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박자 다 갖췄다…쓰나미도 뚫는 '바다 위 SMR' 최적의 파트너
[편집자주] 세계 최고 수준의 조선 기술과 원자력 기술을 보유한 곳. 대한민국이 거의 유일하다. 이같은 위상을 바탕으로 K-조선이 '해상 SMR' 부문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하기 시작하고 있다. 해상 SMR은 어떤 사업인지, 궁극적으로 어떤 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는지를 분석해봤다.
'싸고, 빠르며, 안전하다.' 조선 업계는 최근 떠오르고 있는 '부유식 SMR(소형모듈원자로)'의 장점을 이같이 요약한다. 미래 에너지원인 SMR 사업을 추진하는 데 있어 '바다 위' 콘셉트를 채택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KR(한국선급)은 최근 'NEMO(해상 원자력 에너지 협의기구)' 가입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3월 결성된 NEMO는 해상 환경에서의 원자력 배치, 운영 및 해체에 이르기까지 글로벌 표준과 규정을 수립하고 해상 원자력 상용화를 추진해 나가기 위해 설립된 협의체다.
NEMO에는 초기에 HD현대를 비롯해 미국 테라파워·웨스팅하우스, 영국 로이드선급 등 7개국 총 11개 기업이 참여했다. 현재 회원사는 17곳으로 늘었다. 국내에서는 KR 외에 여타 기업들 역시 가입 의사를 전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NEMO는 향후 IMO(국제해사기구), IAEA(국제원자력기구)와 접촉을 늘리며 글로벌 규범 마련에 나설 예정이다.
NEMO의 출범과 확장은 '해상 SMR' 사업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극한의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가스 시추 등의 임무를 수행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해양 플랜트 기술과, 중대사고 확률을 10억년에 1회 수준까지 낮춘 SMR 기술이 만나면, 도서 지역이나 해안 지역에 위치한 산업단지 등에 전력을 공급하는 사업이 가능해진다. 방파제를 설치하고, FNPP(해상부유식 원자력 발전선)를 접안시키는 방식을 통해 기존 원전의 확장도 손쉽게 달성할 수 있다.
실제 ABS(미국선급협회)는 지난해 HD한국조선해양과 한국전력기술이 만든 부유식 SMR 바지선 설계에 대한 개념승인을 내리며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잠재적 해결책으로, 부유식 SMR 플랫폼은 육상 보다 더 쉽게 확장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IAEA 역시 이같은 점에 주목해 지난해 11월 FNPP 도입을 위한 포럼을 오스트리아 비엔나 본부에서 개최하며 최초로 해상 SMR을 글로벌 차원의 논의 테이블에 올렸다.
조선 업계는 부유식 SMR의 '경제성'에 주목한다. 육상에서 원자력 발전소를 설치할 경우, 지반·바닥 공사 등 토목 지출이 커질 수밖에 없는데 부유식 SMR의 경우 여기에 돈을 쓸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해상에 SMR을 만들면 특히 원전 기업과 조선사, 발전사 등이 표준화·모듈화된 제작 과정을 구성해 예산을 절감할 수 있다. 협업을 통해 규격대로 제작한 원자로를, 맞춤형으로 만든 일종의 바지선 위에 올려 고정시키기만 하면 되므로 비용을 아낄 수 있다는 논리다. HD한국조선해양 관계자는 "육상 대비 해상 SMR 건설 비용이 절반 가량 싸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며 "당연히 건설 기간도 단축된다"고 말했다.
부유식 SMR 특성상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도서 지역이 많은 국가들의 관심도가 높다. 미래 '원전 세일즈' 시장 개척에도 도움이 될 수 있는 셈이다. 지난해 11월 IAEA 포럼에서 인도네시아 정부는 HD한국조선해양 측에 적극적으로 사업 협력 의지를 피력하기도 했다. 한전기술은 지난 6월 르완다 정부와 SMR 관련 MOU(업무협약)을 체결하면서 부유식 SMR에 대한 소개를 함께 했다. 한전기술은 60MW(메가와트) 규모의 부유식 SMR 독자 프로젝트 'BANDI(반디)'를 추진하고 있다.
한전기술 관계자는 "해양 부유식 SMR의 시장 잠재력에 주목하고 개발 중"이라며 "전력 인프라가 충분치 않거나 기후환경이 불안정한 지역에서도 사전 제작 후 선적되어 조립할 수 있어 짧은 공사 기간과 합리적인 건설비로 값싸게 전기를 공급할 수 있다"고 말했다.
◆ 박상민 HD한국조선해양 상무 인터뷰
"과거에는 혁신이라고 했던 것이 이젠 빠르게 표준이 되고 있습니다. 기술의 발전이 제도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법이죠."
HD한국조선해양의 SMR(소형모듈원자로) 사업을 이끌고 있는 박상민 미래기술연구원 상무는 지난 2일 경기 성남 GRC(글로벌R&D센터)에서 머니투데이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박 상무는 지난 3월 구성된 NEMO(해상 원자력 에너지 협의기구)의 운영위원으로 참여하고 있기도 하다.
바다 위에 SMR을 띄우는 사업은 2030년도 전후부터 실증이 활발히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이를 위해서는 '육상형 원자력 발전소'로 한정하여 정의된 IAEA(국제원자력기구)의 규정을 바꾸는 일 등이 시급한데, NEMO를 중심으로 결국 '해상 SMR 글로벌 규범'이 마련될 수 밖에 없다는 게 박상무의 견해다. 그는 "현재의 제약 상황에서 좌절만 하고 있으면 아무것도 할 게 없다"며 "기술이 개발되면, 결국 글로벌 규제기관도 움직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IAEA 측에서는 육지 인근에 FNPP(해상부유식 원자력 발전선)를 접안 시키는 방식은 진행이 가능할 것 같다는 언급을 했다"며 "원해에 띄우는 방식은 아직 현 규정 상으로는 승인이 어려울 수 있어 노력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박 상무는 "NEMO에는 IMO(국제해사기구)와 협의하는 그룹과 IAEA와 협의하는 그룹 두 가지가 있는데 규정을 어떻게 현대화할 지 고려하고 있다"며 "넷제로(탄소순배출 0) 시대에 대비할 필요성이 증폭되고 있기 때문에 규정 개선은 시간의 문제로, 결국 해결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HD한국조선해양은 원해에 SMR을 띄우는 방식 역시 안전을 확실하게 보장할 수 있다고 본다. 북해와 같은 혹독한 바다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가스를 캐고 있는 초대형 원통형 해양플랜트 등의 기술을 적용하면 안 될 게 없다는 것이다. 실제 각종 글로벌 SMR 포럼에서 이 콘셉트를 소개하면 큰 호응이 뒤따라온다고 박 상무는 말했다.
그는 "세계에서 파도가 가장 센 곳에서도 플랜트를 띄울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며 "쓰나미가 와도 흔들리지 않는다"고 힘을 줬다. 이어 "최근 해상 SMR에 대한 관심도가 부쩍 높아졌다"며 "IAEA 등에서도 SMR 발전을 넘어 추진선을 거론하기 시작한 상황"이라고 했다.
최경민 기자 brown@mt.co.kr 이세연 기자 2counti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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