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거강’ 그리고 3점 홈런…삼성 강민호가 말하는 오래 뛰어야하는 이유, 그리고 한국시리즈 “냄새 한번 못 맡아 봤거든요”[스경X현장]
앞 타자를 고의4구로 거르고 자신과 정면 승부한다는 것은 타자로서는 꽤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다.
14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 삼성의 경기에서 4번 포수로 선발 출장한 강민호(39·삼성)도 이런 상황을 맞닥뜨렸다.
이날 7회 2사 1루에서 삼성 이재현이 두산 이영하를 상대로 1타점 2루타를 쳐내 2-2 동점이 됐다. 두산 배터리는 후속타자 구자욱을 자동 고의 4구로 거르는 결정을 했다.
이 선택은 승리의 향방을 바꿔놓았다. 4번 타자 강민호가 이영하의 초구 슬라이더를 받아쳤고 타구는 담장을 훌쩍 넘겼다. 비거리 115m의 3점 역전 홈런. 이 홈런으로 삼성은 5-2로 역전했다. 강민호가 7월 들어 친 4번째 홈런이다. 올시즌 친 8홈런 중 절반을 7월에 쳤다.
타석에서는 홈런을 친 강민호는 팀의 승리를 지켰다. 삼성은 9회 한 점을 더 뽑아 6-2로 승리했고 2위 자리를 지켰다. 두산과의 상대 전적은 10승2패로 완전한 우위다.
경기 후 강민호는 “전반기에 너무 못 했고 후반기에 전반기에 안 되던 게 좀 나오고 있다고 생각하며 하루하루 열심히 하고 있다”고 했다.
강민호는 전반기 82경기에서 타율 0.270 5홈런 32타점에 그쳤다. 후반기에는 시작하자마자 좋은 타격감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10일 NC전부터 매 경기 안타를 생산했다. 지난 13일 두산전에서는 무려 4안타 2타점을 기록했다.
상대가 구자욱을 거르고 자신을 선택할 때 강민호는 “당연히 나와 승부할 줄 알고 있었다”며 “대기 타석에서 어떻게 해야할까라고 생각을 많이 하고 있었다. 이진영 코치님께서 변화구를 생각하면 몸 안 쪽으로 가깝게 오는 걸 노리라고 하셔서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감이 좋다보니 초구부터 적극적으로 배트가 나간다. 그는 “감이 안 좋을 때는 초구부터 안 나가는데 자신감도 있고 적극적으로 나와서 좋은 결과가 나와서 기분이 좋다”고 밝혔다.
강민호는 올해 KBO리그 통산 최다 출장 기록을 갈아치웠다. 매 경기가 신기록이다. 1985년생인 그는 한 경기, 한 경기에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그 이유로 “이제 내 나이가 생존을 해야되는 위치고 기량이 떨어지면 옷을 벗어야기 때문에 하루하루 열심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즌 초반에 안 좋았을 때에도 내가 할 수 있는 걸 하다보면 분명히 반전 포인트가 올 것이라고 준비해왔다. 후반기 들어오면서 선수들이 지칠 때 고참으로서 팀이 이길 수 있는 타점을 올려서 기분이 좋다”며 빙그레 웃었다.
최근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KIA 베테랑 최형우는 지난 9일 잠실 LG전에서 김도영을 거르고 자신과 승부하기로 한 LG에 만루 홈런으로 답했다.
강민호는 “형우 형이 후배로서도 감동적일만큼 너무 좋은 활약을 해주고 있다”며 “형우 형이 힘들다고 할 때 내가 ‘옷 벗을 생각하지 말라, 고참들이 좀 더 야구장에 오래 있어주자’라고 말하곤 했다”라고 밝혔다.
누군가는 ‘욕심’이라고도 말한다. 하지만 강민호는 “나는 욕심이라고 생각 안 한다. 우리가 오래 해서 전례를 남겨주면 후배들도 유니폼을 입을 시간이 길어질 수 있다. 경쟁력이 없다면 옷을 벗어야하지만 경쟁력이 있는데 굳이 은퇴 시기를 정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렇게 매 경기 역사를 써가고 있는 강민호이지만 아직까지 못 이루고 있는 게 있다. 바로 한국시리즈 경험이다. 강민호는 데뷔 후 한 번도 한국시리즈를 치러 본 적이 없다. 롯데, 삼성 시절을 통틀어 플레이오프까지만 해 본게 다다. 2021년에도 KT와 1위 결정전까지 치르다가 결국 2위로 마감했고 플레이오프에서 아쉽게 시즌을 끝내야했다.
강민호는 “시즌 초부터 감독님이 진짜 순위 싸움은 여름이라고 하셨다. 우리가 지금 외인 타자가 없는데도 잘 버티고 있는데 외인 타자까지 오면 큰 시너지 효과가 날 것”이라고 했다. 최근 삼성이 영입한 루벤 카데나스는 13일 입국했고 19일 대구 롯데전부터 1군에 합류할 예정이다.
“한국시리즈 냄새라도 한 번 맡아보고 싶다”던 강민호는 간절한 마음을 한번 더 내비쳤다. 그는 “한 번도 경험을 못 했다. 우리가 지금 좋은 분위기 속에서 가고 있다. 팀 목표는 순위를 신경쓰지 말고 우리가 할 수 있는 걸 하는 것이고 개인적인 목표는 한국시리즈에 가고 싶다”라고 거듭 말했다.
강민호는 “나는 얼마 안 남았다. 그 전에 빨리 냄새라도 한 번 맡아봤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표했다.
현재 팀 분위기는 이루 말할 것 없이 좋다. 강민호는 “어린 친구들이 잘 해줘서 벤치에서 활기가 다르다. 그 친구들 덕분에 이기는 경기가 많아서 좋은 영향을 주고 있다”며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잠실 | 김하진 기자 h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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