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감독, 대표팀 첫 업무는 유럽 출장…외국인 코치들과 미팅 예정(종합)
[인천공항=스포츠투데이 이상필 기자] 홍명보 신임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본격적인 업무에 착수했다. 시작은 외국인 코치들과의 미팅을 위한 유럽 출장이다.
홍명보 감독은 외국인 코치들과의 미팅을 위해 15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을 통해 유럽행 비행기에 올랐다. 최근 홍명보 감독 선임 과정과 절차에 대해 많은 비판 여론이 나오고 있는 상황인 만큼, 공항에는 많은 취재진이 운집했다.
앞서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7일 홍명보 울산 HD 감독을 대표팀 차기 사령탑으로 내정한다고 발표했다. 8일에는 감독 선임 작업을 진행한 이임생 기술본부 총괄이사가 감독 선임 과정과 배경에 대한 브리핑을 진행했다.
그러나 감독 선임 작업에 참여했던 박주호 전력강화위원이 홍명보 감독 내정 사실을 몰랐다고 폭로하면서, 대한축구협회에 대한 비판 여론이 일었다. 시즌 중 울산을 떠나 대표팀으로 자리로 옮기기로 결정한 홍명보 감독 역시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이러한 가운데 대한축구협회가 박주호 위원에 대한 법적 대응을 거론하면서 축구 팬들의 비판 여론은 더욱 뜨거워졌다. 홍 감독 또한 "나를 버렸다. 대한민국 축구 밖에 없다"고 대표팀으로 자리를 옮긴 이유를 밝혔지만, 축구 팬들을 납득시키기는커녕 오히려 역효과가 났다. 박지성, 이영표, 이천수, 한국축구지도자협회 등 축구인들도 인터뷰와 입장문을 통해 대한축구협회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대한축구협회는 정면 돌파를 선택했다. 지난 10일부터 12일까지 이사회 서면결의를 통해 홍명보 감독을 공식 선임했다. 서면결의에는 23명의 이사가 참여했는데 무려 21명이 찬성하며 국민, 축구 팬들의 여론을 전혀 이해하고 있지 못함을 보여줬다.
또한 홍 감독이 통상적인 취임 기자회견도 없이 유럽 출장을 떠난 것 역시 비판의 여론을 피하기 위한 결정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날 홍명보 감독은 출국 전 취재진과 만나 "국가대표 감독 선임 후 통상적으로 취임 기자회견을 갖고 업무를 시작하는데, 이번에는 시간적인 여유가 없어서 취임 기자회견 전에 유럽 출장을 먼저 하게 됐다"며 양해를 구했다.
이어 "유럽 출장의 목적은 앞으로 2년 반 동안 대한민국 팀을 이끌 외국인 코치 선임이 가장 핵심"이라며 "그분들이 지금까지 가지고 있던 축구에 대한 철학과 비전, 한국 축구의 이해도 등을 감독인 내가 직접 들고 결정하는 것이 좋겠다는 판단이 들어서 나가게 됐다"고 유럽 출장을 결정한 이유를 설명했다.
홍명보 감독이 유럽 출장 중 대표팀 선수들과의 만남을 가질 것인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대표팀 주축 선수들 대부분이 유럽에서 활약하고 있지만, 소속팀들의 프리시즌 일정 등이 변수다. 홍 감독은 "프리시즌이라서 선수들이 어떤 상황에 있는지 모른다. 유동적지만 되도록 가서 보고 왔으면 좋겠다. 팀과의 문제와 여러 상황들을 보고 판단해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자신과 대한축구협회를 향한 비판 여론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홍 감독은 "지난 번에 말한 것과 같이 지금은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을 어떻게 하면 강한 팀, 좋은 팀으로 만들어가느냐는 것이 내 머리 속에 가장 중요하게 자리 잡고 있다”며 많은 분들의 걱정과 기대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지만, 내 인생의 마지막 도전에 많은 분들이 응원을 해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당부했다.
박지성 등 축구 후배들이 최근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것에 대해서는 "그들의 의견을 존중한다. 한국 축구를 위해서는 누구든 다 이야기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되는 것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이것들을 우리가 어떻게 잘 담아서 가느냐가 굉장히 중요하다. 나는 현장에 있는 사람이고, 대표팀을 이끌어 가는 사람이기 때문에, 그런 의견들을 잘 받아서 좋은 것들을 팀에 반영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한편 홍명보 감독은 앞으로의 대표팀 운영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그는 "대표팀에는 많은 시간이 주어지지 않는다. 하나부터 열까지 다 바꿀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대표팀의 경기력 외적인 문제들은 금방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우리만의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선수들이 대표팀에 들어와서 편안하고 즐겁게 축구를 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스포츠투데이 이상필 기자 sports@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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