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연합훈련은 매우 현명한 일… 北에 명확한 메시지 줄 것”[문화미래리포트 2024]

박준희 기자 2024. 7. 15.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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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돌하는 세계와 한국의 길
(1) 로버트 에이브럼스 前 한미연합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
한미 완전한 核전력, 北격퇴 가능
한국엔 美시민 17만5000명 거주
핵무기 사용 땐 무슨 일 일어날지
김정은이 잘 알고 있으리라 확신
작전권 전환하면 한국이 주도?
잘못된 얘기… 양국 균등 반영
중국 vs 대만 충돌 가능성 충분
美, 北의 오판 없게 억지력 유지
로버트 에이브럼스 전 한미연합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이 지난 6월 25일(현지시간) 미국 미주리주 캔자스시티 인근의 한 도서관에서 문화일보와 인터뷰하며 한반도 안보 정세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캔자스시티=글·사진 박준희 기자 vinkey@munhwa.com

로버트 에이브럼스 전 한미연합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은 한·미·일 3국이 연합군사훈련(프리덤에지)을 실시하는 것과 관련, “매우 현명한 일(very smart)”이라고 평가했다. 내달 27일 열리는 국제포럼 ‘문화미래리포트 2024’의 연사로 나설 예정인 그는 지난 6월 25일(현지시간) 미국 미주리주 캔자스시티 인근에서 진행한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반도 유사 시 중국 개입 여부는 “시간 문제”라며 한·미 동맹이 중국과 러시아의 한반도 개입을 억제할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중국과 대만 간 충돌 가능성을 언급하며 북한의 오판을 막기 위한 미국의 재래식 억지력 유지 필요성도 피력했다.

―북한 핵·미사일 위협 고조에 따라 한국의 현 정부는 미·일과의 군사정보 공유 단계를 넘어 올해 3국 군사 훈련을 시작했다. 3국 군사 훈련 강화가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3국 군사 훈련은) 매우 현명한 것이다. 이는 신뢰와 상호 운영성 구축을 위한 작은 단계들이다. 3국 훈련은 북한과 역내 국가들에 한·미·일 3국이 (안보위협에) 통합 대응할 수 있다는 명확한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다. 3국 훈련은 국제 질서에 기반한 규칙을 변경하려는 사람들에 대해 반대 입장을 담은 명확한 메시지를 강화한다.”

―2019년 이래 중국과 러시아가 동해 상에서 한국의 방공식별구역(KADIZ)을 침해하는 연합훈련을 실시하면서 중·러가 한반도 유사 시 관여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2018∼2019년 사이 중국 공군의 KADIZ 침해는 300% 증가했다. 그 나라는 미국이나 연합국 선박의 대만해협 공해 통과에 반대하는 나라다. 한국 정부는 외교·군사적 채널을 통해 사전 협의 없는 악의적 침해는 용납될 수 없다는 메시지를 중국과 러시아에 계속 보내야 한다. 만약 북한이 적대행위를 재개하거나 한국전쟁이 재발한다면 ‘과연 중국이 개입할까’가 아니라 ‘언제 개입할까’의 문제다. 한·미 동맹이 이 점을 모든 계획에 포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어떻게 중·러의 개입을 최상으로 억제할 수 있을지, 만약 억제에 실패할 경우 어떤 대응이 가장 좋을지 심도 있는 논의를 해야 한다고 본다.”

―대만과 중국의 충돌은 어떻게 전망하고 있으며 주한미군이 유사 시 양측 충돌 지역에 배치될 가능성은 어떻게 보는가.

“중국과 대만 사이의 충돌은 충분히 가능하지만, 필연적 결과는 아니라고 본다. 실제 충돌할지, 언제 충돌할지는 오직 시진핑(習近平·중국 국가주석)만 안다. 우리는 대만과 필리핀 인근의 남중국해에서 증가하고 있는 중국군의 적대 행위를 보고 있다. 이에 대비해 미 국방부와 태평양사령부는 병력 전진배치 또는 역내 순환배치를 포함한 모든 선택지를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미 국방장관과 인도태평양사령관은 대만해협에서의 분쟁이 한국 공격의 계기라는 북한 정권의 오판이 생기지 않도록 북한에 대한 적절한 재래식 억지력 유지도 고려해야 한다.”

―핵전력이 없는 한국이 미국의 핵 억지력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 일각에서 미군의 전술핵 재배치나 독자적 핵무장 요구가 제기되고 있다. 한국의 독자적 핵무장은 어떻게 보는가.

“강력히 반대한다(Strongly against). 핵확산금지조약(NPT)을 위반하면 전 세계에서 한국 경제로 통하는 문호와 창구가 막힐 것이다. 또 미국의 어떠한 행정부라도 (한국의) NPT 위반을 지지하지 못하는 나쁜 상황에 놓이게 되며 그에 따른 결과가 있을 것이다. 한국의 자체 핵 개발은 막대한 지출을 동반할 텐데, 그런 자원은 각 군인부터 전구(戰區) 단계에 이르는 재래식 공격·방어 역량을 개선하는 데 쓰이는 것이 더 좋을 것이다. 그것이 최상의 억지력이다. 미국의 확장억제는 세계 최고 수준이며 지금까지 성공적이었다. 나는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이 한국에 핵무기를 사용할 경우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고 있다고 확신한다. 한국에는 주한미군을 포함해 거의 17만5000명의 미국 시민이 생활하고 있다. 그것이 우리가 핵 무장된 잠수함과 핵 능력이 있는 항공기를 한반도 주변에 눈에 보이도록 배치하고 있는 중요한 이유이다.”

―북의 핵·미사일 위협 고조에 대응해 연합사령부는 ‘작전계획(작계) 5015’를 대체할 새로운 작계를 수립하고 있다. 한·미 양국이 핵 기반 안보동맹으로 진화하면서 양국의 완전한 핵 계획이 북의 위협에 억지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보는가.

“내 의견으로는 이번 새로운 작계는 늦은 감이 있다. 나는 2019년 여름 작계 5015 개정을 공식 요구했다. 작계 5015가 2015년에 승인된 것이기는 하나, 그것은 2010년에 합의된 전략지침을 바탕으로 작성된 것이다. 이후 2019년까지 남·북·미의 역량, 주변국 상황 등 전략·전술적 환경이 크게 변했다. 또 하나 중요한 사실은 약 10만 명의 병력이 줄어드는 ‘국방개혁 2.0’으로 한국군의 규모가 감소한다는 것이었다. 당시 나의 작계 재작성 요구는 한국 측의 지지를 받지 못했다. 2021년 이임 전에야 연합사령부는 양국이 보강한 업데이트된 계획 조건과 기초 사실을 기반으로 작계 재작성 절차를 시작했다. 내 후임자(폴 러캐머라 현 사령관)가 2022년에 새로운 통합 전략 지침을 승인받은 후부터 공식 절차가 탄력을 받았다. 이번 새로운 작계는 연합전력이 적대행위를 재개하는 북한에 성공적으로 대응하고 재래식 무기든 핵무기든 혹은 복합 무기든 북한의 공격을 물리칠 수 있다는 점을 확실히 하기 위한 것이다.”

―남북, 미·북 대화가 활발하던 문재인 정부 시절 한·미 연합훈련과 현장기동훈련이 현저히 축소됐다는 지적이 있으며, 이는 군 준비태세와 전면전을 대비한 작계 5015 효과에 대한 우려로 이어지고 있다.

“그런 지적에 동의하지 않는다. 내 재임 시기에 우리는 엄격한 훈련을 계속해 왔다. (그 이전과) 큰 차이점은 훈련에 대해 공지하거나 대중에 공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우리는 당시 (남·북·미) 대화를 지원하기 위해 군사훈련에 관한 ‘볼륨’을 조절하기도 했지만, 그 뒤에서는 광범위하게 훈련을 계속했다. 또 일각에서 ‘강력하지 못하다’라며 잘못 이해하던 훈련들의 명칭을 바꾸기도 했다. 우리의 ‘반기 지휘소연습’(semi-annual command post exercise)은 ‘연합 지휘소훈련’(Combined Command Post Training·CCPT)으로 명명됐다. 그러나 그 이전에 을지프리덤가디언(UFG)·을지포커스렌즈(UFL)나 키리졸브(KR) 등의 훈련에 100회 이상 참여한 사람으로서 나는 CCPT가 그 이전만큼 더 엄격했고 혹은 더욱 현실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

―9·19 남북군사합의가 사실상 무력화됐다. 2018년 서명 이후 북은 합의를 약 3400회 위반했고 지난해엔 폐기를 선언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남북 간 전면전을 예방하는 안전판으로서 이를 유지해야 한다고 옹호하기도 하는데, 이 합의에 대해서는 어떠한 입장인가.

“우선 1953년 7월 체결된 정전협정이 그 후 71년간 적대행위 재개와 전면 충돌을 막아온 유일한 국제공인 법률문서라는 점을 말하고 싶다. 내 의견은 9·19 합의가 추가적인 신뢰구축 수단 역할을 했고 적대행위 재개를 촉발할 수 있는 남북 간의 실수나 오판을 예방하는 9·19 합의가 없었더라도 당시 모든 당사자(남·북·미)의 열린 대화로 인해 같은 정도의 긴장 완화가 있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이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정상회담에 실패한 것이 9·19 합의 종말의 시작이었다. 2019년 5월 (북의) 탄도미사일 시험발사가 재개됐고, 같은 해 6월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에서 두 정상이 다시 만났지만, 진전이 없었다.”

―현재 한국군의 역량과 주변 환경이 전시 작전권(Wartime Operational Control·WT-OPCON)을 반환받을 수 있는 조건을 충족하고 있다고 보는가.

“WT-OPCON이란 용어는 이제 사용되지 않는 단계다. 2015년 이래로 한·미 동맹은 ‘조건에 기초한 작전권 전환 계획’(Conditions-based OPCON Transition Plan·COTP)을 추구하고 있다. 나는 COTP에 반대한 적이 없고 양측이 합의한 사안이다. 나는 한국이 COTP에서 특정된 모든 조건을 아직 충족하지 못했다고 몇 차례 밝힌 바 있지만, 한국이 필요한 핵심 군사 역량을 충족하면 논의가 진전될 수 있다. 또 (COTP의) 3번째 조건은 한반도 안보 상황이 현재의 연합사령부에서 한국 주도의 연합사령부로 전환되는 데 도움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북한의 위협과 전체적인 안보 환경을 폭넓게 고려해야 한다는 얘기다. 현재의 연합사령부가 워싱턴(미국 정부)에 의해 주도되지만, 작전권이 전환되면 서울(한국 정부)에 의해 주도될 것이라고 하는 것은 완전히 잘못된 이야기다. 이 독특한 구조 속에서 한 가지 중요한 요소는 양국의 공평성이 동등하게 반영된다는 ‘균형’이다. 이것이 연합사령부에 현재도 한국의 4성 장군이 (부사령관으로) 있고 양국 장성들이 모두 균형 있게 배치된 이유다.”

로버트 에이브럼스 전 한미연합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이 지난 2019년 10월 23일 경기 포천시 미 8군 사격장인 로드리게즈 사격장에서 실시된 제5포병여단 실사격 훈련을 참관하고 있다. 주한미군 페이스북 캡처

한글명 우병수… 한국전 참전 부친 포함 13성 장군 집안

■ 에이브럼스 전 사령관은

군인 명문가 출신인 로버트 에이브럼스(64) 전 한미연합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은 한국전쟁에 참전한 부친 크레이턴 에이브럼스 전 미국 육군참모총장의 셋째 아들이다. 둘째 형 존 넬슨 에이브럼스도 육군 대장으로 예편해 본인을 포함해 집안에 미 육군 대장(4성 장군) 출신만 3명이다. 첫째 형 크레이턴 에이브럼스 3세도 육군 준장 출신이기에 이들 부자 4명의 계급장에 달렸던 ‘별’(군 장성 계급)만 총 13개다.

에이브럼스 전 사령관은 지난 1960년 당시 부친의 근무지였던 독일에서 출생했다. 1982년 미 육사(웨스트포인트)를 졸업하며 군에 입문했고 걸프전·이라크전·아프가니스탄전 등에 참전했다.

주한미군사령관 퇴임 때마다 한글 이름을 지어 전달해 온 한미동맹친선협회는 지난 2021년 그의 이임 당시 ‘우병수’라는 한글 이름을 선물했다. 같은 해 7월 문재인 당시 대통령은 이임하는 그에게 보국훈장 통일장을 수여하고 “한국 이름까지 갖고 직책을 완수한 노고를 치하한다”고 말했다. 이에 에이브럼스 전 사령관은 “아버지는 한국전쟁에 참전했고 큰 형, 둘째 형, 장인과 매형도 한국에서 군인으로 근무했다”며 “한국 방위에 기여하는 가업을 물려받은 것”이라고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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