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백] 탈거

김재근 선임기자 2024. 7. 1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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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신문 기사를 읽다가 급하게 국어사전을 살핀 적이 있다.

보도자료를 살펴보니 사용하고 난 배터리를 체계적으로 잘 관리하여 사용후 배터리 산업을 육성한다는 내용이었다.

한자어 '탈거(脫去)'의 사전적 의미는 몸을 빼어 달아나거나 껍데기나 껍질을 따위를 벗는다는 뜻이다.

배터리를 "떼어낸다"거나 "제거한다", "빼낸다"는 표현이 적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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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근 선임기자. 

지난주 신문 기사를 읽다가 급하게 국어사전을 살핀 적이 있다. '탈거'라는 낱말 때문이었다. '2027년까지 전기차 배터리 탈거 전 성능평가 도입'이라는 기사였다. 자동차나 자전거 오토바이 같은 '탈것'도 아닌 '탈거'라니….

보도자료를 살펴보니 사용하고 난 배터리를 체계적으로 잘 관리하여 사용후 배터리 산업을 육성한다는 내용이었다. 사용이 끝난 배터리를 차에서 떼어내지 않은 상태에서 등급을 분류하고, 이런 과정을 거쳐 제조 또는 재사용에 알뜰하게 활용한다는 것이다.

한자어 '탈거(脫去)'의 사전적 의미는 몸을 빼어 달아나거나 껍데기나 껍질을 따위를 벗는다는 뜻이다. '배터리 탈거'는 문장은 어색한 표현이다. 배터리를 "떼어낸다"거나 "제거한다", "빼낸다"는 표현이 적절하다. 굳이 한자를 쓴다면 '배터리 제거'가 더 어울릴 듯하다.

사실 한글만으로 21세기의 모든 현상을 다 표현하기는 쉽지 않다. 세계화의 흐름을 타고 매일매일 새로운 문물과 문화, 상품이 몰려오고 있다. 기존의 말로 그것들을 완벽하게 전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국어사전을 보면 고유의 우리말 외에 한자어, 일본어, 영어식 단어가 많이 실려있다. 역사적으로 중국과 일본, 미국 등과 얽히고 설키며 살아온 흔적이다.

외래어 유입이 어쩔 수 없지만 한글이 우리말의 중심이라는 원칙은 꼭 지켜나가야 한다. 가능하면 외래어를 우리말로 만들어 사용하고, 부득이 사용하더라고 억지스런 표현은 쓰지 말자는 것이다.

국립국어원과 한글운동 단체, 정부, 지자체 등에서 갈고 다듬은 표현을 내놓고 있다. 공지→빈터, 구배→기울기, 제척→배제, 전지작업→가지치기, 두개골→머리뼈, 가피→첨삭(수정) 등이 바로 그것이다. 영어의 홈페이지는 '누리집'이란 우리말이 자리 잡았고, 캠퍼스타운→대학촌, 원스톱→일괄(통합), 스마트폰→손전화, 헝그리 정신→맨주먹 정신 등의 순화어도 나왔다.

한글은 세계에서 가장 과학적이고 편리하고 아름다운 문자이다. 복잡하고 어렵고 생경한 표현이나 외래어는 이해하고 쉽고 아름답게 다듬어 사용해야겠다. 위대한 한글을 잘 지키고 살찌워 후대에게 물려주는 것도 우리 세대 중요한 책무의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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