탕준상, 배우가 천직인 차세대 연기파 배우 [인터뷰]

아이즈 ize 최재욱 기자 2024. 7. 15.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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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ize 최재욱 기자

사진=씨엘앤컴퍼니

나이가 불과 스물한살인데 '베테랑'이란 단어가 안성맞춤이었다. 이제까지 살아온 인생의 반 이상 동안 연기를 해왔다는 배우 탕준상의 이야기다. 남들은 장래에 무엇이 될까 꿈이 매일 매일 바뀌는 시기에 촬영 현장에서 좋아하는 일을 하며 꿈을 실현해온 그에게 '배우'란 직업은 하늘에서 내려준 천직이다. 성인이 된 후 오랫동안 그를 수식했던 '아역배우'에서 '아역' 딱지를 떼고 '배우'로 자리매김 중인 탕준상을 아이즈(IZE)가 만났다. 

서울 광화문 아이즈 사무실을 직접 방문한 탕준상은 솜톨이 보송보송한 소년의 얼굴을 여전히 갖고 있었다. 하지만 이야기를 십 분만 나눠 보면 시쳇말로 '짬'에서 우러나오는 바이브가 장난이 아닌 단단한 내공의 소유자였다. 푸르른 나이에 걸맞은 순수함과 오랜 경력으로 터득한 노련함이 조화를 이루며 배우로서 그가 앞으로 걸어갈 행보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커지게 했다. 지난 2월 개봉된 '도그데이즈'와 5월 개봉된 '설계자', 6월 개봉된 '원더랜드'서 인상적인 연기를 펼친 그는 현재 윤성현 감독의 OTT 드라마 '인플루엔자'를 박정민 지수와 함께 촬영 중이다. 많은 기대를 받는 만큼 쉴 새 없이 활동을 펼치는 것으로 보여졌지만 탕준상도 '펜데믹'으로 인한 업계 불황 여파를 제대로 겪는 중이었다.

"'도그데이즈' '설계자' '원더랜드' 모두 촬영은 오래전에 끝났는데 펜데믹 여파로 개봉이 미뤄졌어요. 상반기에 연이어 개봉이 되니 바쁜 것처럼 보이는데 사실 지난해 1년 동안 놀았어요.(웃음) 들어가려던 드라마가 미뤄지다 결국 엎어지면서 뜻하지 않게 1년을 쉬게 됐어요. 기다리는 게 힘들긴 했지만 기다림은 배우의 숙명이라고 생각해요. 대신 학교에 열심히 다니면서 공부도 하고  경험을 쌓는 시기였어요. 많이 성숙해지면서 재충전할 수 있는 기회였다고 생각해요." 

사진=씨엘앤컴퍼니

탕준상이 의욕적으로 아역이 아닌 성인 역으로 출연한 영화 '도그데이즈'와 '설계자' '원더랜드' 모두 기대와 달리 평단과 관객의 지지를 얻지 못했다. 탕준상은  대선배들 사이에서 절대 밀리지 않는 연기력으로 강렬한 존재감을 발산했다. 흥행에 참패한 '설계자'를 둘러싼 호불호에 대한 생각을 묻자 흔들리지 않고 영화와 함께한 선배들에 대한 애정과 믿음을 강렬히 드러냈다. 

"저도 개봉 후 반응들을 봤어요. 그렇게 볼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러나 전 정말 재미있게 봤어요. 대본으로만 봤을 때 이게 어떻게 연출되고 편집돼 나올까 진짜 궁금했거든요. 글로만 읽었던 극중 사건들이 눈에 다 보여지니 신기하고 흥미진진하더라고요. 미장센도 세련되고 연기들도 정말 다 잘하시더라고요. 특히 강동원 형이 진짜 멋있었어요. 형은 정말 연구할 만한 분이에요. 외모도 잘생겼지만 진짜 똑똑해요. 또한 승부욕이 넘치고 모든 걸 진짜 열심히 해요. 어떻게 저렇게 모든 걸 다 갖출 수 있을까 신기할 정도예요. 앞으로 형이 부족한 게 뭔지 찾아보려고요.(웃음)"

영화 '도그데이즈'를 보면 탕준상이 연기한 진우가 윤여정이 연기한 노년의 건축가 민서와 친구가 돼가는 과정이 어색함이 전혀 없이 훈훈하게 그려진다. '원더랜드'서도 성병숙과 꿀케미를 이룬다. 탕준상의 연기내공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그러나 영화 속이 아닌 현실에서도 탕준상은 대선배님들, 형님누나들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 중이다. 본인의 나이보다 두 배 많은 형누나들의 골프모임에 참석하고 아버지뻘인 대선배들과 문자를 주고받으며 친분을 유지한다. 성격 테스트검사 MBTI를 보면 분명 외향적인 E로 시작할 것 같지만 의외로 내향적인 I라고.  

"제가 실생황에선 생각보다 낯을 많이 가려요. 그러나 촬영 현장에선 안 그래요. 맡은 역할과 상황에 따라 달라져요. 일은 일이니까요. 골프는 '설계자' 촬영하면서 형누나들의 권유로 시작했어요. 골프는 어렸을 때 시작해야 더 잘할 수 있다고 하셔서 따라다니기 시작했는데 정말 재미있더라고요. 아직은 막 휘두르는 수준인데 불러주시면 열심히 나가고 있어요. 류승룡 선배님, 유해진 선배님이 절 많이 예뻐해주시고 챙겨주세요. 사실 유해진 선배님과는 '도그데이즈'에서 함께 연기하는 장면이 없었는데 많이 친해졌어요. 문자로 서로 "시간 될 때 만나자"며 안부를 주고받곤 해요. 윤여정 선생님요? 부담스러우실까봐 연락을 직접 하지는 않아요. 하지만 현장에서 만나면 그 누구보다 반갑게 절 맞아주시고 따뜻하게 대해주세요."

'배우 탕준상'이 아닌 '스물두살 청년 탕준상'의 일상은 어떨까? 현재 중앙대학교 공연영상창작학부에 재학 중인 그는 또래들보다 어른스러워 보이지만 친구 좋아하고 새로운 걸 경험하는 걸 좋아하는 보통 청년이었다. 

"지금 골프에 빠져 있지만 불과 1~2년 전만 해도 볼링에 푹 빠졌었어요. 그냥 볼링장에 자주 가는 걸 넘어 마이 볼부터 장갑, 슈즈까지 장비를 완비할 정도로 좋아했어요. 제가 뭐에 한번 빠지면 끝까지 가거든요.(웃음) 술은 잘 못 마시고 별로 좋아하지는 않아요. 연애는 지금 안해요. 안 한 지 꽤 뙜어요. 친구는 초등학교 때부터 친한 애들 7명 정도 되는데 여전히 연락하고 자주 만나곤 해요. 제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들이에요. 가장 의지가 되고 힘이 돼주는 친구들이에요."

사진=씨엘앤컴퍼니

탕준상이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로 8살 때 데뷔한 건 모두 다 아는 사실. 현재는 스크린과 안방극장을 오가며 활동하지만 무대는 탕준상에게 언젠가는 꼭 돌아가고 싶은 고향이다. '빌리 엘리어트' 이외에도 '엘라지벳' '모차르트' '명상황후' 등에 출연할 때 관객과 직접 마주하며 느낀  짜릿한 감정을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다.  

"제가 '빌리 엘리어트'가 첫 작품인 걸로 많은 사람들은 알지만 사실 아동극 '아기공룡 둘리'에 먼저 출연했어요. 어린 나이지만 뮤지컬 무대에 오르면서 느껴지던 그 열기를 잊을 수 없어요. 변성기 후 주로 드라마와 영화에 출연했는데 언젠가는 다시 뮤지컬 뮤대에 서고 싶어요. 그래서 보컬 레슨도 꾸준히 받고 연습을 하고 있어요. 기회가 오면 잡아야죠. '빌리 엘리어트'는 좀더 나이 먹고 관객으로 본 적 있어요. 내가 출연했을 때는 너무 어려 무슨 내용. 의미인지 잘 몰랐어요. 나이 들고 보니 정말 감동적이더라고요. 꿈을 향해 돌진하는 빌리가 정말 대견하고 멋졌어요. 많이 배웠어요. 빌리와 같은 열정을 잃지 않아야겠다고 다짐했죠. 그 열정으로 감동을 주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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