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 장애의 시대에 급부상한 '디토 소비',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스프]
심영구 기자 2024. 7. 15. 09:03
[트렌드 언박싱] 수많은 선택지 속 '결정 장애' 시대, '디토 소비'가 뜬다 (글 : 이수진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
1990년대 영화 '사랑과 영혼'(Ghost)에서 남자 주인공 샘(패트릭 스웨이지)이 "항상 사랑했어"라고 말하자 여자 주인공 몰리(데미 무어)는 디토(ditto)라고 대답한다. "나도 사랑한다"는 뜻이다. 인기 걸그룹 뉴진스의 노래 '디토'에서도 "Oh say it ditto"라는 표현이 등장한다. "너도 날 좋아한다 말해달라"는 의미다. 이처럼 디토는 '나도' 혹은 '이하동문'이라는 의미다.
사랑 고백이 아니라 소비에서도 디토, 즉 "나도" 하는 식의 소비가 늘어나고 있다. 사실 구매는 매우 복잡한 의사결정이다. 무엇을 구매하겠다는 '문제의 인식'에 이어, 노출-주의-지각-기억-학습 및 태도형성 등 인지 작용이 총출동하는 '정보의 탐색'이 따르고, 그렇게 골라낸 후보들에 대해 엄격한 '대안 평가'를 거쳐 구매를 실행하는, 매우 정교한 과정이다.
그런데 요즘 이런 복잡한 절차를 모두 생략하고, 그냥 특정인을 추종해 "나도"(ditto)하고 구매하는 소비 현상이 늘고 있다. <트렌드코리아 2024>에서는 이런 소비를 '이하동문' 혹은 '나도'를 의미하는 디토를 붙여 '디토 소비'라고 명명한 바 있다.
요즘 소비자에게 옷을 구매하는 주된 방법을 물으면 생각보다 다양한 답변에 깜짝 놀랄 수 있다. 빈티지샵에서 구매하는 소비자, 해외 직구 사이트에서 구매하는 소비자, 좋아하는 인플루언서 브랜드에서 구매하는 소비자, 리셀 플랫폼에서 구매하는 소비자... 그 어느 때보다도 많아진 선택지 앞에서 각자 자신만의 방식으로 구매하는 소비자의 모습을 목격할 수 있다. <트렌드코리아>에서 시행한 소비자좌담(FGD) 참석자들의 스마트폰에 깔려있는 쇼핑 관련 앱은 30~50개에 이른다. 이처럼 복잡한 소비 환경 속 소비자는 조금이라도 구매 결정의 노고를 덜기 위해 특정인을 추종해 "나도"하고 구매하는 소비 방식을 택하는 것이다.
디토 소비가 등장하게 된 가장 핵심적인 요소는 단연 복잡한 소비 환경이다. 소위 '결정 장애'에 직면한 소비자의 부담은 '포보(FOBO, Fear Of Better Options) 현상'으로 나타난다. 이는 자신의 선택 외에 더 좋은 옵션이 있을 것을 우려해 결정을 연기하는 현상을 의미하는데, 최선의 결정을 하기 위해 방대한 양의 정보 탐색과 대안 평가를 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에서 소비자는 잘못된 선택을 하기보다는 애초에 선택하지 않는 쪽을 택하는 경향이 커지는 경향을 지칭한다. 복잡한 소비 환경과 그 속에서 불안함을 느끼는 소비자가 대안으로 선택한 것은 바로 자신의 취향과 일치하는 사람을 찾아 '디토'하는 것이다.
디토 소비는 과거 셀러브리티나 인플루언서를 따라 하는 것과는 다른 개념이다. 셀러브리티를 추종하는 행위는 대상이 지닌 이미지를 우상화하여, 그 대상이 제안하는 것을 선망하고 맹종하는 것이라면, 디토 소비에서 추종자(follower)와 주도자(leader)는 특정 제품이 담고 있는 의미를 함께 공유하는 커뮤니티 참여자에 가깝다. 추종자도 자신만의 관점을 통해 제품을 선별하고 제품이 갖는 의미를 부여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주도자의 라이프스타일이 "나의 가치관과 얼마나 일치하느냐" 하는 추종자의 주체적인 '해석'이 구매 결정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뜻이다. 주도자는 많은 사람들을 꼭 끌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자신의 안목과 취향을 드러내는 것에 집중한다. 그렇기에 대중을 상대로 한 광고보다, 1:1의 입소문이 디토 소비에 적합한 마케팅 전략이 되는 것이다.
디토 소비에서 주도자는 '인플루언서'라기보다 특정 영역에의 '전문가'에 가깝다. 약사, 전문의, 메이크업 아티스트, IT 전문가 등 모든 분야에 걸쳐 전문성을 바탕으로 상품을 추천해 주는 콘텐츠가 인기를 끌었던 것은 사실 오늘 어제만의 문제는 아니다. 소비자는 각종 SNS와 동영상 플랫폼을 통해 그 어느 때보다 쉽게 전문가를 만날 수 있게 되었으며, 일상 속 궁금했던 부분을 전문가에게 직접 물어볼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디토 소비에서는 주도자가 사회적으로 역할이 부여된 전문가도 있지만, 자신의 특정 일상적 경험을 통해 축적한 역량이 있는 자라면 누구도 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직원과 인플루언서의 합성어로 SNS에서 큰 영향력을 가지는 내부 직원을 의미하는 '임플로이언서'(employee+influencer)가 대표적이다. CU 직원이 매주 신상 제품을 리뷰해 주는 '산상왔씨유', 올리브영 8년 차 MD 훈디가 올리브영 직원들의 파우치를 엿보는 '파우치 습격', 현대카드 직원이 사용하는 카드 종류와 소비패턴 등을 공개하는 'ㅎㅋTV' 등 내부 직원 타이틀을 걸고 만든 콘텐츠가 부상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미국 뉴욕의 럭셔리 백화점인 Bergdorf Goodman의 여성 패션 디렉터 Linda Fargo 편집매장 케이스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이 가능하다. 그녀가 좋아하는 리빙 브랜드부터 뷰티 제품까지 그녀의 취향을 전시해 둔 편집매장이 큰 인기를 끈 것도 그녀의 취향과 안목을 디토하는 소비자들 덕분이었다.
사랑은 실망과 좌절, 분노와 원망을 동반하듯, 한때 열렬히 지지하던 디토 대상을 한순간에 저버리는 경우도 있다. 2001년 시장 점유율 1위에 오른 뒤 부동의 '원 톱' 지위를 굳혔던 맥주 브랜드 '버드라이트'의 독주 체제가 작년에 무너졌다. 2023년 4월 제조사 앤하이저부시(AB)가 트랜스젠더 딜런 멀베이니(26)와 협업 마케팅을 펼치려다 거센 불매운동에 맞닥뜨렸기 때문이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1990년대 영화 '사랑과 영혼'(Ghost)에서 남자 주인공 샘(패트릭 스웨이지)이 "항상 사랑했어"라고 말하자 여자 주인공 몰리(데미 무어)는 디토(ditto)라고 대답한다. "나도 사랑한다"는 뜻이다. 인기 걸그룹 뉴진스의 노래 '디토'에서도 "Oh say it ditto"라는 표현이 등장한다. "너도 날 좋아한다 말해달라"는 의미다. 이처럼 디토는 '나도' 혹은 '이하동문'이라는 의미다.
사랑 고백이 아니라 소비에서도 디토, 즉 "나도" 하는 식의 소비가 늘어나고 있다. 사실 구매는 매우 복잡한 의사결정이다. 무엇을 구매하겠다는 '문제의 인식'에 이어, 노출-주의-지각-기억-학습 및 태도형성 등 인지 작용이 총출동하는 '정보의 탐색'이 따르고, 그렇게 골라낸 후보들에 대해 엄격한 '대안 평가'를 거쳐 구매를 실행하는, 매우 정교한 과정이다.
그런데 요즘 이런 복잡한 절차를 모두 생략하고, 그냥 특정인을 추종해 "나도"(ditto)하고 구매하는 소비 현상이 늘고 있다. <트렌드코리아 2024>에서는 이런 소비를 '이하동문' 혹은 '나도'를 의미하는 디토를 붙여 '디토 소비'라고 명명한 바 있다.
디토 소비의 의미
디토 소비가 등장하게 된 가장 핵심적인 요소는 단연 복잡한 소비 환경이다. 소위 '결정 장애'에 직면한 소비자의 부담은 '포보(FOBO, Fear Of Better Options) 현상'으로 나타난다. 이는 자신의 선택 외에 더 좋은 옵션이 있을 것을 우려해 결정을 연기하는 현상을 의미하는데, 최선의 결정을 하기 위해 방대한 양의 정보 탐색과 대안 평가를 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에서 소비자는 잘못된 선택을 하기보다는 애초에 선택하지 않는 쪽을 택하는 경향이 커지는 경향을 지칭한다. 복잡한 소비 환경과 그 속에서 불안함을 느끼는 소비자가 대안으로 선택한 것은 바로 자신의 취향과 일치하는 사람을 찾아 '디토'하는 것이다.
누가 누구를 디토하게 되는가?
다시 말해, 주도자의 라이프스타일이 "나의 가치관과 얼마나 일치하느냐" 하는 추종자의 주체적인 '해석'이 구매 결정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뜻이다. 주도자는 많은 사람들을 꼭 끌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자신의 안목과 취향을 드러내는 것에 집중한다. 그렇기에 대중을 상대로 한 광고보다, 1:1의 입소문이 디토 소비에 적합한 마케팅 전략이 되는 것이다.
디토 소비에서 주도자는 '인플루언서'라기보다 특정 영역에의 '전문가'에 가깝다. 약사, 전문의, 메이크업 아티스트, IT 전문가 등 모든 분야에 걸쳐 전문성을 바탕으로 상품을 추천해 주는 콘텐츠가 인기를 끌었던 것은 사실 오늘 어제만의 문제는 아니다. 소비자는 각종 SNS와 동영상 플랫폼을 통해 그 어느 때보다 쉽게 전문가를 만날 수 있게 되었으며, 일상 속 궁금했던 부분을 전문가에게 직접 물어볼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디토 소비에서는 주도자가 사회적으로 역할이 부여된 전문가도 있지만, 자신의 특정 일상적 경험을 통해 축적한 역량이 있는 자라면 누구도 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직원과 인플루언서의 합성어로 SNS에서 큰 영향력을 가지는 내부 직원을 의미하는 '임플로이언서'(employee+influencer)가 대표적이다. CU 직원이 매주 신상 제품을 리뷰해 주는 '산상왔씨유', 올리브영 8년 차 MD 훈디가 올리브영 직원들의 파우치를 엿보는 '파우치 습격', 현대카드 직원이 사용하는 카드 종류와 소비패턴 등을 공개하는 'ㅎㅋTV' 등 내부 직원 타이틀을 걸고 만든 콘텐츠가 부상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미국 뉴욕의 럭셔리 백화점인 Bergdorf Goodman의 여성 패션 디렉터 Linda Fargo 편집매장 케이스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이 가능하다. 그녀가 좋아하는 리빙 브랜드부터 뷰티 제품까지 그녀의 취향을 전시해 둔 편집매장이 큰 인기를 끈 것도 그녀의 취향과 안목을 디토하는 소비자들 덕분이었다.
갈수록 더 중요해지는 '진정성'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심영구 기자 so5wha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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