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는 죽지 않아… 언제든 진심 담아 부르면 다시 떠올라[주철환의 음악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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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출은 시간, 공간, 인간을 최적화하는 일이다.
그때 그곳에 있는 사람들이 좋은 걸 느끼도록 해주는 게 연출가의 직무다.
소중한 마음들을 다시 살려내는 게 노래가 지닌 궁극의 효용 아닐까 싶다.
한국의 뉴진스 멤버(하니)가 도쿄돔에서 다시 이 노래를 부른 게 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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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출은 시간, 공간, 인간을 최적화하는 일이다. 그때 그곳에 있는 사람들이 좋은 걸 느끼도록 해주는 게 연출가의 직무다. 그 좋은 게 즐거움일 수도 있고 깨달음일 수도 있다. 집으로 돌아가면서 혹은 잠들기 전에 오늘 시간 가는 줄 몰랐다고 느끼면 그게 좋은 연출이다.
지난 7월 4일 오랜만에 나는 ‘연출’을 했다. 1974년 신입생 숫자가 2000명 정도였는데 5분의 1인 약 400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무려 50년 만이다. 감동할 눈과 귀가 모였으니 이제 그들의 마음을 호수로 데려가야 한다. 미리 접수한 옛날 사진들로 동영상을 만들었다. 한 곡으로 채우기엔 넘치는 분량이어서 3곡을 이어서 붙였다. 선택된 노래는 매기의 추억(‘When you and I were young, Maggie’), 어제여 다시 한 번(카펜터스 ‘Yesterday Once More’) 우리가 세상에 길들기 시작한 후부터(동물원 5-1집).
암전 상태에서 시 한 편이 화면에 뜬다. ‘나였던 그 아이는 어디 있을까. 아직 내 속에 있을까. 아니면 사라졌을까.’(파블로 네루다 ‘질문의 책’) 음악과 영상(사진)이 중간쯤 이르자 마침내 ‘아이들’이 부활하기 시작했다. 모두가 동심으로 돌아가 운동장(Playground In My Mind)을 휘저을 기세다. 이어서 비릿한 흑백 사진들 위로 동요 가사들이 실려 나오는데 초심으로 돌아가지 않을 ‘아이들’이 어디 있으랴. 400명의 합창이 울려 퍼지자 강당이 달아올랐다. ‘우리들 마음에 빛이 있다면 여름엔 여름엔 파랄 거예요’(‘파란 마음 하얀 마음’)
그래, 중요한 건 마음이다. 빛을 잃어버린 아이들이 되찾아야 할 마음, 손잡고 돌아가야 할 마음은 파란 마음 하얀 마음이다. 샘이 많던 친구가 다가와 손을 내민다. 역시 세상보단 세월의 힘이 세다. 방송사에 입사할 무렵 앞줄에 계시던 희극인 4명은 구봉서·서영춘·배삼룡·이주일이었다. 그분들이 왕성하실 때 키 작은 남자 한 분이 뒷줄에 계셨다. 앞줄이 비워진 후에도 큰 욕심 없이 꾸준하게 무대를 지키던 그는 어느 순간부터 이름처럼 바다(海)가 되어버렸다. ‘옹달샘은 옹벽을 쌓고 산다. 새벽에 토끼가 물만 먹고 간다. 바다는 모두를 받아들여 바다가 됐다. 물고기와 해녀들이 고맙다고 인사한다.’ 송해 선생님을 생각하며 쓴 자작시다.
입학 40주년 행사(2014) 때 우리가 초대한 가수는 송창식이다. 응원가(‘고래사냥’)의 원곡 가수다. 이 분을 보면 두 가지 질문이 떠오른다. 노래를 왜 부르는가. 어떤 노래가 사람들을 움직이는가. 사실 이 질문에 대해 가수 송창식은 일찍이 답을 주셨다. ‘마음 없이 부르는 소리는 안 들려’ 이 법어 같은 가사가 들어있는 노래 제목(‘왜 불러’)은 음악동네의 가장 근본적인 질문이기도 하다.
공연장에선 이따금 김소월의 ‘초혼’이라는 시가 생각난다.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초혼은 죽은 사람의 혼을 소리쳐 부르는 일이다. 우리는 한 번 죽는 게 아니라 가끔 죽는다. 야심 때문에도 죽고 자존심 때문에도 죽고 앙심 때문에도 죽는다. 소중한 마음들을 다시 살려내는 게 노래가 지닌 궁극의 효용 아닐까 싶다.
마쓰다 세이코(1962년생)가 1980년에 불렀던 ‘푸른 산호초’가 다시 뜨겁다. 한국의 뉴진스 멤버(하니)가 도쿄돔에서 다시 이 노래를 부른 게 계기다. 산호초는 아름다운 암초(暗礁)다. 아름다운 삶을 가로막는 어둠의 정체를 노래는 암묵적으로 제시한다. 노래는 죽지 않는다. 언제 어디서고 진심을 담아 부르면 깊은 바다 밑에서도 노래는 반드시 응답한다.
작가·프로듀서·노래채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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