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그를 구했다” 지지층 결집… 美 대선판 경로 바뀌나 [트럼프 피격]

박영준 2024. 7. 15. 06:0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美 대선정국 초대형 돌발 변수로
총 맞고 경호 받으면서도 강인함 각인
치료 뒤 전용기 내리며 손인사 여유도
공화당 내부결집 확실한 기회 잡아
트럼프 SNS서 “위스콘신 연설기대”
15일 개막 전당대회 참석 기정사실화
“트럼프의 대관식, 컨벤션 효과 극대화”

공화당 대선후보이자 유력 대선주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대선 유세 도중 총격범에게 피격을 당하는 ‘돌발 변수’가 터지면서 미국 대선판의 경로가 바뀔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총격을 당하고도 상대적으로 의연하게 대처하면서 대선후보로서의 건재함을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왔다. 고령 리스크가 불거져 당내 ‘후보 교체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조 바이든 대통령과 비교해 신체적, 정신적으로 강인하다는 인상을 유권자들에게 확실히 각인시켰다. 지난달 TV토론에 이어 피격 사건까지 겪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지층을 결집하고 상승세를 이어가며 대선 승리에 더 가까워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성조기 앞 주먹 불끈 쥐고… “싸우자, 싸우자, 싸우자”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가운데)이 13일(현지시간) 오후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에서 선거 유세 도중 총격범이 쏜 총알에 귀가 관통되는 부상을 당한 후, 성조기가 펄럭이는 가운데 주먹을 불끈 쥔 채 지지자들을 향해 “싸우자(fight), 싸우자, 싸우자”고 외치고 있다. 암살을 시도한 20세 백인 남성 토머스 매슈 크룩스는 현장에서 사살됐다. 버틀러=AP연합뉴스
13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에서 열린 선거 유세에서 총격을 받은 뒤 무대에서 일어난 트럼프 전 대통령은 경호원들의 경호 사이로 ‘괜찮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연신 주먹을 치켜들었다.

영국 BBC방송은 “얼굴에 피가 흐르는 채로 주먹을 들어 올리는 저항적인 도널드 트럼프의 비상한 이미지는 역사를 만들 뿐만 아니라 올해 11월 대선의 경로를 바꿀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부 보수 매체들은 이 모습을 두고 “미국 역사상 가장 상징적인 포즈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인터넷매체 악시오스는 해당 사진에 대해 “공화당 의원들이 집결하는 상징이 됐다”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 측 인사들뿐 아니라 수많은 공화당 의원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트럼프 전 대통령의 사진을 게시했다”고 전했다.

펜실베이니아 지역 병원에서 간단한 응급처치를 받고 뉴저지 뉴어크공항에 도착하는 영상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용기 계단을 스스로 걸어 내려오고 촬영하는 사람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는 여유도 보였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각)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에서 집회 도중 암살 시도로 오른쪽 귀에 총을 맞아 피를 흘리며 대피하고 있다. AP뉴시스
트럼프 전 대통령과 공화당은 이 사건을 내부 결집의 계기로 삼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사건 발생 13여시간 뒤인 14일 오전 자신의 SNS인 트루스소셜에 직접 올린 글에서 “어제 여러분의 염려와 기도에 감사드린다”며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막으신 분이 오직 하나님”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 믿음에 대한 회복력을 유지하고 악에 맞서 저항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나는 우리나라를 진정으로 사랑하며 여러분들을 사랑한다”면서 “이번 주 위스콘신주에서 위대한 우리나라에 연설할 기회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15일부터 18일까지 공화당 대선후보 선출을 위해 위스콘신 밀워키에서 열리는 전당대회 참석을 직접 기정사실화한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전당대회에 등장해 건재함을 과시하면 ‘트럼프 대관식’이라고도 불리는 이번 전당대회의 컨벤션 효과가 극대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공화당 의원들은 트럼프 유세장 총격이 백악관으로 가는 길을 수월하게 할 것이라고 예측한다”며 “이번 총격은 격동의 대선에 충격파를 더하고 있다”고 전했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데릭 밴 오든 하원의원(위스콘신)은 “방금 대선에서 이겼다”고 말했으며, 공화당 소속 스콧 워커 위스콘신주지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얼굴 옆으로 지나가는 총알의 궤적이 찍힌 보도 사진을 게재하며 “신의 손이 오늘 그를 확실하게 지켰다”고,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은 “신이 트럼프를 구했다”고 주장했다. 트루스소셜뿐 아니라 엑스(X·옛 트위터)에서도 신이 트럼프를 구했다(#GodSavedTrump), 트럼프를 위해 기도하라(PrayforTrump), 신이 이긴다(#GodWins) 등의 해시태그를 단 게시물이 다수 게재됐다.

사진=AFP연합뉴스
공화당은 비밀경호국 책임론 등을 내세워 당국을 거칠게 몰아칠 기세여서 바이든 행정부 책임론으로 비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제임스 코머 하원(켄터키) 감독위원회 위원장은 이번 총격 사건을 조사할 청문회를 열겠다는 계획을 시사했다. 코머 위원장은 성명을 통해 “많은 의문이 있고 국민은 답변을 요구한다”며 “킴벌리 치틀 비밀경호국 국장에게 청문회 출석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박영준 특파원 yjp@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