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쳐도 탈, 부족해도 탈 性호르몬

난임전문의 조정현 2024. 7. 15.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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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임전문의 조정현의 생식이야기]
자연치유력이 높은 몸을 만들려면 운동이 필수다. [Gettyimage]
여름이다. 에스트로겐 분비가 급격히 저하되는 갱년기 여성은 기온이 오르면 안면홍조와 땀 때문에 더 고생이다. 남성도 무더위에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떨어져 기력이 쇠하기 쉽다. 그래서 너도나도 기력을 회복하려 스태미나(stamina·원기) 보양식을 찾는다. 그렇다면 과연 음식으로 남성호르몬과 여성호르몬을 보충할 수 있을까. 보양식을 먹으면 리비도(성욕)가 강해질까.

남자라면 누구나 '상남자'를 꿈꾼다. 그래서 근육량을 늘리고자 단백질을 엄청나게 많이 먹는다. 심지어 단백동화스테로이드를 맞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단백동화스테로이드는 세포 내 단백질 합성을 촉진해 근육을 성장·발달시킨다. 난임 전문의로서 이는 일반 남성은 물론이고 운동선수들에게도 권하고 싶지 않은 조치다. 오히려 적극 말리고 싶다.

단백동화스테로이드 주사를 남용하다가는 정자 생성에 지장을 줄 수 있고, 급기야 무정자증이나 발기부전을 야기할 수 있다. 남이 부러워하는 '근육맨'이 되면 뭐 하겠는가. 정작 남성의 기능을 잃어버리는, 돌이킬 수 없는 불행을 겪을 수 있는데 말이다. 멋진 근육을 만드는 것을 말리진 않겠지만, 무분별한 스테로이드 사용은 절대 삼가야 한다. 미혼 남성이라면 더더욱 조심해야 한다.

호르몬 불균형 초래하는 원흉

성호르몬 얘기가 나왔으니 정확하게 설명하자면, 남성을 남성답게 만들어주는 남성호르몬(테스토스테론 등)은 남성만의 전유물이 아니라 남녀에게서 모두 분비된다. 남성의 경우 고환에서 95%가 분비되고(나머지 5%는 부신 피질에서 분비), 여성의 경우 난소와 부신피질에서 남성호르몬이 소량 분비된다.

남자라도 남성호르몬이 필요 이상으로 과다 분비되면 문제가 생긴다. 테스토스테론은 성기능과 근육 발달에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과다 분비되면 피지선을 자극해 피부 트러블이나 탈모를 유발할 수 있다. 반면, 남성호르몬 분비가 저조하면 성욕 감소, 발기부전, 근육량 손실을 야기할 수 있다. 남성호르몬 수치가 지속적으로 낮다면 고환에서 정자가 정상적으로 생산되는지 의심해 봐야 한다. 희소정자증이나 무정자증에 걸리면 남성호르몬 수치가 평균 이하로 떨어진다. 여성도 남성호르몬 수치가 지속적으로 높아지면 배란 장애에서부터 희발월경, 무월경, 여드름, 다모증, 체중 증가, 다낭성난소증후군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

여성호르몬 역시 남녀 모두에게서 분비된다. 여성의 경우 생식기관인 난소에서 분비되고, 남성은 여성호르몬을 직접 생성하지는 않지만 고환에서 생성되는 테스토스테론의 약 20%가 여성호르몬(에스트라디올)이 된다.

남성에게서 여성호르몬이 과다 분비되면 여성형유방증이 나타날 수 있다. [Gettyimage]
남성에게서 여성호르몬이 과다 분비되면 여성형유방증이 나타날 수 있다. 예전에 북한 김정일의 차남인 김정철이 여성호르몬 과다증으로 유방이 나와서 남자답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았다는 기사를 읽은 기억이 난다.

여성도 여성호르몬이 과다하게 분비되면 자궁근종, 유방 물혹, 유방암, 난소암 등에 노출될 위험이 높다. 반면, 여성호르몬이 부족하면 각종 대사질환과 혈관질환, 골다공증 등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폐경으로 여성호르몬 분비가 저하되고 있다면 어쩔 수 없지만 이른 폐경(45세 이전)이라면 호르몬 치료를 통해 갱년기를 늦출 수 있다.

예전에 비해 더 좋은 환경에서 차고 넘치게 먹고 사는 현대인이 보릿고개 시대 사람들에 비해 호르몬 불균형인 경우가 늘고 있는 이유가 뭘까. 운동 부족과 스트레스 환경, 생활 습관과 식생활이 한몫하고 있다고 본다. 현대인이 즐겨 먹는 음식을 떠올리면 답이 나온다. 기름진 음식, 다당류, 동물성 지방, 유제품 위주 식단 등이 문제다. 생활 주변에 호르몬 불균형을 초래하는 원흉 같은 음식이 너무 많다.

필자의 병원 근처에는 테이크아웃 커피숍이 즐비하다. 필자가 진료하는 젊은 여성 한 명은 진료를 마친 후에는 곧바로 커피숍에 가서 커피를 1000㎖ 용기에 담아 행복하고도 가벼운 발걸음으로 커피숍을 나선다. 여성이 하루에 마시는 커피 양과 맛 속에 호르몬 불균형의 복선이 깔려 있는 셈이다.

1980년대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임산부는 커피를 하루 세 잔(받침이 있는 일반 커피잔) 이상은 마시지 말라'는 권장 사항을 발표했다. 이러한 룰(rule)이 깨진 지 오래다. 지금은 커피숍마다 대형 용기를 놓고 경쟁하는 시대다. 더 큰, 더 많은, 더 강력한 내용물로 소비자를 유혹한다. 그래서 필자는 이처럼 늘어난 커피 소비량을 감안해 맞춤형 치료를 준비하고 있다.

인간은 무엇을 먹고 어떻게 살아가는지에 알게 모르게 영향을 받는다. 분명히 짚고 넘어가자면, 음식이나 약제 등으로 여성호르몬이나 남성호르몬을 충당할 수는 없다. 설령 음식이나 약제로 성호르몬을 섭취할 수 있다고 해도 가임기 남녀에게는 말리고 싶다.

몸 밖에서 성호르몬이 공급되면 오히려 생식력이 떨어질 수 있다. 정자가 생산되면서 분비되는 것이 테스트스테론(남성호르몬)이고, 난자가 성숙되면서 분비되는 것이 에스트로겐(여성호르몬)이다. 몸 밖에서 에스트로겐이나 테스토스테론이 공급된다면 뇌하수체에서는 FSH(난포자극호르몬/정자생산자극호르몬)를 적게 분비하고, 결과적으로 정자와 난자 생산이 게을러질 수 있다.

호르몬 분비가 원활해지기를 바란다면

요즘이야 콜레스테롤 함량이 높아 기피하는 음식이 됐지만 옛날부터 잔치 음식으로 빠지지 않는 게 부침개다. 그때 그 시절, 잔칫날이 되면 기름을 두르고 부침개를 굽고 고기를 먹었는데 이는 선조의 탁월한 선택이었다. 우리 몸을 성장시키고 대사를 조절하고 생식기능까지 도와주는 호르몬은 단백질과 스테로이드로 만들어진다. 남성호르몬과 여성호르몬 모두 스테로이드, 즉 콜레스테롤이다. 가난한 시절이었으니 혼례, 제사 등 여러 사람이 모이는 날에는 기름진 음식을 준비해서 먹도록 했다. 성호르몬 분비가 잘돼 혼례를 치른 신랑, 각시뿐 아니라 일가친척과 동네 사람들까지 맛있게 먹고 기운을 내라는 응원의 음식인 셈이다.

당부하건대, 호르몬 분비가 원활해지기를 원한다면 숙면 취하기, 편식하지 말기, 꾸준히 운동하기 등을 실천하자. 그래야 생체리듬을 회복할 수 있다. "가장 위대한 의사는 몸 안에 있다"는 표현이 틀린 말이 아니다. 자연치유력이 높은 몸을 만들려면 운동이 필수다. 호르몬을 운반하는 혈액이 온몸에 원활하게 돌도록 하려면 유산소운동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몸과 마음이 가벼워지면 스트레스를 받더라도 해소가 잘돼서 건강해지고 임신이 수월한 몸이 된다. 기분이 좋아지는 거야 두말하면 잔소리고 말이다.

조정현
●연세대 의대 졸업
●영동제일병원 부원장. 미즈메디 강남 원장. 강남차병원 산부인과 교수
●대한산부인과의사회 부회장
●現 사랑아이여성의원 원장

난임전문의 조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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