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조 시장 정조준'…기체사업 도약 나선 KAI의 필승 전략은
올 상반기 민수기체부문 매출·영업익 초과 달성
2030년 매출 두배…완제기 업체로 탈바꿈 목표
코로나19 이후 지난해부터 급증한 해외여행 수요가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민항기 기체 제작 산업도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
해외여행 수요 증가는 곧 보잉, 에어버스 와 같은 글로벌 주요 민항기 제작사와 협업하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민항기 기체사업부문의 시장 저변 확대를 의미한다. 이를 반영하듯 기체부품 및 민수 수출 금액은 지난 2022년 7713억원에서 2023년 8059억원으로 증가하며 전체 매출 비중의 20%대를 차지하고 있다.
KAI는 올 상반기 민수기체부문 매출과 영업이익 목표를 이미 초과 달성했고 하반기에도 긍정적인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해외 거점을 넓혀 기체사업부문 매출을 2030년까지 현 수준의 두 배 이상인 2조원 대로 끌어올리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단순 민수 부품 생산에서 벗어나 친환경 민항기 개발 등을 통해 완제기 업체로의 탈바꿈을 노리고 있다.
KAI가 성공적으로 기체 사업을 키워올 수 있었던 비결과 미래 비전은 무엇일까. 서울시 강남구 KAI 서울사무소를 찾아 민항기 기체사업부문을 총괄하는 박경은 기체사업부문장을 만나 직접 들어봤다.
올 상반기 목표 초과 달성…비결은 '적시성'과 '수요 증가'
KAI의 민항기 부문 성장세는 재무적인 성과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박경은 부문장은 "자세한 수치는 공시 이후에 공개가 가능하다"면서도 "적시성과 민항기 수요 증가에 힘입어 올 상반기 민수기체부문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이미 연초에 목표로 한 수준을 초과 달성했다"고 강조했다.
박경은 부문장은 KAI의 민항기 부문 매출 비중이 계속 증가하는 추세를 보일 수 있었던 비결에 대해 무엇보다 '적시성'과 '민항기 수요 증가'를 꼽았다.
박 부문장은 "기체구조물 시장은 주로 북미·유럽·일본 등 주요 OEM(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사 등을 보유하고 있는 선진국들이 주도하고 있는데, KAI는 고객으로부터 높은 기술력과 품질을 바탕으로 적기에 납품하는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며 "보잉의 품질관리 미비로 인한 B737 MAX 생산량 제한과 엔진 공급 문제로 인한 에어버스 증산 지연 영향이 있었던 때에도, 유연한 생산 능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납기에 차질 없이 제품을 납품했다"고 밝혔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여행객의 폭발적 증가로 민항기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것도 큰 몫을 했다. 지난해만 해도 KAI는 2개월에 한 번씩 다양한 제품군에 걸쳐 신규수주에 성공했다.
2월 보잉의 민항기 착륙장치 구조물 조립체를 시작으로, 5월 콜린스 에어로스페이스(Collins Aerospace) 엔진 구조물, 7월 에어버스의 A320 계열 주익 구조물, 9월 에어버스의 A320 계열 주익 구성품 제작 물량을 잇따라 수주했다. 올해 역시 신규 고객 발굴이 이어졌고 기존의 주익, 미익, 동체 구조물 외에도 엔진 구조물과 난삭재 가공품 등으로 제품군을 넓혔다.
이 같은 기세를 하반기에도 이어간다. 부문장은 "철저한 납기·품질 관리를 통해 고객 만족을 실현하고, 성과를 창출해 KAI의 기업가치를 제고하는 데 기여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항공분야 시장분석기관인 포케스트인터내셔널은 세계의 민항기 시장 규모가 2023년 2294억(한화 315조원) 달러에서 2032년 3848억 달러(한화 509조원)로 연평균 5.9%씩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향후 KAI의 기체 사업이 장기적으로 날개를 달고 비상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에 힘을 싣는 부분이다.
민수분야 공급망 선제적 관리 등 주력
민수 부문에서 재무적인 성과를 꾸준히 이어가기 위해서는 KAI만의 시장 선점 전략이 필요해 보인다. 특히 공급망 편입을 놓고 전 세계 업체 간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는 점이 부담으로 지목되고 있다.
박 부문장은 고객의 니즈에 실시간으로 대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민항기 증산과 OEM 업체의 공급망 개편에 적극 대응해 물량을 확보하고 품목과 고객을 다변화해 사업구조를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경쟁우위를 갖기 위해서는 구체적으로 가격과 품질 경쟁력 확보가 우선이란 점을 강조했다. 이를 위해 국내 업체들과 협력해 국산화 및 원가절감 활동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산업 생태계의 수직·수평적인 확장을 통해 시너지를 확대해 나갈 수 있는 방안들을 함께 고민하고 해결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코로나 이후 글로벌 공급망 관리(SCM)가 붕괴돼 원자재 및 하드웨어(HW) 수급에 분명 애로가 발생될 여지가 있다"며 "KAI 역시 고객과의 사전 협의를 통해 새로운 공급업체를 발굴하고 인증을 추진하는 등 철저한 약속 이행을 위해 항상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친환경 민항기 개발 등 완제기 업체 꿈꿔
KAI는 기체사업부문 매출을 2030년까지 2조원 대로 끌어올리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수출 확대가 필수로 글로벌 생산체계를 확보하기 위해 해외에 거점을 구축해 운영하고 있다. 기존 미국과 프랑스에 이어 최근에는 영국까지 범위를 넓혀 적극적인 마케팅 전략을 펼치고 있다.
실제로 박 부문장은 한국보다 외국에 있는 날이 더 많을 정도다. 그는 "해외의 유망업체들에 대한 치밀한 조사와 실사 등을 통해 기술력 있고 성장 가능성이 높은 업체를 선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 과거 대비 글로벌 기업들의 신형 기종 개발이 뜸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민수완제기 제작 등 향후 KAI가 구상 중인 미래 비전에 대해서도 물어봤다. 박 부문장은 "2050 비전·로드맵 상, 민수·전기항공기를 기반으로 KAI 브랜드를 단 민수완제기를 만들어 기체구조물에서 완제기 분야로 확장해 나갈 계획을 갖고 있다"며 "기존 주력사업을 확대하는 한편, 새로운 모멘텀을 제공할 성장사업을 확보해 비약적 도약을 가능하게 하는 미래사업을 발굴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주력사업 분야에서는 민항기 증산과 OEM 업체의 공급망 개편에 적극 대응한 물량 확보, 품목과 고객 다변화를 통한 사업구조 강화를 들었다. 국제공동개발사업(RSP)에도 적극 참여하고, 해외 거점을 통해 지역적인 한계를 벗어나 고객과 사업을 확장해 나갈 수 있는 토대를 마련 중이다.
미래사업으로는 새롭게 떠오르는 AAV(미래비행체) 시장의 폭발적 성장과 연계해 기체구조물 물량 확보에 나선다. 또한 지상 및 우주 신(新) 모빌리티 사업에 참여해 궁극적으로는 단순 민수 부품 생산에서 벗어나 친환경 민항기 개발로 완제기 업체로 변모해 나갈 계획이다.
박 부문장은 "이러한 목표를 완벽히 달성하기 위해 협력업체 경쟁력을 강화하고 강소기업을 육성하는 한편, 항공클러스터 고도화로 국내 산업의 스마트 생태계를 구축할 예정"이라며 "연구개발 핵심역량을 제고하고 핵심 인프라를 확충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박경은 한국항공우주산업 기체사업부문장은 한국해양대학교와 국립경상대학교를 졸업해 1990년부터 삼성항공에서 일했다. 1999년~2005년 한국항공우주산업 민수해외영업담당을 지냈고, 민수사업본부 민항기사업팀장, 전략기획본부 신사업전략팀장, 관리본부 신사업기획팀장, 관리본부 경영기획실장(상무보)을 거쳤다. 2020년~2022년까지 기체사업부문 기체기획관리실장(상무보), 기체사업부문장 직무대행(상무보), 기체사업부문 미주사업실장(상무보) 등을 역임한 후 2023년부터 기체사업부문장(상무)을 맡고 있다.
최지훈 (jhchoi@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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