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출' 김태곤 감독, 故 이선균을 보내며 "가슴 아픈 일 있었지만" [인터뷰]

서지현 기자 2024. 7. 15.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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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 김태곤 감독 인터뷰 / 사진=CJ ENM 제공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 김태곤 감독이 칸 국제 영화제 이후 1년의 재정비 기간을 거쳐 마침내 국내 관객들과 만나게 됐다.

영화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연출 김태곤·제작 CJ ENM STUDIOS 블라드스튜디오, 이하 '탈출')은 짙은 안개 속 연쇄 추돌 사고가 일어나고, 붕괴 위기의 공항대교에 풀려난 통제불능의 군사용 실험견들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극한의 사투를 벌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는다.

앞서 '탈출'은 지난해 제76회 칸 국제 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공식 초청돼 상영된 바 있다. 이어 1년 만에 정식 개봉하게 된 소감에 대해 김태곤 감독은 "오랫동안 잘 준비해 왔다. 칸 영화제에서 관객들에게 처음 선보이고 난 이후에 보완해야 될 점을 찾았고, 완벽하게 가기 위해서 노력했다"며 "물론 가슴 아픈 일도 있었는데 우여곡절 끝에 개봉해서 너무 기쁘다. 더 많은 관객들이 영화를 만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칸 국제 영화제에서 상영 이후 국내 개봉 전까지 김태곤 감독은 재정비 시간을 가졌다. 이어 기존 러닝타임에서 6분을 편집, 최종 94분의 작품을 완성했다.

김태곤 감독은 "칸 영화제에서 관객들한테 첫 선을 보이고 관객들 반응을 보면서 감정이 과잉된 부분들이 있었다고 생각했다. 그런 부분들이 지금 트렌드에 뒤처지는 느낌들이 있었고, 감정을 가이드하듯 음악이 선행되거나 하는 부분들을 조금 더 담담하게 관객들이 스스로 느낄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요즘의 트렌드라고 생각했다"며 "속도감이나 긴장감을 올려서 관객들이 장르적 재미를 훨씬 더 많이 느끼게 만들어야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훨씬 더 빠르고 긴박감 있게 수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총 6분 정도가 줄어들었다. 사실 각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나, 사건이 발생하기 전 전사들이 있었다"며 "사고가 난 이후에도 각 캐릭터들의 이야기가 있었는데 그런 호흡들을 걷어내면서 사건들이 더 빨리 진행되고, 속도감을 높이는 쪽으로 선택하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해서 그런 방식으로 수정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 김태곤 감독 인터뷰 / 사진=CJ ENM 제공


'탈출'의 기본 프레임은 재난물이다. 붕괴된 공항대교의 고립된 상황 속 유전자 개조된 특수 군견인 이른바 '에코'들과 맞닥뜨리며 극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이와 관련해 김태곤 감독은 "사실 재난 영화의 구조는 너무나 많고, 익숙하다. '부산행'도 세계에 좀비 영화가 너무 많지만, 우리나라엔 없기 때문에 새롭게 느껴진 거다. 부성애나 모성애, 가족관계 같은 것들이 클리셰라고 이야기하지만 저는 이런 재난 영화에서 가장 몰입할 수 있는 관계가 '가족'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재난 영화에서 자주 사용되는 것"이라며 "그다음은 '어떤 식의 재난을 보여줄 것이냐'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어떤 공간에서, 어떤 요소가 작용해서, 재난 영화를 보여줄 것인가가 차별점이다. 관계에서 오는 새로움은 제가 생각해 봤을 때 재난 영화에선 쉽지 않은 부분이다. 제가 떠올린 재난 영화에선 대부분이 가족 관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공간이나 소재가 두는 부분에 무게감 있는 선택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곤 감독은 '탈출'에서 일상적인 공간에서 닥쳐오는 공포감을 관전 포인트로 삼았다. 김 감독은 "우선 한정된 공간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우리가 인천국제공항을 가기 위해선 그 다리를 건널 수밖에 없지 않냐. 많은 사람들이 그 다리를 건너갔을 텐데 위치 특성상 안개가 끼는 것도 많이 체험했던 부분이다. 일상에서 벌어질 수 있을 법한 재난 상황에서 플러스(+)로 다른 이상한 요소들이 가미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에코'라는 존재를 더했다. 김태곤 감독은 "제가 들개한테 쫓겼던 경험이 있다. 개도 우리한텐 친숙한 존재지만, 위협적인 존재로 바뀌었을 때 오는 이상함들이 주는 매력이 있다. 일어날 수 있는 재난 상황에서 일상적인 공간들에 이상한 요소가 가미 됐을 때 일상이 뒤바뀌는 체험들을 관객들에게 주고 싶었다"고 이야기했다.

다만 김태곤 감독은 "원래는 실제 개를 데리고 촬영하고 싶었다. CG보단 실제 개가 훨씬 더 현실감이 있지 않냐. 그건 당연한 부분이지만 도저히 안되더라. 개가 마음대로 움직이지도 않고, 적절한 시간대 쉬는 타임을 가져야 하고, 개 복지를 위한 여건이 안 돼서 CG를 하기로 했다"며 "실제 개들을 모델링하고, 실제 개의 움직임을 보고 애니메이터들이 움직여야 해서 현장에 데려와 기본적인 소스 촬영들은 했다. 그런 움직임에 대해서 과장되더라도 훨씬 더 속도감이나 위압감, 무게감을 더 가중시키려고 개의 움직이나 공격성들에 대해 신경을 많이 썼던 것 같다"고 말했다.

재난 상황이 갖춰진 뒤엔 그 안에 들어갈 캐릭터들을 고민해야 했다. 김태곤 감독은 주인공 차정원 역할을 맡은 故 이선균에 대해 "이미 작품을 함께하기 전부터 알고 있었다. 형에 대한 호감도가 컸다. 근데 형이 재난 영화에 나왔던 적이 없더라. 스펙트럼이 넓은 배우인데 이런 재난 영화에선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것 같아서 형이 하면 재밌을 것 같았다. 막상 제안을 드렸더니 처음엔 조금 의아해하셨다. '내가 할 수 있을까'라는 부분도 있었고, 책임감도 느꼈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이어 레카 기사 조박 역의 주지훈에 대해선 "'신과 함께' 김용화 감독과 함께 했던 인연이 있다. 처음엔 조박 같은 캐릭터를 잘생긴 배우가 선뜻하기 쉽지 않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주지훈이 네임밸류가 없는 것도 아니지 않냐"며 "어찌 됐건 영화에 양아치 같은 역할인데 할 수 있을까 싶었지만, 시나리오를 보고 재밌겠다고 흔쾌히 하셔서 제가 오히려 놀란 부분이 있다"고 웃음을 보였다.

차정원의 딸 차경민 역은 아역 배우 김수안이 맡았다. 앞서 김수안은 천만 재난 영화 '부산행'에서도 활약한 바 있다. 김수안이 언급되자 김태곤 감독은 "사실 캐스팅 안 하려고 했다. ''부산행'의 연장선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올까 봐 무조건 피하려고 했다. 그래서 오디션을 굉장히 많이 봤다. 근데 수안이가 제일 잘하더라. '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 김태곤 감독 인터뷰 / 사진=CJ ENM 제공


특히 '탈출'에선 아빠가 딸을 구하는 것이 아닌, 딸이 아빠를 구하기 위해서 나선다. 이에 대해 김태곤 감독은 "아버지가 딸을 구하기 위해 목숨을 바치는 구조들은 너무 흔하게 사용됐다. (김)수안이가 맡은 경민이는 당돌하고, 자신의 주장이 강한 아이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 나이 또래가 딱 주체적 인간으로서의 어떤 경계에 있지 않냐. 그런 경계에서 훨씬 더 어른이 되는 지점으로 넘어가는 모습을 보여주면 다른 영화들과 차별화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아빠가 딸을 구하는 이야기보다, 딸이 마지막에 구원을 해내는 경계를 넘어서는 이야기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김태곤 감독은 "'탈출'이 어떤 대단한 성장영화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하지만 캐릭터들이 후반부로 갈수록 조금씩 변화하는 것이 훨씬 더 현실적이라 생각한다. 작품 속 부녀 관계를 그릴 때 어떻게 그릴 것인지에 대해서 많은 고민을 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김태곤 감독은 "메시지를 정해놓고 영화를 만들진 않는다. 어떤 이야기가 재밌을지 가장 먼저 고민한다. 우선 제가 재밌어야 하고, 제가 재밌는 이야기를 했을 때 정말 좋은 얘기라고 하면 그 얘기 속에 저도 모르게 의미 있는 메시지가 담겨있다고 생각한다"며 "이 영화를 시작하게 된 계기도 개에 쫓겼던 공포감이 원초적이지만, '이 개도 누군가의 반려겼이었을텐데'라는 생각이 들면서 풍부해졌다. 공항을 오가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도 담고 싶었고, 이런 큰 재난을 통해서 조금 더 관계들이 회복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었다. 대단히 큰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보단, 장르적인 영화 속에서 관객들이 큰 재미를 느꼈으면 좋겠다는 것이 더 크다"고 인사했다.

한편 故 이선균은 지난해 12월 말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상 대마 향정 혐의로 조사를 받던 중 비보를 전했다.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 김태곤 감독 인터뷰 / 사진=CJ ENM 제공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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