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부권’ 결국 독 될까..마이너리그서도 부진한 고우석, 어쩌면 올 후반기가 마지막 기회

안형준 2024. 7. 15.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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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안형준 기자]

고우석은 빅리그 데뷔를 이룰 수 있을까. 어쩌면 후반기가 마지막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마이애미 말린스 산하의 고우석은 힘겨운 시즌을 이어가고 있다. 고우석은 더블A에서 전반기를 마쳤다.

지난해 KBO리그에서 LG 트윈스의 29년만 통합우승을 함께한 고우석은 오프시즌 포스팅을 신청해 메이저리그 도전을 선언했다. 그리고 1월 샌디에이고 파드레스와 2년 450만 달러 계약을 맺었다.

KBO리그 최고의 마무리 투수로 활약했던 고우석은 지난해 비록 팀이 우승했지만 개인적으로는 만족스러운 시즌을 보내지 못했다. 부상으로 44경기 등판에 그쳤고 3승 8패 15세이브, 평균자책점 3.68을 기록했다. 포스팅 신청 역시 갑작스러웠다.

1998년생으로 젊은 고우석은 KBO리그에서 세 번이나 30세이브 고지를 밟았고 1년 전인 2022시즌에는 42세입, 평균자책점 1.48로 최고의 성적을 쓴 만큼 빅리그도 그를 외면하지는 않았다. 비록 소규모 계약이었지만 빅리그 구단의 손을 잡았다. 어쩌면 메이저리그에서 반등을 이룰 것이라는 기대도 분명 존재했다.

하지만 막연한 기대가 무너지는데에는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스프링캠프 시범경기에서부터 크게 부진한 고우석은 3월 '서울 시리즈' 선수단에 포함돼 고척돔을 찾았지만 서울에서 개막 로스터 탈락이라는 충격적인 통보를 받았다.

시범경기에서 크게 부진한 고우석을 샌디에이고는 트리플A도 아닌 더블A로 보냈다. 더블A가 더 적응에 용이한 환경이라는 것이 당시 샌디에이고 구단 수뇌부의 설명이었지만 고우석은 더블A에서도 10경기 평균자책점 4.38로 아쉬웠다.

고우석은 5월 초 또 한 번의 충격을 경험했다. 샌디에이고가 마이애미로부터 '타격왕' 루이스 아라에즈를 영입하며 마이애미로 이적한 것. 고우석은 세 명의 유망주와 함께 마이애미로 이적했다. 그리고 이적 후 마이애미에서 트리플A에 데뷔했다.

마이애미는 시즌 초반부터 사실상 성적을 포기한 상태. 전력이 약한 만큼 고우석에게도 기회가 올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고우석은 트리플A에서 인상적이지 못했고 5월 말 또 다른 충격을 맞이했다. 샌디에이고와 빅리그 계약을 맺어 40인 로스터에 포함된 선수였던 고우석을 DFA(Designated for assignment, 지명할당)한 것이다. 마이애미가 웨이버 공시한 고우석을 원하는 팀은 없었고 결국 고우석은 완전한 마이너리거 신분으로 마이애미 산하에 남았다.

충격은 끝나지 않았다. 반등 없이 아쉬운 모습을 이어가던 고우석을 마이애미는 지난 12일 더블A로 강등시켰다. 그리고 강등된 고우석은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듯 더블A 2경기에서 2이닝 5실점(4자책), 평균자책점 18.00을 기록했다. 올시즌 성적은 더블A 12경기 평균자책점 6.28, 트리플A 16경기 평균자책점 4.29, 합계 28경기 3승 2패 2홀드 1세이브, 평균자책점 5.09다.

점점 메이저리그에서 멀어지고 있는 고우석이다. 트리플A에서 더블A로 강등된 것은 아무리 포장해도 좋은 징조라고 보기는 어렵다. 빅리그 내야수인 오토 로페즈의 재활 경기 출전을 위해 이뤄진 로스터 조정이었지만 결국 '누구 하나를 강등시켜야 한다면 그 선수는 고우석'이었다는 의미다.

물론 기회의 문이 완전히 닫힌 것은 아니다. 7월이 지나고 여름 이적 시장이 마무리 되면 여름 시장의 '판매자'로 나섰던 팀들은 트레이드로 비어버린 빅리그 로스터 자리를 새 선수들로 채워야 한다. 마이너리그에서 콜업되는 선수들이 당연히 나온다. 현재 마이애미는 외야수인 재즈 치즘 주니어, 마무리 투수인 태너 스캇, 불펜진의 앤드류 나디, 캘빈 포세, 디클랜 크로닌 등이 트레이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기존 불펜진에서 트레이드로 이탈하는 선수가 생길 경우 고우석에게도 기회가 올 가능성이 있다. 물론 고우석이 마이너리그에서 희망적인 모습을 보인다는 전제는 필요하다.

올해 후반기는 어쩌면 마지막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고우석의 계약에는 내년 시즌에는 마이너리그 거부권이 생긴다는 조항이 포함돼있다. 마이너리그 거부권은 한 때 마치 '메이저리그 도전의 필수품'처럼 여겨졌지만 사실은 아주 위험한 양날의 검이다.

일단 빅리그 로스터에 포함될 기량을 갖춰 메이저리그 데뷔를 이룬다면 거부권은 선수를 강등의 위험으로부터 지켜줄 수 있다. 하지만 기량을 충분히 증명하지 못해 메이저리그 데뷔를 이루지 못한 경우에는 아예 빅리그행 자체를 막는 벽이 될 수도 있다.

한 번 메이저리그 로스터에 포함시키면 선수 동의 없이는 방출 외에는 다시 제외시킬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아무리 부진해도 메이저리그 로스터 자리를 차지하고 내놓지 않을 수 있는 권리인 만큼 구단 입장에서는 처음부터 그 선수를 메이저리그 로스터에 등록할지 여부를 더 심각하게 고민할 수 밖에 없다. 마이너리그 거부권이 치명적인 독으로 작용해 빅리그 데뷔조차 이루지 못한 윤석민(은퇴)의 사례도 있다.

결국 고우석은 올시즌에 자신이 '빅리그급 투수'라는 것을 증명하지 못한다면 거부권이 생기는 내년에는 메이저리그에 데뷔하기가 더욱 어려워진다. 윤석민처럼 거부권 탓에 메이저리그 마운드조차 밟아보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일각에서 '고우석이 올시즌 종료 후 계약을 파기하고 KBO리그로 돌아오는 것이 아니냐'고 전망하는 이유기도 하다.

도전은 그 자체로 가치있고 아름다운 것이지만 현재 고우석의 처지는 그리 아름답지 못하다.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고우석이 과연 후반기에는 달라진 모습으로 꿈에 다가설 수 있을지 주목된다.(자료사진=고우석)

뉴스엔 안형준 markaj@

사진=ⓒ GettyImages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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