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물관리 일원화의 첫걸음은 수력발전댐 관리 수자원공사 이관"
김순구 성결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국토교통부가 맡아왔던 수자원(수량) 관리 업무를 환경부로 넘겨 수량과 수질을 통합 관리하도록 하는 물 관리 업무 일원화 관련 3개 법안이 시행된 지도 6년이 지났다.
하지만 정부의 물 관리 일원화가 제대로 이뤄지는지 인지하는 못하는 국민이 많다.
우리나라는 OECD 회원국 중에서 물 스트레스 지수 1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수질 악화와 기후 변화에 따른 물 관련 재해로 피해를 얻게 된 결과다.
그렇다면 원인이 무엇인지 살펴보고 정확한 처방을 내려야만 한다.
물관리 기준을 행정구역별로 나누는 것은 참으로 행정편의주의적인 단순한 발상이다. 이 때문에 하나의 수계별로 관리·운영 주체가 서로 다른 다목적 댐과 수력발전 댐이 공존한다. 하나의 수계(水系)로 흐르는 게 물이다. 수계별로 통합 관리를 추진해야만 문제를 극복할 수 있다.
정작 원인은 여기에 있는데 가려운 곳은 놔두고 엉뚱한 곳만 긁어대니 국민이 시원함을 느낄 수가 없다.
다목적 댐은 말 그대로 홍수대비 조절과 수질 관리, 발전 기능을 동시에 담당하는 것이고, 수력발전 댐은 오직 낙차를 이용한 수력발전만을 목적으로 하는 댐이다. 중요한 것은 발전 비중을 따져보고 그에 맞는 조정이 수반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1960년대 국가 전체 발전량의 35%까지 담당했던 우리나라 수력발전 댐의 발전 비중은 올해 0.2% 미만까지 축소됐다. 현재 화력발전의 27분의 1 수준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미미한 것이다.
다목적 댐의 발전량까지 다 합쳐도 수력을 통한 발전량은 국가 전체 발전량의 0.4%에 불과하다. 수력발전 댐은 말 그대로 수력발전을 위해서만 기능하는 댐인데, 이렇게 미미한 효율을 지속하기 위해 수력발전 댐은 댐 자체의 여러 기능과 장점을 포기해야만 한다.
수력발전 댐을 다목적 댐으로 전환하기만 하면 댐이 담당하는 순기능 즉, 홍수나 가뭄 등 자연재해 대응과 녹조나 기타 수질 관리상의 이점을 모두 확보할 수 있다. 그런데 왜 수력발전 댐을 유지하는 것일까? 기관들의 영역다툼이자 밥그릇 싸움으로 볼 수밖에 없다.
한국수력원자력이 관리하는 수력발전 댐을 다목적 댐을 책임지는 한국수자원공사로 넘겨 관리 주체를 일원화해야 한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수력발전이라는 목적에만 집중하다보니 수질 관리, 용수 관리, 안전 관리에 대한 운영 노하우가 부족하다. 수력발전용 댐인 팔당 댐만 보더라도 매년 대량의 녹조가 발생하고, 수질이 악화한다. 홍수 대비 능력도 떨어진다.
한국수력원자력이 수력발전 운용에만 관심을 쏟는 사이, 환경 문제 등은 팔당댐 주변의 지방자치단체의 책임으로 전가된다. 지자체 부족한 살림이 허덕일 수밖에 없는 셈이다.
이는 한국수력원자력은 수력발전 댐에 대한 권한만 있고, 사실상 책임과 의무는 없다는 것과 같다. 가까운 일본부터 프랑스, 호주, 미국 등 선진국들만 봐도 모두가 하나같이 댐 관리 일원화 체계가 잘 갖춰져 있다. 지난 1960~1970년대 우리나라의 압축성장기에 지대한 역할을 담당했던 수력발전 댐들이지만 이제는 다목적으로 용도가 바뀌어야 한다.
신규 댐 건설을 추진하고자 하는 현 정부는 기존 댐들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활용해 진정한 치수(治水) 선진국의 위상부터 갖춰야만 한다. 물관리 일원화의 성공을 위해서는 반드시 댐관리 일원화부터 이루어야만 하는 것임을 정부 당국자들은 명심해야 한다.
지난 2016년도 공공기관 운영위원회에서 수력발전 댐 관련 업무를 한국수력원자력으로부터 한국수자원공사로 위탁 운영하도록 결정했으나, 한국수력원자력은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지루하게 시간만 낭비하고 있다.
애초 공공기관 운영위원회의 결정도 반쪽에 지나지 않는다. 환경부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부처 파워가 센 게 현실이기에 벌어진 사실이기에 한국수력원자력을 산하에 둔 산업통상자원부의 눈치를 보느라 일원화가 아닌 위탁이라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아직 청문회 통과 전이지만 이번 개각에서 신임 환경부장관 후보로 기획재정부 차관 출신 관료가 지명되었으니,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 생각된다.
근본적으로 댐은 국가통제를 위해 반드시 소유권을 국가로 이전해야만 한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이제부터라도 물관리 일원화 성공을 위해 밥그릇 지키기를 멈춰야 한다. '한국원자력발전'으로 변모하고, 선택과 집중을 통해 원자력발전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전문기관으로 거듭나길 진심으로 조언한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환경부장관 역시 산하 기관장에게만 맡겨놓지 말고 즉각 실행할 수 있는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 두 부처의 수장끼리 만나 한강수계에 있는 수력발전용인 팔당댐 하나부터라도 다목적댐으로 전환하라는 얘기다.
합의가 이뤄지면 서울 및 수도권에 거주하는 약 2500만 명의 국민이 성공적인 물관리 일원화의 효과를 당장 올해부터 직접 체감할 수 있을 것이다. 한강홍수통제소도 한강수계관리소 1년 365일 꾸준히 제대로 된 역할을 온전히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권불십년은 커녕 권불3년도 안 되는 작금에 아까운 시간을 더 이상 허비하지 말자.
물관리 일원화의 성공을 이루기 위해서는 반드시 댐관리 일원화부터 올바로 실행되어야만 한다.
"진료는 의사에게, 약은 약사에게"라는 표어처럼 원자력은 원자력발전에게, 수력은 수자원공사에게 맡겨 전문성을 더욱 끌어올리려는 강력한 추진력을 기대해본다.
vv830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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