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는 협회 뜻에 반대하는 전력강화위원회 결정, ‘축구인들’ 축구계 화합에 앞장서라[김세훈의 스포츠IN]

김세훈 기자 2024. 7. 15. 06:2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박지성. 연합뉴스



홍명보 감독은 누가 뽑은 것인가. 대한축구협회인가, 전력강화위원회인가.

과정에서 상당한 잡음이 있었지만 전략강화위원회다.

정해성 위원장이 지난달 사퇴하기 직전, 1순위 후보로 내세운 게 홍명보 감독이었다. 외국인을 선호한 협회 방향과 달랐다. 정 위원장은 외국인을 더 찾아보라는 지시(권유? 압력?)를 받았다. 정 위원장은 감독 선임을 코앞에 두고 사의를 표했다.

바통을 이어받은 게 이임생 이사였다. 이 이사는 선임 작업을 마무리하기 위해 최종 후보군을 3명으로 추렸다.

거스 포엣, 다비드 바그너, 홍명보였다.

이 이사는 유럽으로 출국해 포엣, 바그너와 만나 대략적인 계약 조건을 끌어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만난 게 홍명보 감독이었다. 홍 감독은 국내축구계에서 유명한 인물로 인터뷰가 마지막으로 밀린 것은 크게 이상한 게 아니었다.

국가대표 감독 선임 절차를 지켜야 하는 것은 홍 감독이 아닌 협회, 강화위원회였다. 절차상 정당성 등은 후보자가 운운할 내용이 아니고 후보자는 그걸 문제 삼을 위치도 아니다.

이임생 이사는 최종 후보군 3명을 만나본 뒤 강화위원회를 개최하지 않고 위원들에게 개별적으로 전화했다. 박주호도 포함됐다. 이 이사는 최종 선임권을 자신에게 위임해달라고 부탁했고 동의도 얻었다. 동의를 얻기 위한 과정에서 양쪽 의견과 해석은 다를 수 있다. 완벽하든, 완벽하지 않든 동의는 얻었다.

이 이사는 당시 전력강화위원회 수장이었다. 정몽규 회장은 이미 이 이사에게 감독 선임에 대한 최종 결정권은 강화위원회에 있으니 직접 결론을 내리라고 했다. 이 이사는 3명 중 최종 적임자로 홍명보 감독을 정했고 이를 협회에 전했다. 협회 이사회는 홍 감독 선임을 최종 결정했다. 강화위원회 뜻이 협회 압력을 꺾은 순간이었다. 정몽규 회장, 적잖은 협회 고위층은 막판까지 외국인 감독 선임을 원했다.

홍 감독은 이처럼 협회가 원한 게 아니라 전력강화위원회가 뽑은 감독이다. 고정운(김포FC 감독), 박성배(숭실대 감독), 박주호(해설위원), 송명원(전 광주FC 수석코치), 윤덕여(세종스포츠토토 감독), 윤정환(강원FC 감독), 이미연(문경상무 감독), 이상기(QMIT 대표, 전 축구선수), 이영진(전 베트남 대표팀 코치), 전경준(프로축구연맹 기술위원장)이 강화위원이다. 잘났든, 부족했든, 무식하든, 전문적이든 소위 ‘축구인’들이 내린 결론이다.

과정에서는 잘못된 게 적잖다. 그 부분에서는 협회뿐만 아니라 위원회를 구성한 ‘축구인’들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어쨌든 최종 결론도 축구인 머리와 판단에서 나왔다. 만일 포엣이 선임됐는데 바그너를 지지한 위원이 부당하다고 말할 수 있나. 반대로 바그너가 선임됐는데 포엣 지지자가 반기를 든다면 그걸 받아줘야 하나. 마찬가지로 홍 감독이 적당하지 않은 인물이니 사퇴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내로남불’과 같다.

감독 선임 절차, 과정에 대한 평가는 냉정하게 이뤄져야 한다. 잘못된 부분은 시스템 개혁, 인사 혁신을 통해 개선돼야 한다. 우여곡절, 숱한 비판과 의혹 속에 나온 결론에 대해서는 최소한 ‘축구인’이라면 축구계를 분열시키는 말보다는 화합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내야하지 않을까.

박지성, 박주호, 이동국, 이천수 등 은퇴 후 자기 자신들이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되돌아보기를 바란다. 자신들이 국내 축구 발전을 위해 헌신하면서 살아왔다고 자부할 수 있나. 풀뿌리 축구와 K리그 발전, 선수 육성, 각종 시스템 개혁, 정부 부처와 협력, 후원사 물색 등 한국 축구를 살리는 일련의 일들은 축구계 밖에서 말로 하는 게 아니라 축구계 안에서 몸으로 하는 것이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Copyright © 스포츠경향.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