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진 한경협회장 "트럼프 당선돼도 한미관계 어려워지지 않을것"
"한국, 낡은 제도·낮은 출산율·산업구조 정체 해결해야"
"한경협, 큰 문제없이 과거 모습으로"…4대그룹 회비납부 문제엔 "잘 해결될듯"
(서귀포=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 류진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 회장은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돼도 한미관계는 크게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류 회장은 지난 12일 '2024 한경협 CEO 제주하계포럼'에 겸해 제주 서귀포시의 한 식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국과 미국, 일본이 힘을 합치면 트럼프 후보가 차기 대통령이 돼도 당연히 협조적일 것"이라며 "한미일 관계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기 때문에 (걱정하는 것만큼) 어려워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풍산그룹을 이끄는 류 회장은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등 미국 정계와 깊은 인연을 이어오고 있는 '미국통' 경제인이다.
이러한 발언은 자국 우선주의 경향이 강한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 시 한미 정세가 급변할 수 있다는 우려를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 시 보호주의 경향이 강화할 것이라는 전망에는 "미국 민주당이 오히려 자국 기업을 보호하는 경향이 있고, 공화당은 미국에 투자한 기업을 미국 기업과 똑같이 대하기 때문에 (우리에게는) 트럼프 후보가 더 나을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우리나라 기업들은 (민주당 우호 세력인) 노조가 없는 주에 주로 투자했던 만큼 트럼프 후보와 더 맞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류 회장은 한국 경제의 근본적 문제를 '올드'(OLD)라고 언급하면서 이를 해결하는 경제구조 개혁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드는 '낡은 제도'(Outdated), '낮은 출산율'(Low), '정체된 산업구조'(Dormant)의 영문 앞 자를 딴 말이다.
그는 "규제는 하루 다르게 변하는데 우리나라 규제는 과거에 머물러 있다"며 "유통기한이 지난 규제는 하루빨리 업데이트하거나 없애야 한다"며 "해외의 스탠더드도 참고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류 회장은 낮은 출산율에 대해서는 "인구 유지를 위해 우리나라와 종교가 같은 필리핀 등의 나라에서 이민을 받는 것이 답이 될 수 있다고 본다"며 "입양문화를 바꿔야 한다는 생각도 있다"고 했다.
정체된 산업구조와 관련해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기업가 정신"이라며 "기업과 기업인을 존중하는 풍토를 조성해 기업가 정신으로 무장한 젊은 경영인들이 많이 배출돼야 새 먹거리를 찾을 수 있다"고 밝혔다.
류 회장은 내달 22일 한경협 회장 취임 1주년을 맞는다.
한경협의 전신이자 국내 최대 민간 경제단체였던 전국경제인연합회는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농단 사태에 휘말리면서 위상이 급추락한 바 있다.
하지만 국내 2세대와 3세대 재계 총수들의 가교 역할을 하는 류 회장이 취임하면서 등을 돌렸던 4대 그룹(삼성·SK·현대차·LG)이 재합류했고, 류 회장의 최대 강점인 해외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한 경제외교 기능을 상당 부분 회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지난 1년에 대해 "평생 이렇게 열심히 한 적이 없고, 본업에서 이렇게 했으면 돈을 더 많이 벌지 않았을까 싶다"며 "(한경협을) 제자리에 가져다 놓으려고 열심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위상 추락으로 축소됐던 해외 네트워크에 대해선 "외교관 출신인 김창범 상근부회장을 모셔 왔고, 이런 것이 때를 맞고 있다"며 "큰 문제 없이 과거 모습으로 돌아갈 것으로 믿고 있다"고 밝혔다.
류 회장은 4대 그룹의 활동과 회비 납입이 아직 활발하지 않다는 지적에는 "강요는 하지 않고 있지만 잘 해결될 듯"이라며 "유치원 동창인 CJ그룹 이미경 부회장을 '갓생한끼'(한국판 '버핏과의 점심')에 초대하려고 하는 등 여러 노력을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류 회장과 함께 한경협을 이끄는 김창범 상근부회장도 "생각했던 것보다 (상근부회장 역할이) 고역이었고, 신경 쓰고 조율할 일이 많았다. 그래도 보람은 있다"며 "우리나라가 기업들이 원 없이 기업 할 환경이 아니기 때문에 저희의 의견을 바깥으로 많이 발산해야 할 필요를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viv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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