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에이스가 리그 최고 타이틀 반납했다… 쉴 때 됐는데, 하필 팀이 비상이다

김태우 기자 2024. 7. 15.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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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판이 거듭될수록 구위와 제구 모두에서 조금씩 균열이 일어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KIA 외국인 투수 제임스 네일. ⓒ곽혜미 기자
▲ 전반기 최고 투수였던 네일은 최근 6경기에서 부진하며 결국 평균자책점 1위 타이틀을 카일 하트에게 내줬다.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광주, 김태우 기자] 올 시즌 리그 최고 투수를 뽑는다고 하면, 꽤 오랜 기간 많은 이들은 KIA 외국인 투수 제임스 네일(31)의 이름을 말했을 것이다. 실적이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전반기 거의 대부분의 기간 동안 리그 평균자책점 1위였다.

시속 150㎞ 이상이 나오는 예리한 투심패스트볼, 그리고 예리하게 꺾이는 스위퍼를 앞세워 승승장구했다. 구위도 좋은데 제구까지 좋았다. 좌우 타자를 가리지 않는 스위퍼는 때로는 헛스윙을 유도하기도 하고, 때로는 보더라인에 절묘하게 걸치며 타자들을 허탈하게 했다. 5월 일정이 끝났을 때 네일의 평균자책점은 1.64였다. 리그 유일한 1점대 평균자책점 투수였다.

그러나 그런 네일의 평균자책점은 슬금슬금 올라갔다. 시즌 첫 13경기까지의 평균자책점은 1.82였지만, 이후 6경기를 거치며 이 평균자책점은 2.96까지 올랐다. 네일은 이 6경기에서 33⅓이닝을 던지며 평균자책점 5.67을 기록했다. 이 기간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는 단 한 차례에 불과했고, 이닝당출루허용수(WHIP)는 1.56, 피안타율은 0.300, 피OPS(피출루율+피장타율)는 0.812였다. 6경기 구간만 놓고 보면 굉장히 평범한 투수가 된 것이다.

그 결과 평균자책점 1위 타이틀도 내줬다. 전반기 2.66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네일은 카일 하트(32)에 근소하게 앞섰다. 전반기를 마친 하트의 평균자책점은 2.74였다. 하지만 네일이 후반기 두 경기에서 모두 퀄리티스타를 기록하지 못하며 평균자책점이 2.96까지 오른 반면, 하트는 후반기 첫 등판이었던 12일 키움전에서 7이닝 무실점으로 역투하며 평균자책점을 2.57까지 끌어내렸다. 그 결과 네일이 2위로 내려앉았다. 피안타율이나 WHIP, 퀄리티스타트 횟수 등에서 하트보다 낫다고 장담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

네일의 최근 부진은 여러 요소에서 기인한다는 평가다. 네일은 투심과 스위퍼의 조합, 즉 지금까지 KBO리그에서 잘 보지 못했던 생소함을 가지고 있었다. 여기에 제구까지 잘 되니 타자들로서는 굉장히 까다로웠다. 하지만 이제는 키움을 제외한 모든 팀 타자들이 네일에 대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투구 궤적 등을 머릿속에 그려놓고 들어간다는 것이다. 여기에 시즌 초반보다는 구위가 무뎌지고, 제구가 흔들린다는 평가도 나온다.

14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SSG와 경기에서도 그런 우려를 다 씻어내지는 못했다. 나흘 휴식 후 등판한 네일은 이날 5⅔이닝 동안 7개의 안타를 맞았다. 경기 피안타율은 0.333이었다. 여기에 볼넷 3개와 몸에 맞는 공까지 하나 내주며 악전고투했다. 위기관리능력을 발휘하면서 버텼지만 5⅔이닝 동안 105개의 공을 던지는 등 경제적인 투구를 하지는 못했다.

투심 최고 구속은 150㎞로 구속 자체가 아주 많이 떨어진 건 아니지만 소폭의 감소가 있었고, 좌타자 바깥쪽으로 기가 막히게 걸치거나 몸쪽으로 떨어졌던 스위퍼는 육안으로도 확실히 마음 먹은 대로 제구가 잘 되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투심보다 상대적으로 제구가 편한 포심패스트볼의 비중이 올라가는 경향도 있었다. 투구 패턴의 변화를 주며 버티기는 했지만 전체적인 투구폼에서의 역동성도 한창 좋을 때보다는 못하다는 시선이 있었다. 잘 버티기는 했지만 근래 네일에게 따라 붙었던 평가를 지우지는 못한 셈이다.

▲ 이의리의 시즌 아웃과 윤영철의 허리 통증으로 선발진에 구멍이 난 KIA는 네일의 추가 휴식일을 챙겨주기 어려운 여건이다. ⓒ연합뉴스

사실 네일은 메이저리그에서 불펜으로 뛰었다. KBO리그에 오는 투수들이 대개 다 그렇기는 하지만 다른 선수들의 마이너리그 경력과 비교해도 선발 경험이 많은 건 아니다. 영입 당시부터 우려를 모았던 지점이다. 그리고 그런 네일은 이제 112⅔이닝을 던졌고, 더 던져야 할 경기가 남아있다. 개인 경력에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업무량이다.

구위가 떨어질 때가 됐고, 어느 정도 예상도 된 부분이다. 한 번의 휴식이면 생기를 되찾을 수도 있다. 그런데 하필 지금 팀 사정이 그렇지 못하다. KIA는 굳건한 로테이션 멤버였던 이의리가 팔꿈치 수술을 받아 시즌아웃됐다. 6번째 선발 순번이었던 황동하가 대신 들어와 로테이션을 소화 중이다. 황동하가 남아 있었다면 네일의 추가 휴식을 줄 수도 있었지만 지금은 그런 상황이 아니다. 게다가 허리 통증을 느낀 윤영철까지 14일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되면서 네일의 휴식을 챙겨주기는 더 어려운 상황이 됐다. 스스로 이겨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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