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피격, 美대선판 흔들다
트럼프, 피격 당하고도 평정심 유지
청중 향해 주먹 높이 들며 건재 과시
바이든과 대조…'강 vs 약'의 프레임
민주, 비난 메시지 자제하며 파장 주시
섣불리 나섰다간 역풍…후보 교체론도 표류
미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유세중 총에 맞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면서 넉달도 채 남지 않은 대선 판도에 어떤 영향을 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일단 총격범은 펜실베이니아에 사는 20세 백인남성 '토마스 매슈 크룩스'로 공화당원으로 투표 등록을 했었고, 지난 2021년에는 민주당 후보를 지지하는 단체에 15달러를 기부한 전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사건의 전모가 밝혀지지 않았지만, 현재로선 특정 세력의 사주를 받은 범행이라고 단정짓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다만 미 사법당국은 이번 사건을 '암살 기도'로 규정하고 있고, 트럼프 전 대통령도 '간발의 차'로 목숨을 건진 것으로 알려지면서 향후 보수층의 결집은 물론 중도층의 동정 여론에도 적잖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총에 맞은 긴박한 순간에서도 평정심을 잃지않고 주변 경호원들에게 "내 신발을 찾아달라"고 말했다. 신발이 벗겨진 채 도망치는 나약한 모습을 보이기 싫었던 것이다.
특히 구급차에 오르기 전 단상에서 청중을 향해 주먹을 높게 치켜들면서 자신이 '건재함'을 증명하는 동시에 '싸우자'라는 확실한 메시지를 던졌다.
'강한' 후보가 강한 미국을 만들겠으니 지지자들도 더욱 강하게 응원해달라는 의미인 셈이었다.
이는 지난달 대선후보 첫 TV토론 이후 인지력과 건강 문제로 여론의 도마위에 오른 바이든 대통령과 대조를 보이며 '강 vs 약'의 정치 프레임으로 자리를 굳힐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캠프측도 이번 사건을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율 견인에 적극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과거 트럼프 전 대통령이 검찰에 기소돼 머그샷이 찍혔을 때도, 이를 역으로 활용한 전례도 있다.
성조기 배경 아래 피범벅이 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청중을 향해 주먹을 치켜 올리는 사진은 이미 SNS에 급속도로 퍼졌을 뿐 아니라, 티셔츠 등에 인쇄돼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들어올린 주먹은 억압과 권력에 대한 상징이자 승리를 약속하는 표시가 되고 있는 것이다.
반면 불과 이틀 전 전까지만 해도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 사퇴' 논란으로 내홍을 겪던 민주당은 '깊은 침묵'에 빠진 모양새다.
바이든 대통령을 다른 후보로 교체하려던 움직임도 이번 암살 미수 사건으로 '추진력'을 잃고 표류하고 있다. 대중의 관심 사안이 '트럼프 피격'에 쏠린 상황에서 섣불리 나섰다가는 더 큰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판단이 선 것이다.
바이든 캠프는 총격 사건 이후 지지자들에게 트럼프 전 대통령을 비난하는 선거 메시지 발송을 일시 중단했고, 관련 TV 광고도 철회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또한 민주당에서는 '암살 미수'라는 초대형 돌발 변수를 맞아 과연 '후보 교체'의 실익이 있느냐를 면밀히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일부 예외는 있지만 미국에서 유력 정치인의 '대선 패배'는 사실상 '정계 은퇴'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에, 불리해진 선거판에 선뜻 뛰어들 정치인이 얼마나 될지도 미지수다.
게다가 현재로선 바이든 대통령을 대신해 '총격을 받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 경쟁을 할만한 후보도 딱히 보이지 않는다.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진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는 여러 가지로 타이밍도 절묘하게 맞아떨어지고 있다.
오는 15일부터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는 자당의 대선 후보를 공식 지명하는 공화당 전당대회가 열린다.
이번 공화당 전당대회는 대선 후보를 확정하는 통상적인 행사의 의미를 넘어, 개선 장군에게 왕관을 씌워주는 흡사 '대관식'의 분위기가 연출될 것으로 보인다.
공화당의 데릭 밴 오든(위스콘신) 하원의원은 총격 사건 직후 "트럼프 대통령이 공격에서 살아남았다"며 "방금 대선에서 이겼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빌 클린턴, 버락 오바마 등 민주당 출신 전직 대통령들이 바이든 대통령의 모금행사에 동참했던 것과는 달리 그동안 트럼프 전 대통령에 거리를 뒀던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도 "트럼프 전 대통령이 무사하다는 사실에 감사드린다"는 입장을 냈다.
격동이 몰아치지 않는 날이 단 하루도 없다는 미 대선판이지만, 지난 하룻밤 사이에 너무나도 많은 것들이 바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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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CBS노컷뉴스 최철 특파원 steelchoi@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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