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정치권서 자성 목소리… “온도 낮추고 서로 존중하자”

워싱턴/김은중 특파원 2024. 7. 15. 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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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 대립’ 민주·공화서 잇따라 자제 목소리
바이든, 이틀 연속 대국민 담화 “모든 지원”
反트럼프 인사 펠로시도 “하나님께 감사”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 /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유세 도중 피격을 당하는 초유의 사태로 미국 사회가 충격에 빠져든 가운데, 극한 대립을 일삼던 정치권에서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트럼프가 소속된 공화당은 물론 트럼프를 ‘민주주의의 적’으로 규정하며 극단적 언어를 쏟아내던 민주당 인사들도 “우리는 열기를 가라앉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경호 책임론 같은 ‘불씨’가 여전히 남아 있어 조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두 후보의 향후 언행이 무엇보다 중요하게 됐다.

폴리티코는 14일 “총알이 트럼프를 빗겨간 이번 사태를 계기로 미국의 리더들은 우리 정치를 망가뜨린 분열을 더 조장할 것인가, 정치적 수사(修辭)의 온도를 낮춰야 되는가 하는 선택에 직면했다”며 “다행스럽게도 현재까지는 많은 이들이 후자를 선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의회 지도자인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은 이날 오전 NBC방송에 출연해 “의견이 불일치 할 수 있고, 첨예한 정치 논쟁·토론을 이어갈 수 있지만 그것이 특정 개인을 표적 삼아서는 안 된다”며 “우리 사회가 온도를 좀 낮춰야 한다”고 했다. “양당의 지도자들이 여기에 앞장서야 한다”고도 했다.

공화당 전당대회를 총괄하는 전국위원회(RNC)의 마이클 와틀리 의장도 “정치 어느 영역에도 이같은 폭력이 있을 자리는 없다”며 “모든 미국인들에게 지금 분열을 중단하고 잠시 멈춰 현재 정국에서 무엇이 정말 중요한지 돌아보기를 권한다”고 했다. 트럼프 캠프의 ‘살림꾼’인 크리스 라시피타·수지 와일스는 내부에 보낸 메모에서 “소셜미디어에서의 위험한 언행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마이크 켈리 공화당 하원의원은 X(옛 트위터)에서 “우리는 좌파의 이번 공격에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 썼다가 삭제했다.

◇ 민주, 앞다투어 트럼프 위로… “하나님께 감사”

조 바이든 대통령(오른쪽)이 14일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피격과 관련된 대국민 담화를 하고 있다. 왼쪽은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EPA 연합뉴스

이번 사건이 발생한 펜실베니아주의 민주당 소속 주지사인 조시 샤피로는 별도 연설을 통해 “트럼프에 대한 암살 시도는 용납할 수 없는 비극”이라며 “정치 지도자들이 열기를 가라앉히고 증오 언사를 자중해야 한다”고 했다. 트럼프가 재임중 의회 국정연설을 할 당시 면전에서 원고를 찢기까지 했던 민주당 내 반(反)트럼프 인사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은 “어떤 종류의 정치적 폭력도 우리 사회에 설 자리가 없다”며 “트럼프가 무사한 것에 하나님께 감사하다”고 했다. 펠로시 본인 역시 2년 전 괴한이 자택에 침입해 배우자가 부상을 당한 ‘정치 테러’의 피해자다. 이밖에 버락 오바마·빌 클린턴 전 대통령, 2016년 트럼프에 패배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등 민주당 고위 인사들이 앞다투어 테러를 규탄하고 트럼프와 가족을 위로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에 이어 14일에도 대국민 담화를 통해 “트럼프 경호와 안전을 위해 모든 가용 자원을 동원하라”고 지시했다. 델라워어주에 있던 바이든은 전날 밤 백악관으로 긴급 이동해 상황을 챙겼고, 트럼프와도 전화 통화를 가졌다. 존 페터먼 민주당 상원의원은 “우리는 이번 대선과 관련해 열기를 가라앉혀야한다”며 지지자들을 독려했다. 공화당 마이크 롤러·민주당 리치 토레스 하원의원은 모든 대선 후보에 대한 경호 강화를 요구하는 초당적 법안을 제출할 것으로 전해졌다.

◇ 경호 책임론 등 정쟁 불씨는 남아 있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피격 다음날인 14일 뉴욕 트럼프타워 앞에서 트럼프 지지자들이 집회를 열어 미국 국기를 펼쳐보이고 있다. /로이터·뉴스1

다만 양당의 이런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일부 인사들이 강성 발언으로 지지자들을 자극하고 있어 불씨는 남아있다. 팀 스콧 상원의원은 “이번 사건은 트럼프를 파시스트이자 민주주의 적으로 묘사해온 좌파와 거대 언론 세력의 암살 시도”라고 했고, 마조리 테일러 그린 하원의원은 “민주당원들이 원했던 일”이라고 했다. 트럼프 장남인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는 X에 “우리 아버지가 ‘말 그대로 히틀러’라 했던 민주당과 그 친구들은 그들이 무얼 하고 있는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며 “민주당이 자기들 방식대로 했다면 아버지는 지금쯤 돌아가셨을 것이다. 절대로 잊지 말게 하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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