구위원은 “무조건 처벌 신설 등 새로운 법 제정을 우선하기보다 사이버레커 문제는 다각도로 접근해야 해결할 수 있다”며 “제작자는 콘텐츠를 만들 때 윤리 의식을 갖추어야 하고, 수용자도 유해한 콘텐츠를 선별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교육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 배시은 기자 sieunb@khan.kr
검찰이 1000만명이 넘는 구독자를 보유한 ‘먹방’ 유튜버 쯔양(본명 박정원)의 과거를 폭로하겠다고 협박한 ‘사이버레커’ 유튜버들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쯔양이 전 남자친구의 교제폭력을 공개한 데는 쯔양을 협박한 폭로 전문 ‘사이버레커’ 유튜버들이 있었다는 고발장이 접수된 것이다. 쯔양이 수년간 교제폭력을 당한 것도 모자라 이 문제로 사이버레커들에게 ‘2차 가해’까지 당했다니 너무나 충격적이다.
쯔양은 지난 11일 전 남자친구 A씨에게 4년간 교제폭력을 당한 사실을 공개했다. A씨에게 협박을 받아 술집에 일을 나가고 둔기 등으로 거의 매일 폭행을 당했으며, 불공정 계약으로 40억원에 달하는 수익을 하나도 받지 못했다고 한다. 쯔양은 A씨를 고소했으나 그가 사망함에 따라 사건은 종결됐다. 그러나 ‘사이버레커’ 유튜버들이 이 얘기를 약점 삼아 금전을 요구했고, 가로세로연구소가 이런 정황이 담긴 통화 녹취까지 폭로하면서 쯔양은 그의 악몽을 털어놓을 수밖에 없었다. 이 사건은 유명인의 과거나 약점을 소재 삼아 조회수·이익을 노리는 유튜브 생태계의 어두운 면을 그대로 보여준다.
이슈만 터지면 득달같이 달려드는 사이버레커들의 폐해는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영상을 많이 보기만 하면 돈을 버니 가짜뉴스 양산부터 불법적 행동까지 서슴지 않는다. 입으로는 ‘정의 구현’을 외치면서 당사자들이 원하지 않는 사실을 폭로해 사적 제재를 하거나, 치부를 폭로하지 않는 조건으로 돈을 뜯어내는 일까지 벌어진다.
국민도 사이버레커가 횡행하는 문제의 심각성에 공감한다. 올 초 한국언론진흥재단 설문조사에서 ‘사이버레커가 사회적 문제라는 데 인식하나’라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의 92%가 ‘동의한다’고 답했다.
그러나 유튜브는 방송법의 적용을 받지 않아 자율 규제에 기대고 있다. 정보통신망법에 따라 유해 콘텐츠엔 시정 권고를 할 수 있지만, 사후 조치라 피해를 막기엔 역부족이다. 더 이상 피해자의 아픔을 돈벌이에 이용하는 유튜버들의 행위를 방치해선 안 된다. 검찰은 이 사건을 철저하게 수사해 위법 행위는 엄벌해야 한다. 유럽은 플랫폼 기업에 대해 불법 유해 콘텐츠를 제거하고 이를 어길 경우 과징금을 부과하는 디지털서비스법(DSA)을 시행하고 있다. 여야도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법·제도의 허점과 미비점을 따져 보완 입법에 적극 나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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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팀 기자 fla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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