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기회' 3번 날렸다…순식간에 지하차도 덮친 흙탕물 6만톤[뉴스속오늘]

박상혁 기자 2024. 7. 15.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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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뉴스를 통해 웃고 울렸던 어제의 오늘을 다시 만나봅니다.

지난 2023년7월15일 범람한 미호강물이 충북 청주시의 궁평2지하차도로 들이닥친 후 모습./사진=뉴시스

2023년 7월15일 오전 8시35분쯤. 강수로 불어난 미호강물이 임시제방을 넘어 충북 청주시의 궁평2지하차도로 들이닥쳤다. 지하차도는 물 6만톤이 순식간에 쏟아져 3분 만에 침수됐다.

현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지하차도는 흙탕물로 뒤덮였고, 뒤늦게 찾아온 피해자 가족들은 주저앉아 오열했다. 일부는 전화기를 붙들고 발을 동동 굴렀다.

소방이 급하게 분당 4만5000톤 물을 퍼내는 양수기를 투입했지만 역부족이었다. 하천의 물과 계속해서 내리는 빗물이 지하차도로 유입됐다. 흙탕물이어서 잠수부도 투입하지 못했다.

범람한 물살은 당시 지하차도를 건너려던 차량과 시내버스 등 17대를 덮쳤다. 이 사고로 11명이 다쳤고, 빠져나오지 못한 시민 14명은 숨졌다. 이날은 오송 참사가 발생한 날이었다.
오송 참사는 인재…되짚어본 사고 전조 현상 3가지
사고가 발생한 궁평2지하차도 근처 지도. 임시제방이 무너진 미호강교와 불과 400m 거리였다./사진=네이버지도 캡쳐

오송 참사는 피해를 예상할 수 있는 전조 현상이 3개나 있었다.

우선 폭우로 인한 하천 범람 가능성이다. 지난해 초부터 엘니뇨(해수 온난화 현상)로 여름철 장마 기간에 충청도를 중심으로 매우 많은 비가 내릴 거란 예측이 나왔다.

실제로 장마철인 지난해 6월25일~7월26일 전국 평균 누적 강수량은 648.7㎜로 역대 세 번째로 많았다. 사고 전날엔 기상청이 7월14일~15일 충청권의 누적 강수량이 80~200㎜에 달한다고 예보했다.

두 번째는 침수 위험성의 과소평가였다. 지난 2020년 부산 초량 지하차도 침수 사고가 발생하자 정부는 침수 우려 지하차도를 대상으로 안전 등급을 매겼다. 하지만 궁평2지하차도는 침수 위험이 가장 낮은 3등급(40~60점)을 받았다.

'최근 10년간 침수 이력' 점수에서 2019년 개통한 궁평2지하차도가 10년 이상 된 지하차도에 비해 위험성이 과소평가 된 것. 주변에 강 등이 있는지는 배점 기준에 없었다. 뒤늦게 위험성을 깨닫고 지난해 6월 예산 7억원을 배정받아 자동차단기를 달 계획이었지만, 사고 직전까지 설치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부실한 미호천교 임시제방이었다. 지난 2021년 10월 미호천교 확장공사를 위해 기존 제방을 헐고 시공한 임시제방이 범람한 강물을 제대로 막지 못하고 무너져 내렸다. 사고 예방을 위해 1년 넘는 시간이 있었다.

이 세 가지 전조현상을 알고도 제대로 대비를 하지 않은 채 시간은 7월15일로 향해가고 있었다.
마지막 기회는 3번이나 있었지만…모두 묵살·부인
인명 수색을 하고 있는 구조 당국. 침수됐던 버스의 모습이 드러났다./사진=뉴시스

2023년 7월15일 오전 4시10분쯤. 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금강호수통제소는 미호천교 지점의 홍수주의보를 홍수경보로 변경한 뒤 "청주시민은 유의하라"고 발표했다. 약 2시간 후인 오전 6시30분엔 청주시 흥덕구청에 전화해 '교통통제나 주민대피 등 조치가 필요하다'라고 알렸다고 밝혔다.

하지만 흥덕구청 측은 그런 통보를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충북 도로과는 '50㎝ 정도 침수돼야 도로를 통제하는데 사고 직전까지 그런 징후가 없어서 교통을 통제하지 않았다'라고 해명했다.

사고 1시간 전인 오전 7시40분쯤. 장찬교 전 궁평1리 이장은 "현장에 가보니 인부 3~4명이 미호강 범람에 대비해 모래성을 쌓고 있었다"라고 밝혔다. 이어 "감리단장에게 장비를 더 동원해 홍수에 대비해야 한다고 요구하며 30분 넘게 실랑이를 벌였지만, 요구를 무시당했다"라고 전했다.

결국, 마지막까지 주어졌던 기회 3개를 모두 날려버린 채 맞이한 8시30분. 강수로 범람한 엄청난 양의 미호강물은 임시제방을 무너뜨리고 지하차도로 들이닥쳤다.

당시 지하차도 내에는 배수펌프 4대가 있었다. 하지만 순식간에 밀려온 물이 전기를 공급하는 배전선을 고장 내 작동하지 않았다.

범람한 강물은 승용차와 청주 급행버스 747번 버스를 비롯해 차량 17대를 덮쳤다. 747번 버스는 홍수로 기존 노선이 침수되자 우회로인 궁평2지하차도를 지나다 변을 당했다.

구조 당국이 17일 저녁까지 마지막 실종자인 60대 여성 실종자의 시신을 수습하면서 최종 사망자를 14명으로 집계했다.
오송 지하차도 참사 이후…얼마나 달라졌나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이 궁평2지하차도에서 합동 감식을 위해 차량을 통제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정부는 사고가 발생한 충북 청주시 등 지자체 13곳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피해 복구비의 최대 80%를 국고에서 추가 지원했고 피해 주민들에게 재난지원금을 지원했다.

오송 참사 이후 정부는 침수 우려가 큰 지하차도에 차량 진입을 자동으로 차단하는 진입 차단시설 설치를 의무화했다.

사건 이후 청주지검은 오송 참사와 관련해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 혐의를 받는 총 42명을 기소했다. 가장 먼저 재판에 넘겨진 미호천교 확장공사 현장소장과 감리단장은 지난 5월31일 각각 징역 7년6개월과 징역 6년 실형 선고를 받았다.

희생자 유가족 등은 김영환 충북지사와 이범석 청주시장, 그리고 이상래 전 행복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을 중대시민재해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중대시민재해는 공중이용시설 등에서 발생한 재해로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하거나 2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10명 이상 등이 발생할 경우에 해당한다.

현재까지도 궁평2지하차도는 차량 진입이 통제되고 있다.

박상혁 기자 rafand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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