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대 부부의 마지막 절규 "내 딸, 이윤희를 아시나요?"

임충식 기자 장수인 기자 2024. 7. 1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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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세 씨 '이윤희를 아시나요?' 발간…18년째 딸 찾는 간절함 담아
2006년 6월 실종된 전북대 수의대생 이윤희 씨와 그의 부친 이동세 씨(87)가 최근 발간한 책 '이윤희를 아시나요?' 뉴스1 ⓒ News1 장수인 기자

(전북=뉴스1) 임충식 장수인 기자 = '이윤희를 아시나요?'

지난 2006년 6월 '성추행'과 '112'라는 두 단어 검색을 마지막으로 사라진 전북대학교 수의대생 이윤희 씨가 실종된 지 어느덧 18년이란 시간이 지났다.

당시 이 사건은 '전북대 수의대 여대생 실종사건'이라고 불리며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도 희미해져 갔다.

그러나 딸을 그리워하는 아버지 이동세 씨(87)의 마지막 절규에 최근 다시 소환됐다.

이제는 백발의 노인이 된 이 씨는 지난 3월 전북대학교를 비롯해 전국 휴게소·지하철역에서 '이윤희를 아시나요?'라고 적힌 스티커를 부착했다.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딸 실종 사건이 사라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실제 스티커에 있는 QR코드에는 이 사건에 대한 자세한 기록이 담겨 있었다.

이 씨는 지난 4월 아내 송화자 씨(84)와 함께 전북경찰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수사 기록 재검토와 진실규명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동세 씨는 당시 뉴스1과의 통화에서 "이게 마지막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기력이 다할 때까지 딸을 찾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리고 이 씨는 지난 12일 한 권의 책을 발간했다. 제목은 '이윤희를 아시나요?'다. 책에는 딸을 찾기 위한 간절한 마음과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하겠다는 다짐이 담겨있다.

인생의 3분의 1을 막내딸을 위해 살아온 그는 스스로를 '현재 강원도에서 노년을 보내면서도 여전히 마음은 막내딸의 마지막 그림자가 있는 전주에 사는 처절한 노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동세 씨는 책을 펴내며 "내로라하는 공기업에서 30여년을 일하고 자식들을 대학에 보낸 뒤 퇴직해 새로운 삶을 구가하려 했던 때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막내딸을 잃어버렸다"며 "막내와 함께 꾸리려던 인생 하반기는 현재 철원의 집 앞에서 올리려다 만 철제 구조물처럼 2006년에 그대로 멈춰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인생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하겠다. 이 책이 막내 찾기의 또 다른 시작이 될 것"이라며 "진실을 가리려는 것들에 대한 담대한 선포로서의 기록물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 2006년 실종된 전북대학교 수의학과 4학년 이윤희 씨 가족이 16일 전북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전북대 수의대 여대생 실종사건'으로 불렸던 이 사건은 당시 지역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사건이었다. 장기미제 사건이자, 여전히 회자되고 있는 사건이기도 하다. 사진은 아버지 이동세 씨(87)와 어머니 송화자 씨(84). 2024.4.16/뉴스1 ⓒ News1 강교현 기자

이윤희 씨는 전북대학교 수의학과 4학년 재학 시절인 지난 2006년 6월 5일, 전주시 덕진동의 한 음식점에서 종강모임을 가진 뒤 다음 날 오전 2시 30분께 혼자 살던 집으로 귀가한 것을 끝으로 사라졌다.

당시 경찰 수사 결과 이 씨는 오전 2시 59분부터 1시간 정도 인터넷을 사용했다. 또 검색창에 '112'와 '성추행'이라는 단어를 3분간 검색한 것으로 드러났다. 컴퓨터는 오전 4시 21분에 꺼졌다. 그게 이 씨의 마지막 행적이었다.

이후 이윤희 씨가 학교에 나오지 않는 것을 이상히 여긴 친구들이 8일 이 씨의 원룸을 찾았다. 하지만 현관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경찰과 119구조대를 불러 현관문을 강제로 열고 들어간 방은 어지럽혀진 상태였다. 이 씨가 키우던 애완견 때문이었다.

친구들은 경찰 지구대 직원의 허락을 받고 방을 깨끗이 치웠다. 하지만 방 청소는 수사에 악영향을 끼쳤다. 경찰이 초기 증거 확보에 실패하게 된 원인이 됐기 때문이다.

경찰은 연인원 1만 5000여 명을 투입, 전북대 인근 건지산과 하천 등에 대한 대대적인 수색작업을 벌였다. 또 만화방과 찜질방, PC방 등도 샅샅이 뒤졌지만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했다. 당시 경찰에 접수된 제보 10여 건도 대부분 신빙성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렇게 이 씨를 찾지 못한 채 시간은 흘렀고 결국 이 사건은 장기미제사건으로 남게 됐다.

한편 이 씨는 당시 수사 경찰관 2명에 대한 고소장을 낸 상태다. 지난 2019년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밝혀진 당시 수사경찰들의 '실수'에 대한 경위를 밝혀달라는 내용이었다.

실제 SBS '그것이 알고싶다'는 이윤희 씨 컴퓨터에서 2006년 6월 4일 오후 10시 45분부터 8일 오후 3시 4분까지 약 4일간의 기록이 수사 과정에서 삭제됐다는 사실을 방송했었다. 이 씨는 또 방송 당시 재직했던 전북경찰청장과 전주덕진경찰서장도 직무 유기 혐의로 고소했다.

현재 이동세 씨가 제출한 고소장에 대한 수사는 전주완산경찰서에서 진행되고 있다. 전북경찰청 형사기동대는 2만여 장에 달하는 사건 당시 수사기록을 다시 살펴보는 상황이다.

전북대학교에 붙여져 있는 '이윤희를 아시나요?' QR코드 ⓒ News1 장수인 기자

soooin92@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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