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사과 수입 권하는 한은

최소임 기자 2024. 7. 1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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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산물.' '수입.'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불편한 진실인데, 농산물 등 물가 수준이 높은 것은 통화재정정책으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며 대책으로 '농산물 수입'을 언급한 것이다.

한은은 '우리나라 물가 수준의 특징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농산물 수입 개방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선 정부가 농산물 수입에 소극적이라는 주장은 동의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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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산물.’ ‘수입.’

한창 ‘금 사과’ 논란이 일던 4월, 한국은행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예상치도 못한 단어를 들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불편한 진실인데, 농산물 등 물가 수준이 높은 것은 통화재정정책으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며 대책으로 ‘농산물 수입’을 언급한 것이다. 발언의 파장이 잠잠해질 때쯤 한은은 또다시 수입을 들고나왔다. 한은은 ‘우리나라 물가 수준의 특징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농산물 수입 개방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도 “수입 제한은 농가를 보호하는 입장에서는 좋은 정책이지만 그로 인해 가격 변동성이 커질 수 있어 수입의 다양화를 추진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물가안정을 책무로 삼는 한은의 답답함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발언의 의도를 이해하더라도 한은의 방향성에는 몇가지 오류가 있다.

우선 정부가 농산물 수입에 소극적이라는 주장은 동의하기 어렵다. 지금도 정부는 물가안정을 이유로 농민들의 반대에도 수입 먹거리에 대거 할당관세를 적용하고 있다. 생산자의 의지를 꺾는 정책이지만 선제적 물가 대응이라는 명목하에 매번 품목을 확대해오고 있다.

기후변화에 따른 농산물 가격 인상의 해법이 수입이라는 것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기후변화는 국내에만 국한된 현상이 아니다. 전세계적 이상기후 현상은 농산물 가격 상승의 원인이 되고 있다. 주요 커피 생산지인 동남아시아에서는 이상고온, 브라질에서는 이상저온 현상이 나타나 생산량이 급감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섣부른 수입 확대는 국내 생산기반 붕괴라는 부작용만 초래할 뿐이다.

보조금을 받는 ‘농민’과 이들 때문에 높은 농축산물 가격을 감수해야 하는 ‘도시민’이라는 이분법적 시각도 우려스럽다. 농민이 받는 보조금은 국내 식량 생산기반을 지키는 역할을 하며, 농민이 생산한 먹거리는 국민 건강과도 직결된다. 이 외에도 농업은 다양한 공익적 기능을 수행 중이다. 농업이 붕괴했을 때 농민뿐만 아니라 도시민들도 피해를 본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지금 우리 농업·농촌은 수입 확대를 거론하지 않더라도 고령화, 기후위기, 생산비 급증 등 다중 악재에 노출돼 있다. 이처럼 어려운 상황에서도 고군분투하고 있는 농업·농촌에 납작한 논리를 근거로 생채기를 내지 않기를 바란다. 실물 경제에 직접적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중앙은행의 발언은 그 어느 기관보다 신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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