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오송 참사' 안 된다…"반복 사고는 인재, 위험 분석 역량↑"

강지은 기자 2024. 7. 1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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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오송 참사 뒤 뒤늦게 '지하차도 침수 대책' 마련
15㎝ 침수시 지하차도 통제…진입차단시설 대폭 확대
전문가들 "방향성은 긍정, 현장서 제대로 작동이 중요"
"지자체 인식 부족도 문제…침수 위험 높은 곳 선별도"
[청주=뉴시스] 조성현 기자 =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한화진 환경부 장관이 지난 10일 오전 지난해 침수 피해가 발생한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지하차도와 미호강 정비 현장을 방문해 합동점검을 하고 있다. 2024.07.10. jsh0128@newsis.com

[서울=뉴시스] 강지은 기자 = 정부는 지난해 7월15일 시민 14명이 숨지는 등 2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오송 지하차도 참사'를 계기로 뒤늦게 지하차도 침수에 대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오송 지하차도 침수는 당시 집중호우로 충북 청주시 미호강 임시 제방이 무너져 인근 오송 궁평 2지하차도로 강물이 들이닥치면서 발생했다. 이로 인해 지하차도를 지나던 차량 17대가 순식간에 물에 잠겼다.

특히 1주기를 맞은 이번 참사는 인근 하천 범람으로 침수 위험이 높은 지하차도에 대해 통제 기준을 마련하지 않고, 진입차단시설 및 비상대피시설 등을 제대로 설치하지 않은 점 등이 주요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감사원도 최근 '하천 범람에 따른 지하공간 침수 대피실태' 감사 결과를 통해 이 같은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감사원은 "오송 지하차도 등 5개 지하차도 관리 주체는 통제 기준이 없다는 등의 이유로 홍수 경보 수준까지 하천 수위가 높아졌는데도 지하차도의 차량 진입을 차단하는 등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에 정부는 올해 들어서야 우선 지하차도가 15㎝ 이상 침수되거나 인근 하천이 범람할 우려가 있는 경우 지자체 등 관리 주체가 즉시 지하차도를 통제하도록 통제 기준을 신설했다.

지하차도 진입차단시설 설치 대상은 기존 16개소에서 올해 431개소로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정부는 연말까지 431개 중 285개소 설치를 완료할 예정이다.

여기에 전광판·사이렌 같은 진입차단 안내시설, 사다리와 핸드레일 등 비상대피시설 등도 추가로 보강했다.

아울러 침수로 파손된 배수펌프 시설은 교체했고, 당시 설치 높이가 낮아 침수됐던 배전판 등 전기·통신 시설은 침수 높이보다 높은 1.7m로 다시 설치했다.

또 침수 우려가 있는 지하차도는 공무원 2명, 경찰 1명, 이·통장 등 민간 조력자 1명 등 담당자를 4명 지정해 호우 시 상황 관리를 강화할 예정이다.

하천 범람에 따른 침수 위험 방지와 관련해서는 미호강과 병천천이 합류하는 지점의 병목 현상을 줄이기 위해 하천 폭을 확대하는 미호강 정비 사업을 조속히 진행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 사업을 통해 합류 지점의 하천 폭은 350m에서 610m로 넓어지고, 홍수가 발생했을 때 예상되는 하천의 최고 수위는 최대 0.67m 낮아져 인근 주택과 농경지 침수 위험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일단 이러한 조치가 일부 개선된 측면이 있다는 평가다.

이영주 경일대 소방방재학부 교수는 "지하차도 진입차단시설 등 설치는 당연히 필요한 것이기 때문에 이런 것들을 적극적으로 하는 부분은 그 방향에 있어서는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중요한 것은 비가 많이 오거나 침수될 우려가 있을 때 차단 시설들이 제대로 작동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모든 지하차도를 막을 수는 없는 만큼 위험이 높은 곳을 우선 차단하도록 지역 단위의 세분화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했다.

[청주=뉴시스] 조성현 기자 =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한화진 환경부 장관이 지난 10일 오전 지난해 침수 피해가 발생한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지하차도와 미호강 정비 현장을 방문해 합동점검을 하고 있다. 2024.07.10. jsh0128@newsis.com


지하차도 진입차단시설이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채진 목원대 소방안전학부 교수는 "지하차도 진입차단시설 설치 같은 경우는 예산을 투입하면 바로 할 수 있다"며 "1년이 지났어도 설치가 안 된 곳이 많다는 것은 지자체장들의 재난을 대하는 인식이 부족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특히 이번 주부터 남부 지방을 중심으로 다시 강한 장맛비가 내릴 것으로 전망되면서 통제 기준이 마련되지 않거나 진입차단시설이 설치되지 않은 지하차도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159개 지하차도가 하천 범람 등 침수 위험이 고려한 통제 기준을 마련하지 않았다. 또 132개소는 진입차단시설이 설치되지 않았으며, 피난대피시설이 없는 곳도 320곳에 달했다.

다만 각 지자체의 예산이 한정돼 있는 만큼 침수 위험이 높은 지하차도를 선별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정창삼 인덕대 스마트방재학과 교수는 "지하차도라고 해서 다 하는 것이 아니라 위험성을 분석해서 정말 위험한 곳을 우선적으로 선별해야 한다"며 "지자체 등 관리 주체마다 그런 위험도를 분석할 수 있는 역량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사다리와 핸드레일 등 비상대피시설 설치가 과도하게 주목 받는 모습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러한 시설이 근본적인 해결책인 것마냥 지자체가 너도나도 예산을 투입해 경쟁하는 행태는 자제해야 한다는 얘기다.

채 교수는 "물론 없는 것보다는 낫겠지만, 핸드레일 등은 부차적인 시설"이라며 "애초에 침수가 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했다. 이 교수도 "굉장히 급격하게 침수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효용성은 높지 않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이러한 비극이 다시는 재발하지 않기 위해서는 원인을 보다 철저히 파악해 이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관리와 보완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채 교수는 "배수 시설도 꾸준히 관리하고 주기적으로 청소해야 한다"며 "계속 반복적으로 사고가 일어나는 것은 자연 재난이 아닌 인재로 봐야 한다"고 했다. 정 교수도 "미흡한 부분이 개선돼야 '제2의 오송 참사'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지난 11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오송 지하차도 현장 복구 진행 상황과 관련해 "아직도 조금 보완해야 할 부분이 있다"며 "여러 가지 보완 사항이 있어서 보완을 지시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kkangzi8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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