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m 밖 저격 왜 못 막았나...美 의회 “비밀경호국 철저히 조사”
13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州) 버틀러에서 발생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암살 시도 사건과 관련해 전직 대통령과 가족들에 대한 안전까지 책임지는 미 연방 기관 비밀경호국(Unites States Secret Service)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14일 비밀경호국이 사전(事前)에 적절한 대비를 했는지 조사를 지시했고, 미 국회에서도 현미경 검증을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재 미 의회와 현지 언론 등에서는 총격범인 토머스 매슈 크룩스(20)가 총을 쏜 창고 지붕이 비밀경호국의 경계 구역에 포함되지 않은 이유에 대한 의문이 나오고 있다. AP는 “비밀경호국이라는 기관의 핵심 임무가 치명적으로 실패했다”고 전했다. 크룩스는 유세장에서 약 130m 떨어진 건물 옥상에 올라가 AR-15 소총으로 저격을 시도한 것으로 조사됐다. AP에 따르면 유세 현장에는 비밀경호국의 대저격팀과 대공격팀원들이 배치되어 있었다. 코드명 ‘호크아이’의 대공격팀은 중요한 인물을 보호하기 위해 위험 요소를 근거리에서 제거하고, 코드명 ‘헤라클레스’인 대저격팀은 장거리 쌍안경과 저격용 소총으로 장거리 위협에 대처한다. 뉴욕타임스(NYT)는 비밀경호국의 경우 행사 구역 내의 보안은 직접 책임지고, 일정 경계선 밖은 현지 경찰의 도움을 받는다고 전했다. 비밀경호국 관계자는 “이날 유세엔 비밀경호국 소속 두 팀과 지역 경찰 소속 두 팀 등 네 개의 저격수 팀이 투입됐다”고 했다. 결코 다른 행사에 비해 적은 수의 경호 인력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다만 적절한 인력 운용과 배치가 있었는지 여부 등은 확인을 해봐야 하는 상황이다. 한 전직 비밀경호국 관계자는 NYT에 “경계는 연단 바로 주변, 중간, 외부 경계 등 세 가지로 나뉜다”면서 “‘중간 경계’에는 인근 건물이 포함되어야 하고 건물 옥상에 저격팀이 배치됐어야 한다”고 했다. 이날 CNN에 출연한 앤드류 맥케이브 전 FBI 부국장도 “행사장 경계선 밖이라고 해도 건물과 보호 대상자 사이에 장애물을 설치해야 한다”면서 “예비적으로 그런 조치가 위해지지 않은 것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고 했다.
이번 사건 책임자격인 킴벌리 A. 치틀 국장이 토요일 밤 이 사건에 대한 기자회견에 나타나지 않은 것도 지적을 받고 있다. 2022년 비밀경호국 국장이 된 치틀은 지난해 5월 CBS와의 인터뷰에서 “훈련에 필요한 자원이 부족하고 직원 채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측과 비밀경호국 사이에 전부터 갈등이 있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측과 비밀경호국 사이에 수개월 동안 경호 수준을 두고 의견 차이가 있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측은 트럼프를 향한 폭력 시위와 위협이 심각하다고 주장했지만, 비밀경호국이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다만 비밀경호국은 “트럼프 측이 비밀경호국이나 국토안보부에 경호 인력을 추가해달라고 요청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면서 “최근 비밀경호국은 트럼프 측에 경호 인력을 추가했다”고 했다.
공화당을 중심으로 국회에서 비밀경호국에 대한 강력한 조사 의지를 보이고 있다. 루이지애나의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공화당)은 이날 “의회는 완전한 조사를 통해 보안에 허점이 있었는지, 미국 국민이 알아야 하고 알 자격이 있는 모든 것을 파악할 것”이라고 했다. 국회는 이달 22일 치틀 국장에게 증언을 요구한 상황이다. 애리조나의 루벤 갈레고 하원의원(민주당)은 치틀 국장에게 공문을 보내 트럼프 측이 집회를 앞두고 추가 인력 배치를 요청했는지, 해당 지역에 대한 적절한 경호가 이뤄졌는지 등을 질문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도 이날 트럼프 전 대통령의 암살 시도 전후 비밀 경호국의 보안 조치에 대해 “독립적인 검토”를 지시했다. 국가의 전·현직 지도자와 그 가족의 생명을 보호하는 책임을 맡은 기관에 대한 면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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