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 낳으면 손해?…8남매 아빠 "아이들은 삶의 원동력이자 행복"

유영규 기자 2024. 7. 15.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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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3회 인구의날 국민포장 수상자 안정용 구면농장 대표

"제가 혼자 살았으면 더 부유하고 여유로웠을까요? 더불어 사는 게 '손해'일까요? 아이들, 지역 사회와 더불어 사는 것은 제 삶의 원동력이에요. 아이들을 키우는 지금이 제 '전성기' 같아요."

8남매를 양육하며 지역사회 아동들에게 장학금을 지원하고 있는 안정용(57) 씨는 어제(14일) 언론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전북 정읍에서 양돈농장인 '구면농장'을 운영하는 그는 지난 11일 제13회 인구의날 기념식에서 농촌지역 저출생 극복에 참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국민포장을 수상했습니다.

경제적, 시간적 여유를 떠나서도 여덟 자녀를 낳기로 결정하고 키우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을 터입니다.

안 대표는 다둥이 부모가 된 이유로 "워낙 아이들을 좋아하는 데다가 여러 가족이 한데 어우러져 사는 게 행복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아내도 마찬가지 생각이라 자연스레 8남매가 태어나게 됐습니다.

'아이를 덜 낳았으면 더 본인의 인생을 즐길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질문에 안 대표의 입에서 "키우는 어려움보다 행복이 크고, 혼자 즐기는 것보다 여럿이 즐기는 게 더 행복하다"는 현답이 나왔습니다.

그는 '출산과 육아가 쉽다'고 말하지는 않습니다.

아이가 어릴 때는 갑자기 고열이 나는 등 아파서 애가 타기도 하고, 한시도 눈을 뗄 수가 없습니다.

원하는 공부를 시키려면 경제적 사정도 고려해야 합니다.

안 씨는 그러면서도 아이를 키우는 행복을 혼자였다면 느낄 수 없었을 감정이라고 말했습니다.

"혼자 여행을 다니고 혼자 맛있는 걸 먹는 것보다 가족과 함께하는 게 더 즐겁다고 생각하는 거죠. 아파트에 살다가 아이들을 위해 지금 개인 주택을 짓는 중인데 아이들을 떠올리면 즐겁습니다."

사랑이 많은 부모님의 영향으로 8남매는 서로 아끼고 도와주는 가족이 됐습니다.

"첫째 아들이 가장 인기가 많다"며 웃는 그는 "'아빠 껌딱지' 같았던 아기가 이제는 커서 동생들 차도 태워 주고, 맛있는 것도 사주고 하는 걸 보면 뭉클하다"며 "머리도 빗겨 주고 다정해서 딸이 좋아한다"고 말했습니다.

가족이 유난히 좋아하는 건 축구 구경입니다.

정읍에서 서울까지 올라가 경기를 볼 정도로 축구를 좋아하는데 엄마, 아빠부터 막내까지 '총출동'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좋아하는 경기를 본다고 다 같이 가서 즐거워하는 걸 보면 흐뭇하죠. 그래서 꼭 가족이 함께 가는 것 같아요."

안 대표는 대가족이 화목하게 지내기 위한 '분위기'를 중요하게 여긴다고 했습니다.

특히 부정적인 감정에 휘둘리는 남편, 아버지가 되지 않으려 노력한다는 설명이 뒤따랐습니다.

"육아가 바쁘니 아내가 정신이 없어서 일상에서 실수할 때가 있는데, 그럴 때는 짜증이나 화를 내는 게 아니라 같이 해결하려 하죠. 육아도 마찬가지인데 혼낼 때는 혼도 내야 하지만 아이가 무언가를 할 때 긍정적인 감정을 갖고 자기 역량을 잘 발휘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드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아이들을 좋아하는 그는 8남매뿐 아니라 더 많은 아이들에게도 사랑을 나눠주기로 했습니다.

"어렸을 때 수학여행을 못 간 게 못내 아쉬웠다"는 그는 경제적 사정이 어려운 아이들도 다양한 곳에 가보고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2010년부터 지금까지 모교인 정읍 대흥초등학교 학생들의 해외 수학여행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사태로 아이들이 수학여행을 못 갈 때는 1인당 120만 원가량 장학금을 지원했습니다.

소도시에서 아이들이 줄어드는 것이 마음 아파 입학·졸업 장학금도 50만 원씩 보탰습니다.

그와 학교, 지자체의 노력에 지방 저출생 심화에도 대흥초의 학생 수는 30명가량에서 60명대로 늘었습니다.

입소문을 듣고 학교에 보내고 싶다는 문의가 들어와 안 대표가 총동문회에 건의해 아이들의 통학 버스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안 대표가 기부처로 학교를 선택한 것은 '지역 소멸' 시대에 출산율을 끌어올리고 육아를 지원하기 위해서는 교육 환경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는 "교육 환경이 좋지 않아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이 빠져나가는 경우가 있다"며 꼭 명문대를 많이 보내는 게 아니더라도 '분위기가 좋은 학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지역의 의료 공백도 해소해야 할 문제입니다.

"전주까지 가서 아이를 낳기도 했다"는 그는 "산부인과·소아과가 돈이 안 되니 철수를 하고 이것이 육아 여건을 더 열악하게 만드는 악순환이 있어 지원이 필요하다"고 호소했습니다.

또 지자체의 돌봄 서비스가 매우 유용했다며 다둥이 부모에게는 질 좋은 돌봄이 필수라고 강조했습니다.

안 대표는 출산과 육아에 대한 인식의 '문턱'이 낮아지는 것도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애 키우는 건 고통'이라는 인식이 만연해 실제 느끼는 '키우는 재미'가 부각되지 않다는 지적입니다.

그는 이러한 현실이 안타깝다며 육아에 대한 긍정적인 면을 제대로 알려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경쟁이라든지 아이나 부모에게 '완벽함'을 기대하는 풍조가 스트레스가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인생은 나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라는 안정용 씨는 배우자와 아이들, 부모님께 자랑스러운 국민포장 수상 소식을 알릴 수 있는 게 무엇보다 뿌듯하다며 "인생 후반전을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도 가족뿐 아니라 사회와 나누는 삶을 살겠다"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사진=보건복지부 제공, 연합뉴스)

유영규 기자 sbsnewmedi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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