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夜시장]④ “JP모간도 연내 RFI 참여할 것… 韓 투자 매력도 커지길”
1997년 자율변동환율제 채택 이후 20년 넘게 변화가 없던 외환시장이 탈바꿈한다.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 30분까지 운영되던 국내 외환시장 영업시간이 1일부터 다음 날 오전 2시로 연장됐다. 정부는 중장기적으로 24시간 개장도 검토하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원화 거래가 편해졌고, 해외 소재 금융기관도 국내 외환시장에 참여할 수 있게 했다. 외환시장의 변화와 시장 참가자들의 대응 전략을 살펴봤다. [편집자주]
JP모간체이스은행의 런던·싱가포르 지점도 RFI로 등록하기 위한 작업을 계속 진행 중입니다. 늦어도 올해 안에는 등록을 마치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 소재하지 않아도 우리 외환시장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외국 금융기관인 일명 ‘RFI’(Registered Foreign Institution·해외외국환업무취급기관)의 정식 활동이 7월 1일부터 시작됐다. 세계 선두권 은행의 참여 여부가 RFI 제도의 성패를 가를 것으로 예상됐던 만큼 JP모간의 등록에도 관심이 쏠렸다. 하지만 아직 등록 명단에는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오종욱 JP모간체이스은행 서울지점 대표는 지난 8일 조선비즈와 만나 “JP모간 역시 연내 RFI 등록을 완료할 것”이라고 했다. 일찍이 외환당국에 RFI 등록을 마친 홍콩상하이은행(HSBC)·스테이트스트리트은행(SSBT) 등은 본래 한국에서 ‘커스터디’(Custody·국내 수탁) 업무를 해온 터라 계좌 개설 등 준비 과정이 비교적 순탄했지만, 투자금융(IB) 업무에 주력해 온 JP모간의 경우 준비할 것이 아직 많다.
◇ “개방 일주일, 거래량 늘었지만 딜러들 피로 누적”
RFI 참여와 외환시장 연장 등 개방 일주일이 지난 시점에 만난 오 대표는 “거래량은 당연히 늘어났다”면서도 “다만 아직 워낙 (개방) 초기 단계다 보니, RFI가 직접 들어와서 활발하게 거래하는 적극적인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 것 같다. 지금은 다들 상황을 지켜보는 분위기”라고 변화한 모습을 전했다.
오 대표는 ‘경력 20년’의 딜러다. 그는 2005년 리먼 브라더스에 입사한 이후 노무라를 거쳐 2011년 지금의 JP모간에 뿌리내렸다. 오 대표는 “20년 내내 딜링룸에 있었다”며 “JP모간체이스은행 서울지점의 대표 역할을 하고 있지만 지금도 시장을 같이 보고 있다”고 했다.
외환당국에 따르면 지난 1~5일 외환시장 연장 시간대(오후 3시 30분~새벽 2시) 외환 거래액은 99억달러로, 전체 거래액의 5분의1 규모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장된 시간대에서의 외환 거래가 예상보다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평가다.
그는 정부가 외환시장 선진화를 추진하는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바 있다. 오 대표는 “해외에서 한국 시장을 보는 관점들이 정부 정책, 기업 등 여러 가지가 맞물려서 형성된다”며 “JP모간은 폭넓은 네트워크와 다양한 접점을 가지고 있어, 정책적인 관점에서 필요한 조언을 잘 제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동시에 그런 역할을 해야 한다는 사명감 같은 게 있어 정부가 필요하다고 하면 돕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불과 일주일 새 외환 딜러들의 피로도가 크게 쌓인 것 같다고 했다. 오 대표는 “6월까지는 오후 3시 반이 되면 포지션을 정리한 뒤 오후 6시 전후로 런던 지점에 플로우(Flow·외환거래 작업)를 넘겨주고 마무리하는 게 일상이었다”며 “지금은 손님이 오후 3시 반 이후에도 주문을 넣을 수 있으니 계속 신경을 쓰고 있어야 한다. 과도기적인 현 상황을 계속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했다.
◇ “외은지점의 ‘위기’, 한국물 매력 증진의 ‘기회’ 기로”
그는 이번 변화를 계기로 ‘한국물’에 대한 관심도가 더욱 높아지길 바란다고 했다. 해외 투자자 입장에서 한국 자산은 ‘이도 저도 아니다’란 것이 그의 평가다.
오 대표는 “중국 시장이 거의 개방되지 않았던 2005~2010년까지만 해도 신흥시장(EM)에서 한국의 위치는 절대적이었다”며 “하지만 중국의 규모가 커지면서 (한국물의 매력도가) 줄었다”고 했다. 선진시장(DM)에 들어가기엔 개방도 등 측면에서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은 상황이고, EM에 머무르기에는 시장의 크기와 발전도가 다른 EM 국가들보다 앞선 상태라는 것의 그의 분석이다.
그는 “‘코리아 프로덕트’ 그 자체로서 해외 투자자들에게 어필을 할 수 있도록 정부가 많이 애를 쓰고 있다. 외환시장 개방처럼 해외 투자 문턱을 낮춰주는 노력이 바로 그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외환시장 개방은 ‘외은 지점 대표’ 입장에서 마냥 반가운 변화만은 아닌 상황이다. 국내 외환시장에서 역외의 참여가 허용되면 외국계 은행은 국내에 외환 트레이딩 인력을 둘 명분이 축소된다. 이에 ‘외은 서울지점’의 역할이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오 대표는 “그동안은 한국에서의 외환거래가 기존 참여자들만 할 수 있는 비즈니스였는데, RFI에 개방해서 모두 참여를 시킨다는 게 결국 외은 지점 입장에선 새로운 도전 요소”라고 했다.
그럼에도 그는 새 길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라고 했다. 그는 “다양한 시장 참여자들이 시장에 들어와 전체 파이가 커질 수 있는 부분은 긍정적 요소”라며 “(외환시장 개방의) 방향성은 명확하니, 여기에 맞게 우리가 어떤 새 비즈니스 기회를 만들어 갈 수 있을지 고민을 많이 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오 대표는 외국계 은행 지점 설립이 활발했던 2000년대 초반을 함께 겪은 동료들이 ‘외은 1세대’로 불린다고 했다. 공식적인 용어는 아니다. 다만 외은 지점의 부흥기와 쇠퇴기를 모두 거친 외은 1세대들에게 외환시장의 변화는 큰 의미가 있다고 이야기했다.
“많은 외은지점들이 그들의 역할에 대해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위기이자 기회의 기로에 놓인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대한민국 자본 시장이 발전하는 과정에서 허들을 벗어던지는 ‘한 걸음’을 밟은 것은 굉장히 큰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글로벌 인베스터(투자자)들이 한국 시장에 좀 더 많은 관심을 갖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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