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발간해도 갈등의 뇌관, 국민의힘 총선 백서를 어찌할꼬
당 지도부 시점 결정에 난감
친윤계 조정훈이 백서 발간 키 쥐고
총선 책임 있는 한동훈이 선수로 나서
백서 논란에 빌미로 작용
국민의힘에서는 총선 백서가 갈등의 뇌관이 되고 있다. 당대표 후보들은 한동훈 후보의 총선 책임론을 둘러싸고 백서 발행 시기에 대한 공방을 벌이고 있다. 당 지도부는 전당대회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보니 발행 시기에 관한 판단에 난감해하고 있다. 친윤석열계로 인식되는 조정훈 의원이 백서 발간의 키를 잡은 것과 총선 패배 책임을 져야 하는 한 후보가 전당대회 선수로 등판한 것 모두 백서 논란에 빌미를 제공했다.
한 후보를 제외한 다른 당대표 후보들은 전당대회 전 백서를 발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원희룡 후보는 지난 13일 “저는 그게 진작에 나왔어야지, 지금까지 끄는 것도 너무 늦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상현 후보는 같은날 “최근 사천 논란, 문자 논란 등이 생기는 이유는 총선 백서를 공식적으로 당이 내놓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며 “총선백서를 빨리 발간하는 게 하나의 유효한 방법”이라고 했다. 나경원 후보 역시 지난 12일 KBS 라디오에 나와 “(한 후보 총선) 책임이 어느 정도까지고, 그런 책임에도 불구하고 다시 당대표를 하는 것이 맞는지 들여다보는 것이 맞다”며 “객관적 자료도 발간되지 못하게 하고 있어 오히려 논란을 키우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반면 한 후보는 전당대회 전 발간에 반대하고 있다. 그는 지난 12일 한 토론회에서 “총선 백서라는 것이 어느 순간 특정인들의 정치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는 것 같다”며 “저를 낙선시켜보겠다는 목적이 너무 명백하다”고 말했다.
총선백서특별위원회 위원장인 조 의원은 지난 11일 특위 회의 후 “백서 발간 시점과 관련해 “저희 특위에서 단독으로 결정하지 않고 비대위 공식 안건으로 요청드리려 한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에 알려진 한 후보와 김건희 여사의 문자 논란을 (백서에) 추가하기로 했다”고도 했다. 그는 같은날 KBS 라디오에서 “(한 후보가) 이것(김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 사과)만 이뤄내셨다면 진짜 총선 결과가 달라졌을 것이라고 본다”고도 했다. 이날 총선특위 회의 과정에서 문자 논란을 백서에 넣는 문제를 두고 위원들 사이에서 고성이 오갔다.
비대위는 백서 발간 시기를 결정해달라는 요청에 곤혹스러운 분위기다. 7·23 전당대회가 열흘도 안 남은 상황에서 비대위가 어떤 결정을 해도 중립성 논란이 있을 수 있어서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14일 통화에서 “이 사안을 비대위가 결정하는 게 적절한지 의문”이라며 난색을 표했다. 15일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도 백서 발간 시기에 관한 안건으로 올라오지 않았다. 곽규택 수석대변인은 이날 비대위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총선 백서 관련 논의는 오늘 비대위에서 없었다”고 말했다.
총선 참패 원인을 분석하고 당의 혁신 대책을 제시해야 할 총선 백서가 ‘계륵’처럼 인식되고 갈등의 뇌관이 된 상황이다. 이에 대해선 조 의원이 백서 발간을 주도한 것, 한 후보가 당대표 후보로 나선 것이 모두 빌미를 제공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는 이날 통화에서 “총선 패배 책임이 대통령에게 더 있다고 보는 사람들이 더 많은데, (조 의원이 백서 준비 과정에서) 마치 한동훈 후보의 책임이 더 있는 것처럼 보이게 빌미를 준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백서에는 대통령과 대통령실의 문제가 챕터 1로 들어가야 할 것이고, 챕터 2에는 한 비대위원장의 문제가 안 들어갈 수가 없다”며 “정상적인 상황이었다면 한 위원장도 (당대표로)출마할 수 없었던 것”이라고 했다.
유설희 기자 s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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