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멸균유·PB우유' 인기…유업계 판도 바뀌나
단순 음용보다 라떼·요거트용 구매
신선우유, '가격 경쟁력' PB제품 인기
수입 멸균우유와 유통채널의 PB(자체브랜드) 우유 매출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산 신선우유 가격이 상승한 탓에 보다 저렴한 제품을 구매하려는 수요가 늘어나서다. 다만 수입산 멸균우유의 매출 증가 요인은 조금 다르다. 수입산 멸균우유를 구매하는 목적은 단순 음용보다는 라떼, 요거트 제조용으로 구매하는 비중이 큰 것으로 보인다.
수입 멸균우유 '쑥'
수입 멸균우유의 매출이 증가하고 있다. 킴스클럽에 따르면 올해(1~6월) 멸균우유 매출이 전년 대비 50% 늘었다. 같은 기간 이마트는 멸균우유 매출이 전년 대비 41.9% 증가한 반면, 국내 브랜드 우유 매출은 전년보다 2% 감소했다. 홈플러스는 멸균우유 매출이 33% 증가하고, 국내 브랜드 우유 매출은 약 4% 증가했다.
멸균우유는 고온에서 고압으로 살균해 실온에서 자랄 수 있는 모든 미생물을 제거한 우유다. 이 때문에 신선우유에 비해 유통기한이 길고, 상대적으로 가격이 더 저렴하다. 일례로 킴스클럽에서 판매하는 멸균우유 제품 가격은 100㎖ 당 118원으로, 신선우유 제품군 대비 약 40%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요 증가에 맞춰 유통업체들도 수입 멸균우유 품목을 확대하는 추세다. 이마트는 수입 멸균우유 제품 종류를 지난해 말 6종에서 현재 9종으로 늘렸다. 롯데마트도 올해 들어 호주산 'A2 밀크', 독일산 '올덴버거' 등을 포함해 4개 품목을 새롭게 선보였다. 킴스클럽도 올해 직수입을 통한 멸균우유 품목을 확대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수입산 멸균우유는 단순 음용 목적보다는 라떼용, 그릭 요거트·푸딩·퓌레 등 제조용도로 사용하기 위한 구매 비중이 높은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갈수록 증가하는 수입우유
주목할 점은 국내 원유 소비량이 줄었지만, 멸균우유 수입량은 증가했다는 점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이 발표한 '농업전망 2024'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원유 소비량은 전년 대비 4.4% 감소한 421만7000톤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멸균우유 수입량은 3만7361톤으로 전년 대비 18.9% 증가했다. 주요 멸균유 수입국은 폴란드로, 전체 수입량의 88.8%를 차지하고 있다. 그 다음으로 호주(4.1%), 독일(3.9%), 프랑스(2.2%) 순이다.
KREI 농업관측센터 소비자 조사 결과, 멸균우유 구매 이유로는 '보관이 간편해서'(57.5%)가 가장 많았다. 그 다음으로 '가격이 저렴해서'(25.5%)가 뒤를 이었다. 이외 '수입 멸균우유 맛이 국산보다 좋아서 구매한다'(2.8%), '국산보다 건강에 좋을 것이라고 생각해서'(2.8%) 등의 응답도 있었다.
물론 멸균우유 대신 신선우유를 택하는 이들도 여전히 많다. 멸균우유가 고온에서 고압으로 살균하는 과정에서 병원성 유해 세균뿐 아니라 우유 속 유산균 등도 죽을 수 있다는 점에서 신선우유를 선호한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또 국내 신선우유는 세균 수 1A, 체세포 수 1등급 원유를 사용하며 제품에 표기하고 있는 반면, 수입산 멸균우유는 원유등급을 확인하기가 어렵다는 점도 국내 신선우유를 선택하는 이유로 꼽힌다.
저렴한 'PB' 신선우유 인기
신선우유의 경우 유통채널의 PB상품 매출이 증가하고 있다. 킴스클럽에 따르면 올해(1~6월) PB우유 매출이 전년 대비 18% 늘었다. NB(제조사 브랜드) 우유 제품 매출에 비해 약 4배 높은 성장률이다. 이제 소비자들도 기존 우유 제조사들이 PB 우유를 생산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따라서 PB우유가 기존 NB우유와 품질 차이는 없지만 훨씬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만큼 PB우유를 선택한다는 분석이다.
PB 우유는 NB 우유와 달리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광고·마케팅이 필요하지 않다. 그만큼 관련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더불어 유통업체의 자체 브랜드이기 때문에 유통과정을 단순화할 수 있다. 주문제작 방식으로 필요한 만큼 생산하고 재고 비용을 줄일 수도 있다. 유통채널들이 소비자 방문을 유도하기 위해 PB 상품의 가격경쟁력을 높이는 점도 PB 상품이 저렴한 이유 중 하나다.
또 저렴하게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는 점도 가격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요소다. 우유 제조사들은 우유가 신선식품인 만큼 효율적인 재고 처리가 중요하다. 따라서 우유를 자사 제품에 비해 낮은 마진을 남기고서라도 원유를 해결해야 한다. 유통업체들은 이를 활용해 자사 PB우유에 들어가는 원유를 보다 저렴하게 가져온다. 이런 점들이 PB우유의 가격에 반영된 셈이다.
유통업체들은 PB 우유 수요 증가에 발맞춰 PB 종류를 확대하고 있다. 이마트의 PB 우유 종류는 18종에 달한다. 롯데마트는 8종, 킴스클럽은 4종을 운영 중이다. PB우유를 만들기 위해 제조사를 선별하는 과정도 까다로워지고 있다. 킴스클럽은 '더 고소한 목장우유'를 출시하기 위해 6개월 이상 여러 제조사 및 공장 답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대용량(2.3L) 부터 락토프리, 저지방 우유 등을 내놨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국내 우유가격 인상으로 수입 멸균우유 판매량이 급증하긴 했지만, 여전히 전체 비중에서는 5% 정도"라며 "신선우유 고객 선호도가 여전히 높고, 그중 PB우유는 합리적인 가격으로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지우 (zuzu@bizwatch.co.kr)
ⓒ비즈니스워치의 소중한 저작물입니다. 무단전재와 재배포를 금합니다.
Copyright © 비즈워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AI 호황에 변압기 슈퍼사이클…'전력 3대장' 선제대응 나선다
- 체코 원전 우협 발표 7일 앞으로…'15년 만에 수출 이루나'
- CJ제일제당도 못 살렸다…확 식어버린 '밀키트' 시장
- [단독]불법도박사이트 안내하는 여가부 공식 누리집
- '예정대로' 외치던 민주당, 금투세 재검토 논의 솔솔
- 잠실진주·미성크로바, 분양 채비…어디까지 왔나
- [르포]집인데요, 조립식입니다…'모듈러주택'으로 본 미래 건설
- 르노코리아, 4년 만의 신차 통했나…사전 예약 7천대 돌파
- IPO 앞둔 케이뱅크, 가계대출 규제 복병 될까
- 이주율 95% '한남3구역' 재개발 지역 '알박기' 논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