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이야 뭐야" 빌라, 너 정체가 뭐니? [질문+]

최아름 기자 2024. 7. 15.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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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쿠프 원초적 질문
빌라는 법적 용어인가
매물 보면 다세대 주택부터
다가구 주택까지 다양해
취사시설 설치 불가한데도
다중주택이나 근생도 포함

우리는 아파트가 아닌 낮은 층수의 공동주택을 통상 '빌라'라고 부릅니다. 하지만 현행법엔 '빌라'란 용어 자체가 없습니다. 매물 광고에 버젓이 '빌라'라고 기재된 건축물도 다세대 주택ㆍ다가구 주택ㆍ다중주택ㆍ근린생활시설 등으로 천차만별입니다. 이 때문에 시장 용어 '빌라'를 선택할 땐 조심해야 할 것도 많습니다. 더스쿠프 원초적 질문 '빌라 너 정체가 뭐니?' 편입니다.

'빌라'는 법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건물이다.[사진=연합뉴스]

우리가 흔히 만날 수 있는 '빌라'. 정확하게 무엇인지 머리에 떠오른 이미지가 있나요? 모두가 생각한 모습이 똑같을 순 없겠지만 공통 부분은 있을 겁니다. 아마도 5층 정도 되는 공동주택 아닐까요? 하지만 아주 분명하게 "이 건물이 빌라"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겁니다. 애초에 빌라는 우리나라 건축법상 존재하지 않는 건물이기 때문입니다.

건축법 시행령을 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습니다. 건축법 시행령의 별표1은 우리나라에 있는 건축물을 구분해 뒀습니다. 여기서 주택은 크게 두가지로 나뉩니다. 단독주택과 공동주택입니다.

빌라는 어디에 속할까요? 아마 공동주택일 가능성이 높겠네요. 좀 더 자세하게 따져보겠습니다. 현행법상 공동주택은 아파트, 다세대 주택, 연립주택, 기숙사 등입니다. 빌라는 없습니다. 다만, 통상적으로 빌라라고 부를 만한 건 있습니다. 다세대 주택, 연립주택입니다.

공통점은 아파트보다 층수가 낮다는 겁니다. 이번에는 단독주택을 살펴볼까요? 단독주택은 단독주택, 다가구 주택, 다중주택, 공관公館(정부 고위 관리의 공적 거주시설)으로 나뉩니다. 여기에도 빌라는 없습니다.

우리나라 법 체계에서 도무지 찾을 수 없는데도, 사회 초년생들은 먼저 빌라를 구합니다. 네이버 부동산, 직방, 다방 같은 부동산 매물 광고 플랫폼에 들어가면 '아파트' 다음으로 눈에 띄는 탭이 '빌라'이기도 합니다. 문제는 빌라란 용어가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처럼 쓰인다는 데 있습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 매물➊ 빌라와 다세대 주택 = 부동산 A 플랫폼의 '빌라' 탭에서 찾을 수 있는 매물 하나를 열어봅니다. 건물 유형으로는 공동주택이라고 쓰여 있습니다. 주소지를 찾아 건축물대장을 확인하니 이 건물은 '다세대 주택'입니다. 빌라 탭에 있지만, 법적 유형은 다세대 주택인 겁니다.

다세대 주택은 용어 그대로 주택이 맞습니다. 호실마다 주인도 따로 있습니다. 지자체별 조례에 맞는 주차장도 갖고 있어야 합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통상의 '빌라'와 가장 가까운 형태입니다.

[사진=연합뉴스]

■ 매물➋ 빌라와 다가구 주택 = 이번엔 '빌라 탭' 속 다가구주택을 알아볼까요? 다가구 주택은 원래 3층까지만 지을 수 있습니다. 1층에 필로티(Pilotiㆍ기둥) 주차장을 만든다면 1층은 층수에 넣지 않죠. 그래서 1층에 주차장이 있는 다가구 주택은 외형상 4층까지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층수가 다소 높긴 하지만, 다가구 주택은 단독주택에 속합니다. 싱크대도 설치하고, 욕실을 넣을 수 있지만 다세대 주택과 다른 점이 있습니다. '구분 등기'가 안 된다는 겁니다. 전세사기에 휘말렸을 때 다세대 주택보다 다가구 주택 세입자가 더 불리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구분 등기'가 가능한 다세대주택은 집 1호당 주인이 따로 있습니다. 당연히 호수에 걸린 근저당(빚)을 확인할 수 있죠.

다가구 주택은 아닙니다. '구분 등기'가 안 되기 때문에 집주인이 곧 집 전체의 주인입니다. 이에 따라 집 전체가 빚으로 넘어갔을 때 '내 전세보증금'을 언제 돌려받을 수 있을지 알 수 없습니다. 가령, 나보다 '옆 호실 사람'이 먼저 전세로 들어왔다면 그가 선순위 채권자란 겁니다.

■ 매물➌ 빌라와 다중주택 = '빌라 탭' 속 다중주택을 살펴볼까요? 다중주택은 다세대 주택, 다가구 주택과 또 다릅니다. 다가구 주택은 '구분 등기'만 안 될 뿐이지 법적 주택은 맞습니다.

하지만 다중주택은 한가지 모자라는 점이 있습니다. 건축법 시행령이 규정한 다중주택의 의미는 이렇습니다. "학생 또는 직장인 등 여러 사람이 거주할 수 있는 구조이며 독립 주거의 형태를 갖추지 않은 것. 실별로 욕실을 설치할 수 있지만 취사 시설은 설치하지 않은 형태."

욕실 있는 방은 가능하지만, 그 안에 싱크대를 넣을 순 없다는 겁니다. 하지만 '빌라 탭' 속 다중주택의 사진은 대부분 주택과 다르지 않습니다. 빌라를 찾는 이들로선 유념해야 할 부분입니다.

■ 매물➍ 빌라와 근린생활시설 = 마지막으로 근생빌라를 알아볼까요? 앞에서 설명했듯 빌라는 법적 용어가 아닙니다. 그러니 근생빌라도 현행법상엔 존재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에서 '근생빌라'란 용어를 듣는 건 어렵지 않습니다.

다시 부동산 A 플랫폼에 들어가 볼까요? '빌라 탭' 속에 '기타'란 표기가 있습니다. 4층짜리 건물 유형을 상세하게 들여다보니 '제1종 근린생활시설'입니다. 건축물대장에 따르면, 1~3층은 다가구 주택이고, 4층은 근린생활시설입니다.

근린생활시설은 주민들의 생활 편의를 도울 수 있는 주택가에 인접한 시설을 말합니다. 이를테면 미용실ㆍ카페ㆍ편의점 등입니다. 당연히 주택이 아닙니다. 그런데도 '빌라 탭' 속 건물의 4층은 1~3층과 똑같이 싱크대와 욕실이 있습니다.

이렇게 근린생활시설 중에서 주택처럼 만들어둔 곳은 법적 문제에 시달리기도 합니다. 위반 건축물로 구청에 적발되면 이행강제금을 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위반 건축물로 만들어둔 건축주가 돈을 내는 게 아니라 이를 모르고 사들인 집주인이 이행강제금을 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행강제금을 내지 않으려면 싱크대 등 취사시설을 철거해야 하는데 그러면 주택으로 알고 산 사람들은 자기 집에서 살기 어려워집니다.

이처럼 동네 곳곳에서 볼 수 있는 시장 용어 '빌라'는 다양한 형태로 존재합니다. 법적 용어가 아니기 때문에 위험성도 들어있습니다. 빌라를 사려는 이들이든 전세로 들어가려는 이들이든 조심해야 할 요소가 많다는 겁니다.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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