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캐즘’ 정면 돌파 나선 LG에너지솔루션

한여진 기자 2024. 7. 15.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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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텃밭 유럽서 LFP 배터리 최대 5조 원 규모 수주… 일부 라인 ESS용 전환
LG에너지솔루션이 르노와 대규모 전기차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LG에너지솔루션 제공]
LG에너지솔루션이 배터리 시장 다각화를 통해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정면 돌파에 나섰다. 전기차용 배터리 가운데 중저가에 속하는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시장은 CATL, 비야디(BYD) 등 중국 배터리 기업들이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장악하고 있다. 이런 시장에서 LG에너지솔루션이 K-배터리 제조사 가운데 최초로 유럽에서 대규모 공급 계약을 맺으며 LFP 배터리 시장 지각변동에 나선 것이다. 최근 프랑스 자동차 기업 르노와 전기차용 LFP 배터리 대규모 공급 계약을 체결한 것은 글로벌 자동차 3대 시장인 유럽에서 기술과 품질 경쟁력은 물론, 가격 경쟁력도 입증됐음을 의미한다. LG에너지솔루션은 르노에 전기차 59만 대를 생산할 수 있는 39GWh(기가와트시) 규모의 파우치형 LFP 배터리를 폴란드 브로츠와프 공장에서 생산해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공급 기간은 2025년 말부터 2030년까지 5년간이다. 시장에서는 4조~5조 원 규모로 예상한다. 르노는 LG에너지솔루션 LFP 배터리를 적용한 준중형 전기차를 2026년쯤 생산할 계획이다.
‌저렴한 철과 인산을 사용하는 LFP 배터리는 화학구조가 안정적이어서 가격 경쟁력은 물론, 안전성도 우수하다. 반면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에 비해 주행 거리가 짧고 충전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단점이 있다. LFP 배터리는 보급형 전기차 수요가 증가하면서 수요가 함께 늘어나는 추세다. 이런 상황에 맞춰 LG에너지솔루션은 LFP 배터리 기술 개발에 힘써왔다.

셀투팩 기술로 에너지 밀도↑

르노에 공급하는 LFP 배터리에는 전 세계 최초로 파우치형 배터리에 셀투팩(CTP) 기술이 적용된다. 셀투팩 기술은 기존 모듈이 들어갈 자리에 셀을 더 넣도록 설계한 것으로, 제거한 모듈 공간만큼 더 많은 셀을 탑재할 수 있다. 그만큼 에너지 밀도가 높고 비용은 절감된다. 특히 LG에너지솔루션이 개발한 파우치 셀투팩은 각형 셀투팩에 비해 무게당 에너지 밀도를 약 5% 수준까지 높일 수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시장 상황에 민첩하게 대응하고자 투자 부문에서도 속도 조절에 나서고 있다. 이를 위해 최근 미국 애리조나주 ESS(에너지저장장치)용 LFP 배터리 전용 생산 공장 건설을 일시 중단했다. 그 대신 해외 공장의 일부 전기차용 라인을 ESS용 라인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ESS용 배터리 전용 공장이 시급하게 필요하지 않지만, 단기적으로 수요가 계속 늘고 있어 라인 전환을 통해 수요에 적극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이 경우 현재 운영 중인 공장 가동률을 더 높이고 고정비 부담은 낮추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사장은 최근 외신과 인터뷰에서 "지금은 투자 속도 조절이 필요한 시기"라며 "꼭 필요한 시점에 적절한 투자가 이뤄질 수 있는 민첩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밝혔다.

LG에너지솔루션은 또 2028년까지 '건식 전극' 기술을 상용화할 계획이다. 7월 4일 김제영 LG에너지솔루션 최고기술책임자(CTO)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올해 4분기 배터리 건식 전극 공정을 위한 시험용 공장을 완공하고, 2028년부터 본격적으로 생산 공정에 접목할 것"이라고 밝혔다. 습식 전극 공정은 양극·음극에 액체 용매를 투입해 200도 이상 고온에서 건조하기 때문에 막대한 전력이 들어간다. 반면 건식 액체 용매를 사용하지 않아 친환경적이고 생산비용을 대폭 낮출 수 있어 '꿈의 공정 기술'로 통한다.

하반기 실적 개선 기대

전문가들은 포트폴리오 다각화로 경쟁력 강화에 나선 LG에너지솔루션이 하반기부터 서서히 실적 반등에 돌입할 것으로 전망한다. 특히 주요 고객사인 테슬라의 2분기 전기차 인도량이 44만3956대로 시장 추정치를 웃돌았고, 제너럴모터스(GM) 전기차 판매량이 지난달부터 서서히 증가하고 있는 점도 긍정적이다. 다만 LG에너지솔루션은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성장 둔화 여파로 올해 2분기 부진한 실적을 냈다. 7월 8일 LG에너지솔루션은 2분기 매출 6조1619억 원, 영업이익 1953억 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29.8%, 영업이익은 57.6% 감소한 수치다. 2분기 영업이익 1953억 원에는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첨단 제조 생산 세액공제(AMPC) 4478억 원이 포함됐다. 이를 제외하면 실제로는 2525억 원 영업손실이다.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향후 전기차 시장은 성장할 수밖에 없다"며 "높은 기술력과 다양한 고객사를 확보한 LG에너지솔루션은 중장기적으로 실적이 좋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그래프 참조). 김현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북미 신차 출시에 따른 주문량 증가에 힘입어 제품 출하량이 전분기 대비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며 "올해 3분기부터 성장 구간에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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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진 기자 119hotdo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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