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가 진정 강팀이 되려면…" 이런 수비로는 절대 안 된다, 김경문 감독도 '강훈련' 예고
[OSEN=대전, 이상학 기자] “앞으로 타격 훈련도 많이 해야겠지만…수비를 더 많이 해야 한다.”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김경문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지도 어느덧 6주의 시간이 흘렀다. 김경문 감독 체제에서 한화는 31경기 14승16패1무(승률 .467)로 같은 기간 9위에 머물고 있다. 5위 SSG에 5.5경기 뒤진 8위로 포스트시즌 포기할 상황은 아니지만 남은 56경기에서 따라잡기 쉬운 차이도 아니다.
경기수가 점점 줄어드는 상황이라 한 경기, 한 경기가 중요해졌다. 지난 13일 대전 LG전에선 1⅔이닝 5피안타(1피홈런) 2탈삼진 3실점으로 흔들리던 선발 김기중을 투구수 36개에 교체한 이유도 이 때문이었다. 14일 LG전을 앞두고 김경문 감독은 “보통 같으면 더 봤을 텐데 지금은 1패, 1패가 크다. 경기수는 줄고 있는데 승차는 그대로 있다”며 감독으로서 메시지를 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2회 조기 투입된 박상원이 5회까지 10타자 연속 범타를 잡아내며 3점차 간격을 유지했지만 타선이 좀처럼 터지지 않으면서 3-7로 패했다. 김 감독은 “(5회까지) 3점으로 잘 막았으면 타선이 따라가줘야 했다. 그렇게 역전했다면 우리가 힘 있는 팀이고, 지금 위치에 있지 않을 것이다. 지고 있어도 찬스가 나면 점수를 내서 역전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팀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시원하게 터지지 않는 타격도 아쉽지만 김 감독이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수비다. “어중간하게 방망이 좀 치면서 수비 못하는 것이 가장 안 좋다. 우리 한화는 앞으로 타격 훈련도 많이 연습해야겠지만 수비를 더 많이 해야 한다. 그래야 강팀이 될 수 있다. (12일 LG전에서) 황영묵이 신들린듯 수비해서 승리했다. 그런 식으로 상대 기를 딱딱 끊어야 한다”는 것이 김 감독의 말이다.
이어 김 감독은 “수비에서 잡을 수 있는 타구를 놓치고, 실수하고 이렇게 되면 제일 힘든 건 투수다. 야수 미스 하나로 1이닝을 까먹게 된다. 그러면 불펜이 더 빨리 나가게 되고, 더 많이 던지게 된다. 악순환이다. 앞으로 그런 숙제가 많이 있다. 남은 시즌도 보완을 하면서 해야겠지만 그런 걸 갖춰야 우리 한화가 진정 강팀으로 갈 수 있다”며 수비부터 빈틈없는 팀이 돼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이날 한화는 무실책 경기에도 불구하고 기록되지 않은 수비 실수들이 쏟아지며 4-8로 졌다. 1회부터 1사 1,2루에서 문보경의 유격수 땅볼 타구를 이도윤이 한 번에 잡지 못하고 옆으로 흘렸다. 6-4-3 병살타로 이닝이 끝날 수 있는 상황에서 1루 주자를 2루에서 포스 아웃시키는 데 만족했다. 계속된 2사 1,3루에서 오지환의 우중간 안타로 LG가 선취점을 냈다. 오지환의 안타도 2루수 황영묵이 잡을 수 있는 타구였고, 뒤로 살짝 물러서며 백핸드 캐치를 시도했지만 잡지 못했다. 까다로운 숏바운드 타구이긴 했지만 아쉬웠다.
2-1로 앞선 7회에는 치명적인 ‘방심’ 탓에 한 베이스를 공짜로 내줬다. 무사 1루에서 투수 라이언 와이스가 초구를 던진 뒤 포수 최재훈으로부터 공을 넘겨받았다. 신민재가 보내기 번트 동작을 취하면서 내야수 전체가 움직인 뒤 원래 위치로 돌아가는 과정에서 1루 주자 박해민이 갑자기 2루로 뛰었다. 유격수 이도윤이 2루를 등지고 베이스에서 멀어진 틈을 박해민이 놓치지 않은 것이다. 깜짝 놀란 와이스가 2루 송구를 하려고 했지만 베이스가 비어 있었다. 기록은 박해민의 2루 도루로 끝났지만 한화 수비의 실수였다.
계속된 1사 2루에서 홍창기의 우전 적시타가 터지면서 2-2 동점이 됐다. 이때 우익수 이원석이 한 번에 글러브로 공을 잡지 못하고 저글하면서 홈 승부는 시도도 못해봤다. 이 역시 기록되지 않은 실책. 수비 도움을 받지 못한 와이스는 6⅓이닝 9피안타 2볼넷 7탈삼진 5실점으로 KBO리그 데뷔 첫 패전을 당했다.
한화는 올해 팀 실책이 62개로 리그에서 3번째로 적다. 그러나 인플레이 타구를 아웃 처리한 비율인 ‘수비 효율(DER·Defensive Efficiency Ratio)’은 8위(.653)로 하위권이다. 기록되지 않은 잔실수들이 많다. 타고난 재능이 중요한 타격에 비해 수비는 훈련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영역이다.
아직 시즌이 많이 남아있고, 5강을 쉽게 포기할 수 없는 한화이지만 김경문 감독은 마무리캠프 이야기를 자주 꺼내면서 “강도 높은 훈련이 팀에 많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한다. 남은 시즌 어떤 결과가 나든 마무리캠프에서 단내나는 강훈련이 한화 선수들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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