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3600억' 버는 학원도 이럴 줄은…대치동 '충격 상황' [대치동 이야기⑭]

강영연 2024. 7. 15. 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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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글' 대치동…'시대인재'라도 내일 장담 못해
입시제도 변화 따라 학원 흥망성쇠
치열한 경쟁 대치동 학원가
압도적 1등이라도 성공 장담 못해
이미 이익률 급락 등 수익성 악화도

※ 한국경제신문과 한경닷컴은 매주 월요일 대치동 교육 현실의 일단을 들여다보는 '대치동 이야기'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대치동 학원가의 최종 목표는 대학입시다. 결국 대치동 학원가를 찾는 모든 학생의 목표는 명문대 입학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대입 학원은 대치동에서도 가장 중요한 곳이 아닐 수 없다.

그 중요성만큼이나 학원간 경쟁도 치열하다. 지금 학생들이 기억하는 대치동 학원과 부모 세대가 기억하는 학원의 이름은 대부분 다르다. 정권별로 대입 입시 제도가 무수하게 뒤바뀐 만큼  학원들도 시대에 따라 명멸해갔다. 긴 시간 변하지 않는 게 하나 있다면  왕좌는 영원하지 않고, 그 자리를 차지하려면 치열한 경쟁에서 승리해야 한다는 점이다.

 학원이 노량진으로 간 이유는 

처음부터 대입 학원의 중심이 대치동이었던 것은 아니다. 모든 것의 중심이 종로였던 1960년대. 대입 학원의 메카 역시 종로였다. 인사동에 종로학원, 정일학원, 수렴동의 대성학원 등 유명했던 대입학원은 모두 종로에 있었다. 중학교, 고등학교 입시가 순서대로 폐지되고, 야간자율학습이 강제화되면서 재학생 학원들은 타격을 입었지만, 재수 종합반 중심의 세 학원은 전성기를 맞았다.

1970년대 후반, 학원은 다시 한번 격동기를 겪게 된다. 정부가 1977년 서울 확장에 따른 인구 재배치 계획으로 서울 도심학원들을 분산시키는 도심학원 이전계획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서울 도심에 있던 학원들을 사대문 외곽지역으로는 1978년 9월, 강남지역으로는 1979년 2월까지 이전시키는 계획이었다. 이에 따라 종로에 자리 잡고 있던 주요 학원들은 모두 사대문 밖으로 나가야 했다.

서울역사박물관에 따르면 1978년 3월 기준으로 도심에 있던 13개 학원이 용산, 마포, 서대문, 관악, 동대문 지역으로 이전했다. 경기학원은 용산, 경북제일학원은 마포구 도화동, 청운 YMCA학원은 서대문구 천연동, 정일은석학원은 후암동, 대일경일학원은 용산, 삼성학원은 동대문, 종로학원은 중림동으로 옮기는 식이었다.

이 중 대성학원과 성지 상아탑 학원이 노량진으로 자리를 옮기며 대입 학원은 노량진 시대를 맞는다. 노량진 시대를 이끌었던 학원 역시 재수학원이었다. 1980년대 7·30 교육개혁 조치때문이다. 7·30 교육개혁 조치는 본고사 폐지, 과외 금지로 잘 알려져 있지만 이때 재학생의 학원 수강도 금지됐다. 그나마 정부가 허용해준 곳이 바로 갈 곳 없는 재수생을 위한 학원이었다. 그 결과 당시 노량진에 있던 한샘학원, 정진학원, 대성학원 등과 중림동의 종로학원이 재수생 종합반을 운영하며 대입 학원 시장을 이끌었다.

 인강과 일타강사의 등장

대치동이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들어서다. 정부가 강북의 인구를 강남으로 분산시키기 위해 주요 명문 고등학교를 이전하면서 교육열이 높은 학부모들이 대치동을 찾기 시작했다. 여기에 1989년 방학 중 중·고등학생의 학원 수강을, 1992년 재학생들의 학원 수강을 전면 허용하며 사교육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특히 2000년 과외 금지에 대한 위헌 결정으로 사교육은 다시 도약의 기회를 찾게 됐다.  

1994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도입도 사교육 팽창의 원인이 됐다. 새로운 대입 제도가 시작되면서 정보가 필요했던 학생들이 사교육에 의존하게 된 것이다. 1990년대 은마아파트 사거리 부근에는 대일학원 등 여러 대형학원이 신설, 이전하며 학원가를 형성하기 시작했다. 대형학원들의 수강생도 재수생에서 재학생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대입 시장은 2000년 메가스터디의 설립으로 또 한 번 큰 변화를 겪게 된다. 온라인으로 전국의 학생들에게 강의하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동시에 일타강사 시대도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물론 그전에도 한샘학원을 설립한 서한샘, 메가스터디의 설립자이기도 한 손주은 등 소위 일타강사가 있었지만, 전국적으로 명성을 얻고, 엄청난 연봉을 자랑하는 일타강사는 메가스터디 설립으로 시작됐다.

메가스터디는 대중적인 입시설명회도 처음으로 열었다. 기존에는 학원에 다니는 일부 학부모들만 접할 수 있던 다양한 입시 정보를 다수의 학부모에게 공개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따라 기존 학원들도 온라인 강의를 강화하고, 입시설명회를 열기 시작했다.

2010년대 대입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낸 곳은 미래탐구였다. 수학 일타강사로 유명한 현우진이 강사 생활을 시작한 곳이기도 하다. 대입 단과 시장에서 독보적인 1등 학원이었다. 이후 세정학원, 명인학원 등도 단과 학원으로 명성을 크게 얻었다. 하지만 대부분은 지금까지 명맥을 유지하지 못하고 있다. 학원 시스템보다는 일타강사의 유명세에 따라 유지되는 인기였기 때문이다. 강사 한명이 빠지면 그만큼 수강생이 빠졌고, 강사 인기가 떨어지면 학원이 타격을 받았다. 매우 영세한 운영방식이었다. 


대치동에 파란을 일으키며 등장한 곳이 바로 시대인재다. 2016년 설립된 시대인재는 과학탐구가 강한 학원으로 확실한 포지셔닝을 했다. 과탐은 의대에 가려는 이과 상위권 학생들에게 필수적인 과목이었다. 그 결과 이과 상위권 학생들이 시대인재로 몰렸고, 의대 합격자 수도 늘어났다. 의대 합격자가 많다는 결과는 또다시 학원 수강생의 증가로 이어졌다. 시대인재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대성학원도 이에 맞서 재학생을 타깃으로 하는 단과학원 두각을 설립하기도 했다.

그 결과 지금 대입시장은 시대인재와 메가스터디가 양분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온라인 강의 시대를 연 메가스터디는 오프라인으로 그 영역을 확장하고 있고 공무원, 초중등 등으로 시장도 넓히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에 경쟁 치열해져 

이들이 앞으로도 왕좌를 유지할 수 있을지는 단언할 수 없다. 사교육 업체들은 대치동에서는 단 5년 후도 알 수 없다고 말한다. 빠르게 성장하고, 시장을 평정한 듯 보였다가도 금세 사라질 수 있는 곳이 대치동이기 때문이다.

학령인구가 급격히 줄어드는 가운데 학원간 경쟁은 나날이 치열해지고 있다. 2024학년도 수능 응시생은 40만명 수준이다. 20년 전이던 2004학년도 67만명에서 빠르게 줄고 있다. 앞으로 10년간은 40만명 수준이 유지되지만 이후에는 출생아수를 반영할 때 20만~30만명 대로 떨어질 예정이다. 학원을 찾는 절대적인 학생 수가 줄어들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대치동에서 잘나가는 학원들도 허울만 좋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금 큰 관심을 받는 시대인재도 마찬가지다. 시대인재의 지난해 매출은 3605억원이다. 영업이익은 288억원이다. 영업이익률이 8% 남짓하다. 2022년보다 매출(2747억원)은 900억원 가까이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269억원에서 20억원 남짓 증가하는데 그쳤다.

특히 시대인재의 지난해 강사료, 급여, 퇴직급여, 복리후생비 등 인건비 관련 항목이 1763억원에 달한다. 절반 가까이가 인건비로 나가는 셈이다. 그중에서도 강사료가 1365억원인데 이는 한해 전인 2022년보다도 300억 가까이가 늘어난 금액이다. 이는 인건비, 건물 임대료 등을 내고 나면 수중에 남는 돈은 별로 없다는 것으로 매우 취약한 기반의 매출인 셈이다. 

그런데도 대치동 중심의 학원 문화가 바뀌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대치동에 학원이 있느냐 없느냐가 다른 지역에 진출할 때 간판이 돼주기 때문이다. 한 학원 관계자는 "대치동 선생님이 온다는 광고를 하기 위해 대치동에 학원을 유지해야한다는 말이 있다"며 "결국 돈은 분원에서 벌지만 대치동 학원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라고 말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

■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 미니 인터뷰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


"앞으로 수험생 10명 중 1명은 스카이(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의치한약수(의대·치대·한의대·약대·수의대)에 들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 때가 와도 사교육을 찾는 학생이 있을까요."

지난 12일 종로학원 목동점에서 만난 임성호 대표는 "학령인구가 감소하고, 사교육에 대한 강력한 정부 정책이 잇따르며 시장 참여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1965년 세워진 종로학원은 지금까지 남아있는 몇 안되는 대입 학원 중 하나다. 임성호 대표 역시 1996년 사교육 시장에 진입한 후 30년 가까이 입시 최전선에서 일하는 전문가다. 그런 그에게도 지금의 학령인구 감소는 위협적으로 다가온다고 했다. 

그는 “학령인구가 줄고 있는 상황에서 학생들이 계속해서 학원을 찾을지 우려된다”고 했다. 학령인구가 40만명 정도 수준인데, 앞으로 10년 후에는 20만~30만명 수준으로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는 "스카이, 의치한약수의 정원을 모두 합치면 2만명 정도가 되는데, 전체 학생의 10%가 들어갈 수 있게 되는 셈"이라며 "지금처럼 경쟁이 치열하지 않을 수 있고, 그럼 사교육을 찾는 숫자도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새로운 학원 운영 방식이 필요하다고 했다. 과거에는 유명 강사 수업을 듣기 위해 인터넷 강의를 듣거나 지방에서 대치동으로 왔다면, 이제는 대치동 강사들이 지방으로 내려가야 한다는 얘기다. 그는 "반당 10여명씩 수업을 듣던 학생들에게 인터넷 강의나 집합교육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을 수 있다"며 "점점 개인화되고 아주 사적인 케어를 해줄 수 있는 1:1 트레이닝과 컨설팅으로 학원이 변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종로학원이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초중등 재학생 사업이다. 재수생 중심으로 알려진 종로학원 대표의 발언으로는 의외다. 이유는 단순했다. 재수생이 계속해서 줄고 있기 때문이다. 임 대표는 "2028학년도부터는 문·이과가 사실상 통합되는 수능으로 완전히 달라져 기존 패러다임이 바뀌게 된다"며 "현재 통합 수능은 이제 2년 남은 상황으로 기존 제도에 추가적인 투자를 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학원 간의 인수합병(M&A) 등도 활발해질 것으로 봤다. 그는 "알게 모르게 물밑에서 결합 관련 논의가 많이 오가고 있다"며 "지금 상황은 전략보다는 구조 자체를 바꿔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사교육비 대책에도 사교육비는 매년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습니다. 사교육을 받은 학생들과 그렇지 않은 학생 사이의 격차도 심화하고 있습니다. 다들 사교육이 문제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뭐가 문제일까요. 한국경제신문·한경닷컴은 사교육으로 대표되는 대치동의 속살을 살짝 들여다볼 수 있는 '대치동 이야기' 시리즈를 기획해 매주 월요일 게재합니다. 대치동을 긍정적으로만 평가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지만 그 시스템을 모르면 한국 교육의 업그레이드도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대치동이 어디인지, 대치동의 왕좌는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 그 안에서 살아가는 학생, 학부모, 강사들의 삶은 어떤지. 잘 알려지지 않았던 대치동 이야기를 써 내려갑니다. 아래 기자 페이지를 구독하거나 포털에서 [대치동 이야기]로 검색하면 더 많은 교육 기사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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