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플란트 치료, 어떤 치과를 선택하시겠습니까"
A(59·서울) 씨와 B(61·여·인천) 씨는 치아 상태가 갈수록 나빠지자 임플란트 치료를 결심하고 주변 치과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인터넷과 지인을 통해 여러 방법으로 치과를 알아보고 직접 상담도 받아봤지만, 무엇보다 임플란트 치료에 드는 비용이 천차만별이어서 어느 치과를 선택할지가 이만저만 어려운 게 아니었습니다.
결국 A 씨와 B 씨는 나름의 선택으로 임플란트 치료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선택 기준은 극명하게 엇갈렸습니다.
A 씨의 경우 총 10여 곳의 치과를 두고 고민한 끝에 가격보다는 임플란트 식립 후 A/S가 지속해서 가능한 곳을 찾아가라는 지인의 권유를 따랐습니다.
총 3개의 임플란트를 하는데 700만 원이 넘는 비용이 들었지만, A 씨의 치료 만족도는 지금도 꽤 높은 편입니다.
그는 만족도가 높았던 대표적인 이유로 임플란트 식립 후 여러 차례 이뤄진 A/S를 꼽았습니다.
A 씨는 통화에서 "비용은 아주 값싼 가격을 제시하는 치과보다 2배 이상 많이 들었지만, (치과 의사가) 이식했던 3개의 임플란트 중 하나가 잘못됐다며 무상으로 교체해 주는 등 주기적으로 상태를 관찰해주고 있다"면서 "값싼 가격의 치과가 이렇게 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현재로서는 처음에 걱정했던 비싼 가격은 치과 선택 기준으로 적합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B 씨는 저렴한 비용을 임플란트 치료의 최종 기준으로 삼았다가 낭패를 본 경우입니다.
주변 지인이 개당 38만 원에 임플란트를 이식했다는 얘기를 듣고 서울 강남의 한 치과까지 찾아가 치료받았지만, 6개월 만에 다른 치과를 방문해 이식했던 기존 임플란트를 뽑고 재수술했습니다.
더욱이 처음 임플란트를 이식한 치과에서 지불한 실제 비용도 40만 원이 아닌 100만 원에 달했다고 합니다.
B 씨는 "임플란트가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하고 부작용이 계속되는데도 매번 추가 비용을 요구해 다투다 어렵게 다른 치과에서 재수술받았다"며 "이 치과를 소개한 지인마저도 1년도 안 된 임플란트가 흔들려 다시 치료받아야 할지 고민이지만 재수술이 가능한 치과를 찾기 어렵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토로했습니다.
임플란트는 고령 사회에서 치아 상실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치료법 중 하나입니다.
씹는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사용 중에 불편함을 유발할 수 있는 기존 보철치료(브릿지, 의치 등)의 단점을 효과적으로 해결해 주는 게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힙니다.
수명도 꽤 긴 편입니다.
인하대병원 치과 오남식 교수 연구팀이 국제학술지(The journal of advanced prosthodontics) 최근호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2017년 5월부터 1년 동안 국내 16개 치과병원에서 485명에게 식립 된 총 841개의 임플란트 보철의 수명을 평가한 결과, 중간 생존 기간이 16년으로 평가됐습니다.
임플란트에 대한 플라크(치태) 관리가 잘 된 경우에는 수명이 18년 이상으로 늘어났습니다.
더욱이 우리나라 기업들이 만든 임플란트는 국내 의료기기 수출 1위 품목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입니다.
그만큼 국산 임플란트의 품질이 우수하다는 얘기입니다.
허영구 대한치과의료기기산업협회 부회장은 "20여 년 전만 해도 한국 임플란트는 주로 유럽과 미국에서 수입했지만 현재는 한국 제품이 전 세계 치과 임플란트 시장에서 판매 수량 1위를 기록하고 있고, 임플란트 시술이 가능한 한국 치과의사의 비율도 80%를 넘어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임플란트가 전 세계 최고라는 우리나라에서 A 씨와 B 씨의 사례처럼 치료를 마음먹고도 신뢰할 수 있는 치과를 고르기가 쉽지 않다는 점입니다.
무엇보다 최근 들어 싼 가격으로 소비자를 유인한 뒤 부작용에 따른 A/S에 추가 비용을 요구하거나, 치료에 드는 비용을 미리 받고 폐업하는 속칭 '덤핑 치과', '먹튀 치과'가 난립하는 게 주요 원인으로 꼽힙니다.
실제로 한국소비자원이 2021∼2023년 접수된 임플란트 시술 관련 피해구제 신청 179건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부작용 호소(63.7%, 114건)와 선납진료비 환급 등 계약 관련(33.5%, 60건)이 대부분을 차지했습니다.
부작용 피해는 교합 이상이 21.8%(39건)로 가장 많았으며 이어 임플란트 탈락 15.0%(27건), 임플란트 주위 염증 발생 14.0%(25건), 신경 손상 9.0%(16건) 순이었습니다.
환급 분쟁은 대개 임플란트 시술비와 뼈 이식 비용을 선납받은 뒤 치료 중단과 환불을 요구하면 위약금을 제외하고 나머지 금액만 돌려주는 사례가 많았습니다.
주목되는 건 이런 임플란트 피해사례의 54.2%(97건)가 시술 금액 100만 원 이하를 내세운 치과에서 발생했다는 점입니다.
현재 임플란트 건강보험 기준 금액은 121만 2천70원입니다.
따라서 임플란트 시술 계약 전 과도한 이벤트 할인이나 시술비 전액 선납을 요구하는 의료기관은 주의하고, 치과의사와 잇몸뼈 및 구강 상태를 직접 상담하고 시술을 계획하라는 게 소비자원의 당부입니다.
임플란트 치료를 주로 하는 치과의사 3천700여 명의 학술단체인 대한구강악안면임플란트학회도 대한치과의사협회와 함께 이런 먹튀, 덤핑 임플란트 피해 사례를 막기 위한 자정 운동에 나섰습니다.
피해 사례가 늘면서 치과에 대한 전체적인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진다는 판단 때문입니다.
이주환 대한구강악안면임플란트학회 공보이사는 "임플란트 치료는 의사와 환자 간의 깊은 신뢰를 바탕으로 근거 중심의 진료 및 사후관리가 수반돼야 하지만, 상업적 광고를 앞세운 이른바 덤핑 혹은 이벤트 병원들이 치과계에 난립하면서 소비자들의 피해도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런 피해를 보지 않으려면 무엇보다 너무 싼 가격만을 내세운 임플란트 광고에 현혹되지 말아야 한다고 학회는 강조합니다.
학회는 덤핑, 먹튀 치과 피해를 예방하는 요령으로 '개인정보를 요구하는 치과', '싼 가격을 미끼로 광고하는 치과', '할인을 조건으로 선납을 요구하는 치과'를 피하라고 조언했습니다.
김종엽 대한구강악안면임플란트학회 차기회장은 "정상적인 의료기관은 내원 전 환자의 이름과 전화번호 요구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가격이 표시된 광고는 전부 허위, 불법 광고라고 보면 된다"면서 "또한 모든 임플란트 치료는, 특히 보험 급여 치료의 경우에도 단계별로 비용을 내게 돼 있다는 점을 미리 알고 치과를 찾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도 상당수 소비자에게 아직도 임플란트 가격이 큰 부담인 건 향후 논의가 더 필요한 대목입니다.
노인의 경우 나이가 들어갈수록 더 많은 임플란트 치료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가 20~70세 성인 1천227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설문조사에서는 적정 임플란트 개당 가격이 50∼60만 원이라는 응답이 40.8%로 가장 많았습니다.
고비용 임플란트 치료에 대한 소비자들의 부담이 반영된 셈입니다.
황재홍 대한구강악안면임플란트학회 회장은 "임플란트 치료는 단순히 임플란트 식립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그 이후에도 지속적인 관찰과 A/S 등이 이뤄져야 하므로 국민이 생각하는 적정 가격과 다소 차이가 날 수 있다"면서 "다만, 초고령사회를 목전에 두고 있는 상황에서 임플란트 수요가 더 늘어날 수 있는 만큼 건강보험 확대 적용 등의 대안 마련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사진=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 · 대한치과의사협회 제공, 연합뉴스)
유영규 기자 sbsnewmedi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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