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꾼들의 꿈 같은 '술의 마을'에서 마주친 놀라운 광경…중국 8대 명주 '펀주'가 이곳에 [스프]
심영구 기자 2024. 7. 15. 10:06
[술로 만나는 중국·중국인] 산시 펀양 편 (글 : 모종혁 중국문화평론가·재중 중국 전문 기고가)
이 시는 당대 시인 두목(杜牧)이 지은 '청명(淸明)'이다. 두목은 이상은과 함께 당대 후기 시단을 주름잡았다. 따라서 중국인들은 두 사람을 '이두(李杜)'라고 부른다.
시성(詩聖) 두보와 함께는 '소두(小杜, 대두는 두보)'라고 부른다. '청명'은 두목의 대표시이면서 당대 후기 칠언절구의 절창이다.
고향을 떠난 나그네가 청명을 맞아서 술 생각이 간절하게 나는 마음을 잘 노래하였다. 시에서 등장하는 싱화촌(杏花村)은 실제 존재하는 마을이다.
두목의 일생을 추적한 결과, 장쑤(江蘇)성 난징(南京)시의 싱화촌으로 밝혀졌다. 사실 중국에는 난징 말고도 여러 행화촌이 존재한다. 그런데 오늘날 '청명' 싱화촌의 명성은 오직 한 마을이 독차지하고 있으니, 산시(山西)성 펀양(汾陽)시의 싱화촌이다.
그 이유는 중국 8대 명주의 하나이자, 청향형(清香型) 바이주(白酒)를 대표하는 펀주(汾酒)가 생산되기 때문이다.
나는 2004년 이래 중국 8대 명주 생산지 중 7곳을 정식 취재하거나 개인 자격으로 방문하였다. 하지만 펀주그룹과는 인연이 없었다. 그래서 2019년 10월에 일부러 싱화촌을 찾아 마지막으로 취재하였다.
펀주의 역사는 유구하다. 1500여 년 전 남북조시대부터 시작되었다. 사서에 "북제(北齊)의 무성제가 궁정 어주인 펀칭(汾清)을 마셨다"고 기재되었다.
펀칭은 펀주의 선조 격이다. 송대에는 "펀저우(汾州)에서 간량주(幹釀酒)가 생산된다"고 하였고, 명대에는 "펀저우의 감로당(甘露堂)이 가장 유명하다"고 기록되었다.
여기서 펀저우는 지금의 산시성 서부다. 다만 당시까지 제조된 술은 고대부터 빚어져 왔던 황주(黄酒)였다. 송대 후기에 아랍에서 증류법이 전래되면서 바이주가 본격적으로 빚어졌다.
모든 바이주의 주원료는 수수다. 어느 양조법을 사용하든 수수는 기본으로 들어간다. 펀주는 보리와 완두를 섞어서 발효한 누룩을 더해서 빚는다. 이 과정에서 밑술은 죽으로 쑨다.
그리고 덧술을 하는데 누룩을 추가하여 땅속 구덩이에 묻어 충분히 발효시킨다. 증류하면서 남은 지게미는 2차 밑술과 누룩을 더해서 다시 발효시킨다.
이렇게 2차례에 걸쳐 발효시키고 증류하면 청아한 향과 부드럽고 단맛이 나는 청향형 바이주인 펀주가 된다.
이처럼 펀주는 역사가 오래된 데다 독특한 양조법으로 빚어져서 청향형을 대표하였다. 청향형은 주로 황허(黃河) 이북에서 제조된다. 그런데 문헌에 따르면 싱화촌에는 당대에 이미 70여 개의 술도가가 성업 중이었다.
"긴 거리에 영업 중인 술도가가 맞닿아 있고 거리 곳곳에는 술도가의 깃발이 날렸다"고 할 정도이었다. 물론 당시 빚은 술은 황주였다. 그러다가 증류법이 전래되면서 바이주로 전환되었다.
청대에 들어서면서 현재의 청향형 바이주를 전문적으로 양조하였다. 200여 개의 술도가가 난립하여 치열하게 경쟁하면서 싱화촌만의 독자적인 청향형 양조법을 완성하였던 것이다.
이런 술의 마을로서의 모습은 오늘날에도 변함이 없다. 실제로 나는 싱화촌에 도착하자마자 놀라운 광경을 볼 수 있었다.
마을 전체가 펀주그룹 등 주류업체를 제외하고, 오직 술 회사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사는 아파트 단지와 그들이 이용하는 가게만 있었다. 주류산업과 관련된 건축물 이외에 아무 것도 없는 명실공히 주류타운이었다.
싱화촌 술회사의 공헌도는 펀주그룹의 현실과 위상을 통해서 엿볼 수 있다. 2022년 펀주그룹의 매출액은 전년보다 21.8%가 늘어난 319억 2,800만 위안(약 6조 420억 원)을 기록하였다.
영업이익은 2022년보다 28.9%가 증가한 104억 3,800만 위안(약 1조 9,752억 원)을 달성하는 놀라운 수익률을 거두었다. 현재 펀주그룹은 중국 전체 주류업체의 매출액 분야에서 3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렇듯 펀주그룹은 1만 2,000여 명의 노동자를 고용하면서 싱화촌의 경제를 이끈다. 또한 노동자의 평균 연봉은 11만 위안을 넘어섰다.
물론 펀주그룹이 직공들에게 이익을 골고루 나눠주었다고 할 순 없다. 하지만 자연 조건이 황량하고 척박하며 다른 산업 기반이 전혀 없는 싱화촌 주민들에게 넉넉한 소득을 안겨주고 있다.
그렇다면 펀주가 청향형 바이주를 대표하고 중국인들의 사랑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청대 대륙을 호령하였던 진상(晋商)을 통해서 일찍이 펀주가 전국적으로 알려졌다. 산시성은 변방의 주둔지와 가까워서 군대에서 필요한 물자의 정보를 잘 알 수 있었다. 또한 수도인 베이징(北京)과 가까워서 도로와 역참이 발달하였다.
산시성 출신 상인 집단인 진상은 이런 이점을 이용해서 각지의 물자를 신속히 사들여 군영에 제공하였다. 그를 통해서 관아에게 염인(鹽引)을 수령하여 소금을 받아 바닷가에서 떨어져있는 내륙 지방으로 수송하여 팔았다. 그 이윤으로는 쌀을 샀다. 쌀은 처음에는 양쯔강(長江) 일대에서 주로 구입하였다. 하지만 자본이 쌓이자 황허(黃河) 주변의 땅을 산 뒤 소작농을 부려서 직접 경작하였다.
뿐만 아니라 바닷가의 염전까지 직접 개척해서 운영권을 확보하기도 했다. 그 덕분에 청대에 중국 최대 상방으로 우뚝 섰다.
진상은 전국 곳곳에 산시회관을 세워 고향 사람끼리 네트워크를 공고하게 쌓았다. 진상끼리 모여서 연회를 개최하면 당연히 펀주를 마시면서 친목을 다졌다.
둘째, 펀주는 중국에서 바이주 중 최초로 정식 등록되었던 주류 브랜드다. 1923년에 국민당 정부는 현대적인 상표법을 공표하여 시행하였다. 이듬해 펀주그룹의 전신인 진위(晉裕)펀주회사가 '펀주'와 '고량수(高粱穗)'라는 브랜드로 당국에 상표를 등록하였다.
셋째, 사회주의정권 수립을 축하하는 개국연회에서 마오쩌둥(毛澤東)이 마신 술이 펀주였다.
청명 날에 비가 부슬부슬 내리니,(淸明時節雨紛紛)
길 가는 나그네 마음은 들뜨려 하네.(路上行人欲斷魂)
술 파는 곳이 어디 있느냐 물으니,(借問酒家何處有)
목동은 멀리 살구꽃이 핀 마을을 가리키네.(牧童遙指杏花村)
길 가는 나그네 마음은 들뜨려 하네.(路上行人欲斷魂)
술 파는 곳이 어디 있느냐 물으니,(借問酒家何處有)
목동은 멀리 살구꽃이 핀 마을을 가리키네.(牧童遙指杏花村)
이 시는 당대 시인 두목(杜牧)이 지은 '청명(淸明)'이다. 두목은 이상은과 함께 당대 후기 시단을 주름잡았다. 따라서 중국인들은 두 사람을 '이두(李杜)'라고 부른다.
시성(詩聖) 두보와 함께는 '소두(小杜, 대두는 두보)'라고 부른다. '청명'은 두목의 대표시이면서 당대 후기 칠언절구의 절창이다.
고향을 떠난 나그네가 청명을 맞아서 술 생각이 간절하게 나는 마음을 잘 노래하였다. 시에서 등장하는 싱화촌(杏花村)은 실제 존재하는 마을이다.
두목의 일생을 추적한 결과, 장쑤(江蘇)성 난징(南京)시의 싱화촌으로 밝혀졌다. 사실 중국에는 난징 말고도 여러 행화촌이 존재한다. 그런데 오늘날 '청명' 싱화촌의 명성은 오직 한 마을이 독차지하고 있으니, 산시(山西)성 펀양(汾陽)시의 싱화촌이다.
그 이유는 중국 8대 명주의 하나이자, 청향형(清香型) 바이주(白酒)를 대표하는 펀주(汾酒)가 생산되기 때문이다.
나는 2004년 이래 중국 8대 명주 생산지 중 7곳을 정식 취재하거나 개인 자격으로 방문하였다. 하지만 펀주그룹과는 인연이 없었다. 그래서 2019년 10월에 일부러 싱화촌을 찾아 마지막으로 취재하였다.
펀주의 역사는 유구하다. 1500여 년 전 남북조시대부터 시작되었다. 사서에 "북제(北齊)의 무성제가 궁정 어주인 펀칭(汾清)을 마셨다"고 기재되었다.
펀칭은 펀주의 선조 격이다. 송대에는 "펀저우(汾州)에서 간량주(幹釀酒)가 생산된다"고 하였고, 명대에는 "펀저우의 감로당(甘露堂)이 가장 유명하다"고 기록되었다.
여기서 펀저우는 지금의 산시성 서부다. 다만 당시까지 제조된 술은 고대부터 빚어져 왔던 황주(黄酒)였다. 송대 후기에 아랍에서 증류법이 전래되면서 바이주가 본격적으로 빚어졌다.
모든 바이주의 주원료는 수수다. 어느 양조법을 사용하든 수수는 기본으로 들어간다. 펀주는 보리와 완두를 섞어서 발효한 누룩을 더해서 빚는다. 이 과정에서 밑술은 죽으로 쑨다.
그리고 덧술을 하는데 누룩을 추가하여 땅속 구덩이에 묻어 충분히 발효시킨다. 증류하면서 남은 지게미는 2차 밑술과 누룩을 더해서 다시 발효시킨다.
이렇게 2차례에 걸쳐 발효시키고 증류하면 청아한 향과 부드럽고 단맛이 나는 청향형 바이주인 펀주가 된다.
이처럼 펀주는 역사가 오래된 데다 독특한 양조법으로 빚어져서 청향형을 대표하였다. 청향형은 주로 황허(黃河) 이북에서 제조된다. 그런데 문헌에 따르면 싱화촌에는 당대에 이미 70여 개의 술도가가 성업 중이었다.
"긴 거리에 영업 중인 술도가가 맞닿아 있고 거리 곳곳에는 술도가의 깃발이 날렸다"고 할 정도이었다. 물론 당시 빚은 술은 황주였다. 그러다가 증류법이 전래되면서 바이주로 전환되었다.
청대에 들어서면서 현재의 청향형 바이주를 전문적으로 양조하였다. 200여 개의 술도가가 난립하여 치열하게 경쟁하면서 싱화촌만의 독자적인 청향형 양조법을 완성하였던 것이다.
이런 술의 마을로서의 모습은 오늘날에도 변함이 없다. 실제로 나는 싱화촌에 도착하자마자 놀라운 광경을 볼 수 있었다.
마을 전체가 펀주그룹 등 주류업체를 제외하고, 오직 술 회사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사는 아파트 단지와 그들이 이용하는 가게만 있었다. 주류산업과 관련된 건축물 이외에 아무 것도 없는 명실공히 주류타운이었다.
싱화촌 술회사의 공헌도는 펀주그룹의 현실과 위상을 통해서 엿볼 수 있다. 2022년 펀주그룹의 매출액은 전년보다 21.8%가 늘어난 319억 2,800만 위안(약 6조 420억 원)을 기록하였다.
영업이익은 2022년보다 28.9%가 증가한 104억 3,800만 위안(약 1조 9,752억 원)을 달성하는 놀라운 수익률을 거두었다. 현재 펀주그룹은 중국 전체 주류업체의 매출액 분야에서 3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렇듯 펀주그룹은 1만 2,000여 명의 노동자를 고용하면서 싱화촌의 경제를 이끈다. 또한 노동자의 평균 연봉은 11만 위안을 넘어섰다.
물론 펀주그룹이 직공들에게 이익을 골고루 나눠주었다고 할 순 없다. 하지만 자연 조건이 황량하고 척박하며 다른 산업 기반이 전혀 없는 싱화촌 주민들에게 넉넉한 소득을 안겨주고 있다.
그렇다면 펀주가 청향형 바이주를 대표하고 중국인들의 사랑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청대 대륙을 호령하였던 진상(晋商)을 통해서 일찍이 펀주가 전국적으로 알려졌다. 산시성은 변방의 주둔지와 가까워서 군대에서 필요한 물자의 정보를 잘 알 수 있었다. 또한 수도인 베이징(北京)과 가까워서 도로와 역참이 발달하였다.
산시성 출신 상인 집단인 진상은 이런 이점을 이용해서 각지의 물자를 신속히 사들여 군영에 제공하였다. 그를 통해서 관아에게 염인(鹽引)을 수령하여 소금을 받아 바닷가에서 떨어져있는 내륙 지방으로 수송하여 팔았다. 그 이윤으로는 쌀을 샀다. 쌀은 처음에는 양쯔강(長江) 일대에서 주로 구입하였다. 하지만 자본이 쌓이자 황허(黃河) 주변의 땅을 산 뒤 소작농을 부려서 직접 경작하였다.
뿐만 아니라 바닷가의 염전까지 직접 개척해서 운영권을 확보하기도 했다. 그 덕분에 청대에 중국 최대 상방으로 우뚝 섰다.
진상은 전국 곳곳에 산시회관을 세워 고향 사람끼리 네트워크를 공고하게 쌓았다. 진상끼리 모여서 연회를 개최하면 당연히 펀주를 마시면서 친목을 다졌다.
둘째, 펀주는 중국에서 바이주 중 최초로 정식 등록되었던 주류 브랜드다. 1923년에 국민당 정부는 현대적인 상표법을 공표하여 시행하였다. 이듬해 펀주그룹의 전신인 진위(晉裕)펀주회사가 '펀주'와 '고량수(高粱穗)'라는 브랜드로 당국에 상표를 등록하였다.
셋째, 사회주의정권 수립을 축하하는 개국연회에서 마오쩌둥(毛澤東)이 마신 술이 펀주였다.
이는 중국인조차 잘 모르는 사실이다. 1949년 10월 1일 낮에는 톈안먼(天安門)광장에서 개국(開國)대전이 성대하게 개최되었다.
그리고 밤에는 중국 정부 최고위 인사들이 운집하여 국연(國宴)을 개최하였다. 이때 연회주로 선정되었던 술이 마오타이(茅台)와 함께 펀주였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그리고 밤에는 중국 정부 최고위 인사들이 운집하여 국연(國宴)을 개최하였다. 이때 연회주로 선정되었던 술이 마오타이(茅台)와 함께 펀주였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심영구 기자 so5wha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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