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F 확산에도 야생멧돼지 사체 관리 ‘구멍’

이민우 기자 2024. 7. 1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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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지역 양돈장에서 연달아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하면서 비상이 걸린 가운데 일부 지방자치단체의 야생멧돼지 사체 관리가 허술한 것으로 드러나 우려를 낳고 있다.

영천지역 수렵인들에 따르면 최근 영천시는 야생멧돼지 사체를 하루 중 오전 9∼10시에만 수거하겠다고 포획단에 일방적으로 통보해 현장에서 갈등을 빚었다.

군위군은 6월 하순 야생멧돼지 폐사체를 주말 동안 받지 않겠다고 운영방침을 변경했고, 지역 수렵인들이 민원을 제기한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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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지자체, 수거 시간 제한
수렵인, 개인 차량 등에 보관
“주말에는 포획 말라” 통보도
안일한 행정…전파위험 커져
일부 지방자치단체의 야생멧돼지 사체 처리 관리가 허술한 것으로 파악돼 우려를 낳고 있다. 대구 군위에서 수렵한 야생멧돼지 사체가 운반차량에 실려 있는 모습.

경북지역 양돈장에서 연달아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하면서 비상이 걸린 가운데 일부 지방자치단체의 야생멧돼지 사체 관리가 허술한 것으로 드러나 우려를 낳고 있다.

영천지역 수렵인들에 따르면 최근 영천시는 야생멧돼지 사체를 하루 중 오전 9∼10시에만 수거하겠다고 포획단에 일방적으로 통보해 현장에서 갈등을 빚었다. 영천지역은 지난해 12월 야생멧돼지에서 ASF가 처음 검출됐다. 이후 올해 6월15일 양돈장에서 ASF가 발생했고, 야생멧돼지 ASF 검출 사례는 계속되고 있다.

그동안 시는 야생멧돼지를 수렵 개체와 폐사체 구분 없이 냉동창고에 일괄 보관한 뒤 렌더링(동물 사체 분쇄 후 고온·고압 처리)업체로 보내 사체를 처리해왔다. 포획단은 시의 의뢰를 받아 야생멧돼지를 수렵한 뒤 냉동창고에 입고하는 일을 해왔다. 그런데 시에서 사체 입고 시간을 제한하자 생업에 지장을 받은 일부 포획단원들이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지역 수렵인 A씨는 “시에서 정한 입고 시간을 놓치면 다음날까지 야생멧돼지 사체를 싣고 다니거나 개인 창고에 보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억지스러운 행정 조치에 포획단이 단체로 반발했고, 시는 입고 가능 시간을 다시 늘린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런 사례는 대구 군위지역에서도 나타난 것으로 확인됐다. 군위군은 6월 하순 야생멧돼지 폐사체를 주말 동안 받지 않겠다고 운영방침을 변경했고, 지역 수렵인들이 민원을 제기한 것으로 파악됐다. 반발이 거세지자 군은 다시 이달 13일부터 토요일에도 오후 1시까지는 야생멧돼지 사체를 받겠다고 운영방침을 재차 변경했다.

군위지역 수렵인 B씨는 “야생멧돼지 사체 입고를 주말 동안 못하게 하는 바람에 토요일에 포획한 개체를 월요일 입고 때까지 개인 차량에서 보관해야 하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그는 “군에서는 심지어 주말에는 수렵활동에 나서지 말라고 하는 등 방역에 무책임한 자세를 보였다”고 꼬집었다.

일부 지자체의 이같은 행태에 대해 전문가들도 우려하고 있다. 지자체가 야생멧돼지 사체 입고 시간과 일정을 제한하는 것은 포획 관계자들이 환경부의 ‘야생멧돼지 ASF 표준행동지침(SOP)’을 위반하게 하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행 SOP는 “야생멧돼지를 수렵한 후 사체 운반차량은 처리 장소까지 이동하는 동안 다른 장소를 경유하거나 정차하지 않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두 지자체 사례처럼 특정 요일이나 시간대에만 사체를 입고하게 하면 수렵인들이 해당 지침을 위반할 가능성이 커져 인위적 감염 등 전파 위험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최종영 한국돼지수의사회장은 “ASF 양성 개체의 입고가 늦어지면 바이러스가 확산할 수 있는 만큼 야생멧돼지 사체를 곧바로 처리할 수 있도록 지자체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자체에선 만성적 인력난을 고려해 환경부 등 중앙행정기관의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경북지역 양돈장에서 ASF가 발생할 것을 예상하지 못한 채 올해 조직·인력이 짜여졌기 때문에 현재 대부분 시·군에선 직원 1명이 야생동물과 관련한 모든 업무를 전담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환경부는 야생멧돼지 사체 처리는 지자체 자율적으로 진행하고, 일괄적인 지침을 내리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환경부 야생동물질병관리팀 관계자는 “일선 시·군별로 운용하는 각각의 사체 처리방침에 대해서까지 환경부가 일일이 개입하기는 어렵다”면서도 “방역실태 점검 등 야생멧돼지를 통한 ASF 확산 방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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