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진 한경협 회장 “트럼프 당선돼도 한미관계 변함 없을 것”

트럼프 참모진, 한미일동맹 중요성 인식
한국, 제도·출산율·산업구조 해결 필요
“평생 이렇게 열심히 한 적이 없어”

류진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 회장은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해 “당선돼도 한미관계는 변함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류 회장은 지난 12일 제주도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미일이 힘을 합치는 상황에서 트럼프 후보가 대통령이 돼도 협조적일 것”이라며 “특히 트럼프 참모들은 한일미 관계 중요성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큰 걱정 안해도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당선 시 보호무역주의 강화 가능성에 대해 “민주당은 미국기업을 보호하는 경향이 있는 반면 트럼프는 미국에 투자한 기업을 미국 기업과 똑같이 대하기 때문에 트럼프 후보가 더 나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류 회장은 재계 미국통으로 꼽힌다. 그는 한미재계회의 위원장이며,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이사를 맡고 있다. 특히 부시 전 대통령 가문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등 공화당 인맥이 두텁다. 류 회장은 최근 콘돌리자 라이스 전 국무장관(조지 W. 부시 행정부)을 한국에 초청해 대담을 진행했다.

류 회장은 한국 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올드(OLD)’라고 진단했다.

올드는 ‘낡은 제도’(Outdated), ‘낮은 출산율’(Low), ‘정체된 산업구조’(Dormant)을 의미한다.

그는 “한국 기업은 발목에 모래주머니 차고 뛰는 형국”이라며 “세계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하는데, 가벼운 몸으로 뛰는 경쟁국을 상대하기엔 힘든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 “유통기한이 지난 규제는 하루빨리 업데이트하거나 폐지해야 한다”며 “제도 경쟁력이 곧 국가경쟁력인 시대로, 제도 수립시 현상에 집착하다 본질을 놓치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특히 류 회장은 이사 충실 의무 확대 논의를 언급하며 “돌이킬 수 없는 잘못을 초래하지 않도록 각별히 유념해야한다”고 지적했다.

류 회장은 출산율 관련 “한경협은 최근 자녀출산지원금 늘리기로 결정했으며, 앞으로 많은 기업이 이런 흐름에 동참할 것으로 본다”며 “일손부족 문제 대처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민과 입양문화 개선은 류 회장이 제시한 인구 문제 해결책이다.

그는 산업구조 정체를 심각하게 살펴봐야한다며 기업가정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류 회장은 “기업과 기업인을 존중하는 풍토를 조성해 기업가 정신으로 무장한 젊은 경영인들이 많이 배출돼야 새 먹거리를 찾을 수 있다”고 밝혔다.

류 회장은 한경협 회장 취임 11개월째로, 1년을 앞두고 있다. 그간 4대그룹(삼성·SK·현대차·LG) 복귀와 글로벌 경제외교 강화라는 성과를 냈다.

류 회장은 “평생 이렇게 열심히 한 적이 없고, 본업에서 이렇게 했으면 돈을 더 많이 벌었을 듯 싶다”며 “일주일에 세번 한경협에 나오는 등 한경협 위상을 제자리에 가져다 놓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4대그룹이 복귀만했지 회비를 내지 않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선 “회비문제 관련 좋은 소식이 올 것으로 기대한다”며 “4대 그룹 총수와 잘 지내고 있으며, 김창범 상근부회장도 4대그룹과 소통을 많이 하고 있다”고 전했다. 4대그룹은 한경협 ESG얼라이언스나 글로벌임원협의회 등에 참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