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거강’ 그리고 3점 홈런…삼성 강민호가 말하는 오래 뛰어야하는 이유, 그리고 한국시리즈 “냄새 한번 못 맡아 봤거든요”[스경X현장]

김하진 기자 2024. 7. 15. 08:0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삼성 강민호가 14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경기를 마치고 인터뷰하고 있다. 잠실 | 김하진 기자



앞 타자를 고의4구로 거르고 자신과 정면 승부한다는 것은 타자로서는 꽤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다.

14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 삼성의 경기에서 4번 포수로 선발 출장한 강민호(39·삼성)도 이런 상황을 맞닥뜨렸다.

이날 7회 2사 1루에서 삼성 이재현이 두산 이영하를 상대로 1타점 2루타를 쳐내 2-2 동점이 됐다. 두산 배터리는 후속타자 구자욱을 자동 고의 4구로 거르는 결정을 했다.

이 선택은 승리의 향방을 바꿔놓았다. 4번 타자 강민호가 이영하의 초구 슬라이더를 받아쳤고 타구는 담장을 훌쩍 넘겼다. 비거리 115m의 3점 역전 홈런. 이 홈런으로 삼성은 5-2로 역전했다. 강민호가 7월 들어 친 4번째 홈런이다. 올시즌 친 8홈런 중 절반을 7월에 쳤다.

타석에서는 홈런을 친 강민호는 팀의 승리를 지켰다. 삼성은 9회 한 점을 더 뽑아 6-2로 승리했고 2위 자리를 지켰다. 두산과의 상대 전적은 10승2패로 완전한 우위다.

경기 후 강민호는 “전반기에 너무 못 했고 후반기에 전반기에 안 되던 게 좀 나오고 있다고 생각하며 하루하루 열심히 하고 있다”고 했다.

14일 잠실 두산전에서 역전 스리런을 치고 그라운드를 돌고 있는 삼성 강민호. 삼성 라이온즈 제공



강민호는 전반기 82경기에서 타율 0.270 5홈런 32타점에 그쳤다. 후반기에는 시작하자마자 좋은 타격감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10일 NC전부터 매 경기 안타를 생산했다. 지난 13일 두산전에서는 무려 4안타 2타점을 기록했다.

상대가 구자욱을 거르고 자신을 선택할 때 강민호는 “당연히 나와 승부할 줄 알고 있었다”며 “대기 타석에서 어떻게 해야할까라고 생각을 많이 하고 있었다. 이진영 코치님께서 변화구를 생각하면 몸 안 쪽으로 가깝게 오는 걸 노리라고 하셔서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감이 좋다보니 초구부터 적극적으로 배트가 나간다. 그는 “감이 안 좋을 때는 초구부터 안 나가는데 자신감도 있고 적극적으로 나와서 좋은 결과가 나와서 기분이 좋다”고 밝혔다.

강민호는 올해 KBO리그 통산 최다 출장 기록을 갈아치웠다. 매 경기가 신기록이다. 1985년생인 그는 한 경기, 한 경기에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그 이유로 “이제 내 나이가 생존을 해야되는 위치고 기량이 떨어지면 옷을 벗어야기 때문에 하루하루 열심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즌 초반에 안 좋았을 때에도 내가 할 수 있는 걸 하다보면 분명히 반전 포인트가 올 것이라고 준비해왔다. 후반기 들어오면서 선수들이 지칠 때 고참으로서 팀이 이길 수 있는 타점을 올려서 기분이 좋다”며 빙그레 웃었다.

최근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KIA 베테랑 최형우는 지난 9일 잠실 LG전에서 김도영을 거르고 자신과 승부하기로 한 LG에 만루 홈런으로 답했다.

14일 잠실 두산전에서 홈런을 친 삼성 강민호. 연합뉴스



강민호는 “형우 형이 후배로서도 감동적일만큼 너무 좋은 활약을 해주고 있다”며 “형우 형이 힘들다고 할 때 내가 ‘옷 벗을 생각하지 말라, 고참들이 좀 더 야구장에 오래 있어주자’라고 말하곤 했다”라고 밝혔다.

누군가는 ‘욕심’이라고도 말한다. 하지만 강민호는 “나는 욕심이라고 생각 안 한다. 우리가 오래 해서 전례를 남겨주면 후배들도 유니폼을 입을 시간이 길어질 수 있다. 경쟁력이 없다면 옷을 벗어야하지만 경쟁력이 있는데 굳이 은퇴 시기를 정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렇게 매 경기 역사를 써가고 있는 강민호이지만 아직까지 못 이루고 있는 게 있다. 바로 한국시리즈 경험이다. 강민호는 데뷔 후 한 번도 한국시리즈를 치러 본 적이 없다. 롯데, 삼성 시절을 통틀어 플레이오프까지만 해 본게 다다. 2021년에도 KT와 1위 결정전까지 치르다가 결국 2위로 마감했고 플레이오프에서 아쉽게 시즌을 끝내야했다.

강민호는 “시즌 초부터 감독님이 진짜 순위 싸움은 여름이라고 하셨다. 우리가 지금 외인 타자가 없는데도 잘 버티고 있는데 외인 타자까지 오면 큰 시너지 효과가 날 것”이라고 했다. 최근 삼성이 영입한 루벤 카데나스는 13일 입국했고 19일 대구 롯데전부터 1군에 합류할 예정이다.

“한국시리즈 냄새라도 한 번 맡아보고 싶다”던 강민호는 간절한 마음을 한번 더 내비쳤다. 그는 “한 번도 경험을 못 했다. 우리가 지금 좋은 분위기 속에서 가고 있다. 팀 목표는 순위를 신경쓰지 말고 우리가 할 수 있는 걸 하는 것이고 개인적인 목표는 한국시리즈에 가고 싶다”라고 거듭 말했다.

강민호는 “나는 얼마 안 남았다. 그 전에 빨리 냄새라도 한 번 맡아봤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표했다.

현재 팀 분위기는 이루 말할 것 없이 좋다. 강민호는 “어린 친구들이 잘 해줘서 벤치에서 활기가 다르다. 그 친구들 덕분에 이기는 경기가 많아서 좋은 영향을 주고 있다”며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삼성 구자욱과 이재현이 강민호가 홈런을 친 뒤 함께 얼싸안으며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잠실 | 김하진 기자 hjkim@kyunghyang.com

Copyright © 스포츠경향.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