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연체 경고등… 5대銀, 상반기에만 3.2조 털어내

강우석 기자 2024. 7. 15.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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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이 올 상반기(1∼6월)에만 3조 원이 넘는 규모의 부실채권을 정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팬데믹 시기 대출 만기 연장과 원리금 상환 유예로 잠재 부실이 누적된 상황에서 내수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하반기(7∼12월) 연체율은 더 치솟을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금융감독원은 은행권의 대출 행태를 살펴보기 위해 15일부터 5대 시중은행과 카카오뱅크 등 6곳을 현장 점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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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채권 규모 1년새 47% 늘어나
자영업 ‘취약대출자’ 연체율 10%대
“내수위축에 하반기 더 높아질 우려”
금감원 오늘부터 은행권 현장점검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이 올 상반기(1∼6월)에만 3조 원이 넘는 규모의 부실채권을 정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금리, 고물가 장기화를 버티지 못한 서민과 자영업자들의 연체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팬데믹 시기 대출 만기 연장과 원리금 상환 유예로 잠재 부실이 누적된 상황에서 내수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하반기(7∼12월) 연체율은 더 치솟을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 자영업 취약대출자 연체율 10% 돌파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은 연초 이후 지난달 말까지 총 3조2704억 원의 부실채권을 상각·매각했다. 전년 동기(2조2232억 원) 대비 47.1% 늘어난 것으로 작년 하반기(3조2312억 원)보다도 많은 수준이다. 은행들은 3개월 이상 연체된 대출채권을 부실채권으로 분류한 뒤, 회수 가능성이 낮은 부실채권을 장부에서 없애거나(상각) 부실채권 전문 회사에 매각한다.

은행들의 부실채권 정리액이 급증한 것은 빌린 돈을 갚지 못한 대출자들이 늘어나 연체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26일 발간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자영업자 중에서 저소득, 저신용이면서 다중 채무자인 ‘취약대출자’의 올 3월 말 연체율은 10.21%로 직전 분기(9.19%)보다 1.02%포인트 상승했다. 2022년 말(5.27%)과 비교하면 두 배 수준으로 높아졌다. 서평석 한은 금융안정기획부장은 “금융 시스템에서 가장 취약한 부분 중 하나가 자영업자로, 현재 연체율이 아주 높은 수준은 아니나 상승 속도는 빠른 편”이라고 진단했다.

금융권에서는 하반기 이후 연체율이 더 치솟을 것이란 우려가 고조되는 분위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대출 만기 연장, 원리금 상환 유예 조치로 누적된 잠재 부실이 한계 수위에 다다랐다는 것이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고금리, 고물가 장기화로 인해 내수 위축이 장기화될 우려가 커졌다”며 “올해 말까지는 연체율이 계속해서 증가 추이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 금감원, 은행권 가계대출 현장 점검

부실 규모가 확대되고 있고 있는 와중에 은행권 가계대출은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올 상반기에만 은행권 가계대출이 26조5000억 원 폭증하면서 전년 동기 대비 증가 속도가 5배로 빨라진 상황이다. 특히 9일 기준 5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이 전월 말 대비 1조2218억 원 늘면서 가계대출 상승세는 이달 들어서도 꺾이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금융감독원은 은행권의 대출 행태를 살펴보기 위해 15일부터 5대 시중은행과 카카오뱅크 등 6곳을 현장 점검한다. 금감원은 6곳의 은행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제대로 이행하고 있는지 살펴볼 예정이다. 은행 지점 일선에서 DSR 규제를 우회해 대출을 취급한 사례가 상당한 것으로 보고 있다. 현행 대출자별 DSR 규제는 매년 갚아야 할 대출 원리금이 연간 소득의 40%를 넘지 않도록 하고 있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은행들이 규제를 우회하고 고객들에게 DSR 40%가 넘는 대출을 해준다는 민원이 적지 않다”며 “제도를 무력화하는 움직임에 대해 중점적으로 점검, 감독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가계대출 상승을 억제하기 위한 추가 방안을 다양하게 검토 중이다. 금융권에서는 전세대출에 대해 DSR 규제를 도입하는 것이 유력한 방안으로 거론된다. 그동안 ‘서민 대출’로 여겨져온 전세대출이 전셋값 상승, 갭 투자 증가, 집값 상승 등의 악순환을 야기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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