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표의 反청년 선언 [기고]
미래 고민 없는 이 대표의 선언
건전 재정 지킨 서울시의 결단
청년세대 깨어 있는 자각 필요
이재명 민주당 전 대표가 지난 10일 당대표 연임 출사표에서 언급한 '기본사회'의 본질은 '반(反)청년'이다. 그의 주장은 소득, 주거, 금융, 의료, 교육 등을 제공하는 기본사회를 추구하는 것이 골자다. 결국 무상 복지를 대폭 확장하겠다는 것인데, 국가재정이나 미래세대의 부담에 대한 최소한의 고민도 엿보이지 않는다.
감당할 수 없는 복지 부담, 그로 인한 재정 파탄이 현실로 다가오기 시작하면 많은 청년들이 '한국 엑소더스'를 선택할 수 있다. 이미 고급인재와 자본이 한국을 떠나기 시작했다는 우려스러운 보도가 적지 않게 나온다.
대한민국 정부의 재정은 이미 초위기 상황이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2023년 한국의 GDP 대비 정부부채비율(국가채무+비영리공공기관부채·55.2%)은 선진국 그룹 내 13개 비기축통화국 중 네 번째로 높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빚의 가파른 증가 속도다. 박근혜 정부 때만 해도 30%대 후반으로 안정적으로 관리되던 정부부채비율은 문재인 정부 시기 폭등했고, 불과 5년 뒤에는 60%에 육박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런 상황을 감안해 서울시는 올해 예산을 3.1% 삭감(2023년 47조2,000억 원→2024년 45조7,000억 원)했다. 높은 인플레이션과 안전·복지 등 대규모 필수 사업을 감안하면 쉽지 않은 결단이었다. 경기도(6.8% 증액)나 인천(8.1% 증액) 등 수도권의 다른 지역이 모두 올해 예산을 증액한 것과 비교해 보면 얼마나 어려운 결정인지 알 수 있다.
국가재정 관리 실패와 회복의 좋은 예시가 그리스에 있다. 파판드레우 가문이 대를 이어 총리를 한 그리스에서는 아버지 안드레아스 파판드레우가 총리였던 1980년대 급격한 복지 확장을 했다. 여야의 경쟁적 확장 재정 30년 뒤 그의 아들 게오르기오스 파판드레우가 집권했을 때는 국가파산의 위기에 직면해 유럽연합(EU)에 구제금융을 신청했고, 급기야 아버지가 만든 복지제도를 대폭 축소할 수밖에 없었다. 최근 어렵게 복지 축소와 공공 부문 구조개혁을 받아들인 그리스는 투자와 경제가 살아나고 있다.
한국에서도 재정·복지 파탄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건강보험과 국민연금을 포함해 기초연금, 노인장기요양보험, 공무원연금, 군인연금 등 사회복지에서 야기되는 적자가 2060년 한 해에만 1,000조 원이 넘을 것이라는 예측치도 있다. 이렇게 되면 국가는 복지 포기 선언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는 2021년에 헌법소원 결정문에서 "한 세대는 적은 감축 부담 속에 이산화탄소 할당량의 대부분을 써버리고, 다음 세대에 급격한 감축 부담을 물려주는 것이 허용돼서는 안 된다"며 환경 면에서 세대 간 정의를 강조했다. 환경보다 더욱 직접적으로 미래세대의 생존에 영향을 주는 것이 '정부재정'이다. 자연환경이나 정부재정 모두 현 세대와 미래세대가 공유해야 하는 일종의 공유지인 셈이다.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지키려면 단년도 예산에서 벗어나 중장기 재정계획을 바탕으로 사실상 다년 예산계획을 세우는 방식의 대안을 고려해 볼 만하다. 이와 관련, 유럽 각국도 고민 끝에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프랑스의 경우는 법적 구속력이 강한 중기재정계획을 세워 각 연도의 세출 총액 상한을 설정한다. 스웨덴이나 영국은 3년간의 세출 총액을 정한다. 특히 필자가 유학하며 직접 경험한 영국은 다양한 복지 실험을 하면서도 총액은 일정 수준에서 유지해 재정을 관리하려는 노력이 인상적이었다.
복지천국으로 불리는 스웨덴은 1990년대 초 경제위기를 겪은 후 중기재정계획을 도입했다. 향후 3년간의 총지출 규모 상한과 27개 분야의 지출 상한이 명시되어 있고, 매년 예산에서 이를 준수한다. '재정에 관한 세대 간 정의' 조항을 헌법에 명문화한 핀란드(예산의 세입 예측으로 예산에 포함된 세출이 충당되어야 한다)의 사례도 참고할 가치가 있다.
파국이 예정된 복지는 세대 간 착취나 다름없다. 어떤 누구도 미래세대에 빚을 강제로 떠넘길 권리는 없다. 노동자가 자본가로부터 당하는 착취에 반대한다는 게 좌파들의 논리인데, 기성세대가 미래세대를 착취하는 것에 앞장선다면 모순이다.
그대들은 노동자에게 분노하라고 외치지 않았나. 오늘 청년들의 분노가 당신들에게 쏟아져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청년들은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아야 한다. 청년이여, 깨어 있으라!
오세훈 서울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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