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에서] 푸른 산호초가 소환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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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그룹 '뉴진스'가 일본에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뉴진스의 멤버 하니가 일본 도쿄돔 팬미팅 중 전설의 아이돌 마쓰다 세이코의 '푸른 산호초(靑い珊瑚礁)'를 부르며 일본의 2030을 넘어 1980년대의 추억을 가진 기성세대에까지 뜨거운 반향을 일으켰다.
뉴진스의 푸른 산호초가 일본사람들에게 과거의 영광을 소환하고 있는 요즘, 나에겐 군데군데 잘려나간 블루 라군 영화 필름처럼 구멍 난 80년대 퍼즐 조각이 다시 하나둘 채워지고 있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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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그룹 '뉴진스'가 일본에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뉴진스의 멤버 하니가 일본 도쿄돔 팬미팅 중 전설의 아이돌 마쓰다 세이코의 ‘푸른 산호초(靑い珊瑚礁)’를 부르며 일본의 2030을 넘어 1980년대의 추억을 가진 기성세대에까지 뜨거운 반향을 일으켰다. '시공을 초월한 무대', '3분으로 40년 전 일본을 소환' 등 현지 언론도 대서특필하며 극찬을 쏟아 냈다.
푸른 산호초는 80년대 일본 버블경제 시대에 유행했던 '시티팝' 스타일 음악이다. 도시, 해변, 드라이브, 사랑 등을 주제로 풍요로움을 꿈꾸는 도시인들의 낭만을 노래했다. 경제적 풍요로움 속에서 막대한 제작비를 기반으로 최첨단 음향 장비와 최고의 아티스트들을 아낌없이 투입해 제작해서인지 지금 다시 들어봐도 사운드가 세련되고 깔끔하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일본풍을 띠면 '왜색'이라고 해서 금기시하는 풍조가 지배적이었기 때문에 대중들은 쉽게 접할 수 없었다. 80년대 길거리에서 리어카에 쌓아 놓고 파는 불법복제 음원의 인기 척도였던 '길보드(길거리+빌보드)'에서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마쓰다 세이코 있어요?" 조심스레 물어보면 리어카상은 어디론가 사라졌다가 '금지곡 모음' 카세트테이프를 가져왔다. 사는 사람도 민망했고 파는 사람도 민망했던 시절이었다. 어둠의 거래에서 '애국' 리어카상을 만나 '매국노'라는 욕설을 듣고 결국 돈만 빼앗기고 돌아왔다는 소문도 돌았다.
금지된 음악을 듣는 또 다른 방법은 카세트테이프나 LP판을 팔던 동네 음악사를 통해서 이뤄졌다. 메모지에 듣고 싶은 음악 리스트를 적어서 음악사에 가져다주면 한 곡당 몇백 원씩 계산하고 녹음해 판매하기도 했다. 메모지에 영어로 Matsuda Seiko(마쓰다 세이코)라고 적고 혹시 못 알아볼까 싶어 괄호 속에 '松田聖子(송전성자)'라고 일본 한자를 꼭꼭 눌러 그렸던 기억이 있다.
당시 금지됐던 것은 일본 대중 문화뿐만은 아니었다. 외국의 유명 뮤지션들의 음악도 가사, 외모, 사상 불손 등의 이유로 음반 발매가 금지되거나 앨범 수록곡 일부가 누락돼서 발매되기도 했다.
어둠의 경로로 입수된 금지 음악들은 카세트테이프를 복사할 수 있는 '더블데크'로 복제를 거듭하며 친구들 사이에 퍼져 나갔다. 학급에서 전교로 그리고 다른 학교로도 전파됐다. 비밀스럽게 서구 문화를 탐닉하며 선진 문화에 대한 선망으로 일상을 채웠던 시기다.
최근 뉴진스가 열창한 푸른 산호초를 다시 들으며 노래의 모티브가 세기의 미녀이자 책받침 여신이었던 브룩 실즈의 출연작 'Blue Lagoon(블루 라군, 1980)'이라는 사실을 새롭게 알게 됐다. 영화는 당시 미성년 연기자가 연기한 외설 장면으로 국내 상영금지 되었다가 필름의 일부를 삭제하고 8년이나 뒤늦게 국내에서 청소년관람가 등급으로 조용히 개봉됐다.
뉴진스의 푸른 산호초가 일본사람들에게 과거의 영광을 소환하고 있는 요즘, 나에겐 군데군데 잘려나간 블루 라군 영화 필름처럼 구멍 난 80년대 퍼즐 조각이 다시 하나둘 채워지고 있는 느낌이다. 여유롭지 않았던 금지의 시대가 낭만적으로 소환됐다.
류효진 멀티미디어 부장 jskn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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