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추얼 아이돌한테 ‘얼굴 어색하다’고 했더니···“얼굴이랑 눈동자 바꿨는데 어때?”
‘얼굴 텍스처 별로임’ ‘미간이 너무 넓다’ ‘멤버 셋의 그림체가 다른 것 같다’ ‘노래, 춤 다 좋은데 모델링이 너무 아쉽다’.
핑크버스(해나, 루리, 지나)는 딥마인드 소속 3인조 버추얼 아이돌 그룹이다. 버추얼이지만 인공지능(AI)은 아니다. 겉으로 보이는 애니메이션 캐릭터 뒤에 실제 사람이 있다. ‘본체’인 사람이 춤을 추고 노래를 하면 그 위에 그림 캐릭터를 입혀 움직이게 하는 작업(모델링)을 거쳐 버추얼 아이돌이 된다. 지난 5월 데뷔한 핑크버스의 ‘콜 데빌(Call Devil)’ 뮤직비디오의 총 조회 수는 13일 기준 400만 회를 넘겼다. 높은 조회 수 만큼이나 댓글에는 멤버들의 실력과 곡에 대한 호평이 쏟아졌다. 동시에 모델링 기술을 개선하라는 비판적 의견도 수없이 달렸다. 버추얼 아이돌은 예쁘고 자연스러운 비주얼이 중요한데, 그림체와 움직임 등이 전반적으로 어색하고 노래 분위기와도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소속사는 고민에 빠졌다. 그리고 1달 동안 팬들 반응을 모니터링 한 뒤 핑크버스를 ‘리뉴얼’ 하기로 했다.
유상희 딥마인드 콘텐츠 크리에이어 총괄(CCO)은 “리뉴얼은 전혀 예정에 없던 일이었다”고 말했다. 초기 핑크버스의 캐릭터는 외주 작업을 통해 탄생했다. 엔터테인먼트 기반 회사인 딥마인드에 모델링 작업이 가능한 개발 인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유 CCO는 “버추얼 아이돌을 만들려면 게임 엔진 기술이 필요한데 처음엔 개발자들 중 우리 회사에 입사하려는 사람 자체가 없었다”며 “내부에서 캐릭터 리메이크 필요성을 감지했을 땐 이미 그 캐릭터로 6개월 동안 뮤직비디오를 만들었던 상황이어서 되돌리기 어려웠다”고 했다.
리뉴얼을 결정한 뒤에는 그 범위를 두고 또 고민했다. 하나의 캐릭터를 만드는 데는 최소 40개 이상의 공정이 필요하다. 캐릭터 리뉴얼을 위해선 단순히 외형만 바꾸는 것이 아니라 캐릭터가 입고 있는 의상 등도 다 같이 바꿔야 한다. 댓글에서 여러 차례 중복으로 지적된 부분을 먼저 수정하기로 했다. 그는 “과장된 얼굴형, 말도 안 되게 긴 다리 등 캐릭터의 비율 문제를 조정하고, 그림체도 하나로 통일하고 있다”고 했다. 핑크버스는 리뉴얼 이후 ‘초기보다 훨씬 낫다’는 평을 듣고 있다. 리뉴얼 소식이 알려진 뒤에는 채용 이력서를 보내오는 이들도 늘었고, 내부적으로 개발 인력을 충원했다. 유 CCO는 “이런 것도 핑크버스의 ‘서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아직 성장기에 있는 시장이라 명확한 답이 있는 것 같진 않다”고 했다.
지난해 데뷔한 버추얼 아이돌 ‘플레이브’가 대중적 성공을 거둔 이후 기존 엔터테인먼트사, IT기업, 음원플랫폼 회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참여한 버추얼 아이돌들의 데뷔가 늘고 있다.
지난달 30일 열린 그룹 에스파의 콘서트에서는 SM엔터테인먼트 소속 버추얼 아이돌 ‘나이비스’의 단독 무대가 펼쳐졌다. 나이비스는 본체가 AI인 버추얼 아이돌이다. 에스파의 히트곡 ‘넥스트 레벨’ 속 “나이비스 콜링”이라는 가사를 통해 유명해진 나이비스는 에스파 세계관에서 에스파를 돕는 조력자 역할을 한다. SM은 올해 3분기 중 나이비스를 정식 데뷔시킬 계획이다.
하이브가 인수한 오디오 기술기업 수퍼톤도 버추얼 아이돌 ‘신디에잇’을 선보였다. 카나리, 네스트, 고요, 레이븐 등 4명의 멤버로 구성된 신디에잇은 지난달 27일 싱글 앨범 <MVP>로 데뷔했다. ‘목소리’를 기반으로 구현된 가상세계인 낸시랜드에서 활동하며 자신의 진정한 목소리를 찾으려 한다는 세계관을 갖고 있다.
웹툰 IP(지식재산)을 활용한 버추얼 아이돌도 데뷔 예정이다. 하반기 데뷔 예정인 ‘오르트보이즈’는 카카오 웹툰 <황자님께 입덕합니다>, 네이버의 <대위님! 이번 전쟁터는 이곳인가요?> 등 웹툰 등장인물들을 모아 결성한 버추얼 그룹이다. 버추얼 휴먼 제작사인 온마인드도 곧 버추얼 보이그룹 ‘이오닛’을 데뷔시킬 계획이다.
우후죽순 데뷔하는 버추얼 아이돌의 성공을 가르는 요인은 결국 ‘음악’이 될 것으로 보인다. 버추얼 아이돌이라는 개념조차 낯설었던 플레이브가 성공할 수 있던 가장 큰 요인도 화려한 기술력보다는 대중적인 음악이었다는 평가가 많다. 플레이브는 하이브 재팬과 협약을 맺고 본격적으로 일본에 진출할 계획이다.
김한솔 기자 hanso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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